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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안의 낡은 피아노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오래된 교실 문을 잠그고 나오면 바로 강당이 나온다.

이곳 인도로 이사 오면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쳐 주고 있다

음악 수업이 없는 이곳 인도에서 아이들에게 악보를 보여 주면 모두 신기한 표정만을 짓는다

그런 순수한 아이들을 매주 만나는 것은 축복이다.

수업이 마치고 아이들이 나간 자리에 남은 전자 피아노를 정리하고서야 교실 문을 잠그고 집으로 향한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오래된 교실을 나오면 곧바로 보이는 것이 우산처럼 때론 버섯처럼 보이는 큰 나무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의 그늘이 되어 주고 또 놀이터가 되어 주는 이 나무. 참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따뜻한 선생님의 품 같다.

 

나무를 잠시 보고나면 난 항상 반대쪽에 있는 강당으로 내 몸을 돌린다.

아침이면 수 백 명의 아이들이 이곳에 모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국가를 부르며 조회를 마치는 강당.

수업이 마친 오후 시간. 조용한 적막감마저 드는 이 강당에는 항상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오래되어 낡은 그랜드 피아노.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피아니스트들의 로망인 그랜드 피아노가 강당 맨 앞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피아노는 학교 교감 선생님이 학교를 다닐 적에 외국인 선교사가 기증한 피아노라고 했다. 그 덕분에 몇 명의 아이들이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피아노 레슨을 받곤 했다고 한다. 바로 그 아이들 중 한명이 교감 선생님이었다.

그때 왜 열심히 배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교감선생님은 그 피아노를 볼 때 마다 옛날을 회상한다. 넓은 강당 안을 그랜드 피아노의 웅장한 소리로 가득 채웠을 그때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난 피아노 레슨이 끝날 때면 꼭 그 피아노를 한번 쳐다보고 간다. 가끔 시간이 있을 때면 더 가까이 가서 오래되어 낡은, 부서지고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는 그 피아노를 잠시 열어 본다.

이제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랜드 피아노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한다.

 

배를 타고 멀리 이곳 인도까지 도착했을 때 너는 얼마나 젊고 아름다웠었니

까만 피부에 빠져들 것만 같은 동그란 큰 눈들을 가진 아이들이 너를 처음 보고 즐거워했을 때는 얼마나 설레었었니.

사람들이 너의 주위에 앉아 피아노를 누르며 음악을 연주 할 때는 얼마나 기뻤었니.

아이들이 강당에서 너의 소리에 맞추어 인도 국가를 부를 때는 얼마나 행복했었니.

 

이제는 강당에 모인 아이들도 너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구나.

모두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너를 강당의 한 부분으로만 생각하는 구나.

이제 너는 나이 들어 낡았고 녹슬었고 부서졌고 소리조차 낼 수 없구나.

너의 어디에서도 아름다웠던 옛 시절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구나.

 

그래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너.

아이들은 너를 몰라보지만 너는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 조회 시간 지각을 해서 강당 맨 앞자리에 서서 손을 들고 있는 인도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 때문인지

축제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춤 솜씨를 보는 즐거움 때문인지

몰래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강당으로 불러 편지를 전하는 풋풋한 남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인지

너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이제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지만

낡은 네 건반이 눌러질 때 마다 찢어질 듯 기분 나쁜 소리가 나서 그 누구도 너를 건들려고 하지 않지만

너는 여전히 그 우아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구나.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난 너의 그 부러진 다리가 아름다워 보이고

너의 주름진 뚜껑이 멋져 보이는 구나.

낡아 무너져 버린 너의 하얗고 검은 건반들이 아름다워 보이고

먼지 쌓인 뚜껑조차 값비싸 보인다.

네게 광택은 나지 않으나 너에게서 역사가 느껴진다.

네게 좋은 음악은 흘러나오지 않으나 마음의 안위가 느껴진다.

언젠가 너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말겠지.

그래도 괜찮다. 너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자리 잡을 테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너의 소리를 기억하며 그들의 사랑을, 그들의 이야기들을 기억할 테니까.

 

새 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조용한 오후 난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점점 멀어지는 어두운 강당 속 낡은 그랜드 피아노가 오후 햇살에 옷 입어 더욱 빛나 보인다.

예전 모습 그대로 서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다시 한 번 쳐다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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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학생들과 함께 등산을 한 적이 있다.

인도의 그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도 학생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노래를 부르며 소리를 질러가며 산을 탄다.

그러고 보니 인도의 대부분이 평지라는 사실을 내가 잊고 있었다. 평생 이런 높은 산은 처음이라며 흥분하던 인도 아이들부터 얼마 올라가지도 않고 힘이 든다고 주저앉아 버리는 아이들까지.

인도 학생들과 함께 가는 등산은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계곡으로 내려가야 할 시간. 빨리 걸으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 그 계곡을 향해 선발대가 출발했다. 삼삼오오 줄 지어 내려가는 인도 학생들. 처음 보다는 많이들 지쳐 보였다. 아무렴 이 후덥지근한 날씨에 오전 내내 등반을 했으니 힘들만도 하지.

뒤처지는 아이들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함께 가던 팀과 너무 멀어져 버렸다.


아차! 길을 잃었구나.

산 사이사이에 간혹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행을 보았냐고 물어가며 산을 타기 시작했다.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 않는 길.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어 가야했다. 긴 나무 작대기를 들고 길을 헤쳐 나간다. 조금만 더 빨리 출발 했었다면. 그래서 선발대를 따라서 안전한 길로 갔었다면.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우리는 산에서 길을 잃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나무 작대기를 휘두르며 숲을 헤쳐서 길을 찾는 것뿐이었다. 긴 풀들이 우거진 길을 지나서 떨어질 것만 같은 가파른 길을 걷는다.

생명력이 강한 들풀의 씨앗들이 어디라도 가보겠다며 우리 옷에 붙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걸어야 하고 길을 찾아야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작은 오솔길이 눈에 띈다

아주 작은 오솔길.


그 길을 우리가 걸어간다. 이제는 나무 작대기를 휘두를 필요도 없다.

이미 누군가가 길을 걸으며 많은 풀들을 꺾어 놓았고 그 길을 우리가 걷는다.

자신 만만하게 올라가는 들풀들 사이에 겸손하게 몸을 바닥에 붙인 풀들이 이 길을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것만 같은 그 길을 더 자세히 쳐다보며 걸어간다.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이 길을 걸어갔겠지.

누군가는 아이를 등에 업고 이 길을 걸어갔겠지.

또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꽃단장 하고 이 길을 걸어갔겠지.

 

작디작은 오솔길을 만나자 우리의 모든 걱정이 낭만으로 바뀐다.

누군가 걸어갔던 이 길이 여행자에게는 반가운 친구가 되고

누군가가 지르밟고 간 굽혀진 들풀들이 험한 길의 안내자가 되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오솔길 이 길을 우리가 걷고 또 걷는다.

 

한참을 걸어서야 계곡을 향하는 큰 길을 만났다.

이제는 좀 더 넓고 정확한 길을 만났는데도 왠지 내 마음은 이 작은 오솔길을 향한다.

내가 밟은 이 들풀들이 길 잃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지막 발걸음을 뗀다.

나의 힘들었던 경험들이 다른 이들에게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바른 길을 가르쳐 주는 오솔길처럼.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길 바라며 큰길로 향한다.

홀로 남은 오솔길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킨다. 또 다시 그 길을 밟으며 용기를 얻을 사람들을 기다리며.

 

 

 

응모자: 정해옥

이메일: modumee@naver.com



 

 

 

 

 

  • profile
    korean 2016.10.30 20:40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해나가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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