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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엄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때는 내가 아주 어렸던, 치과 가는 게 싫어 기어코 감기에 걸리고야 말았던 철없던 초등시절의 이야기. 엄마 손 잡고 동네 상가 한 바퀴 도는 게 가장 큰 재미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키가 작은 나에게 유난히 커보였던 우리 엄마. 손을 잡고 걸으면 고목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 마냥 나는 그 분에 비해 한 없이 작았고, 그 분은 한 없이 든든하기만 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한 없이 작았던 게지. 장애가 있는 우리 엄마는 키가 남들에 비해 한참이나 작고 걸음걸이가 성치 못하다. 어느 날은 여느 때처럼 엄마 손 잡고 상가 한 바퀴를 돌고 있는데 반 친구를 만났더랬다. 아직도 생각나는 까만 안경테의 조금은 얄궂게 생겼던 남자 아이. 반 에서도 나를 땅꼬마라고 놀리더니만 밖에서도 그 입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땅꼬마라고 외치더라. 하지만 아무렴 괜찮았다. 내 옆에는 세상에서 제일 커보였던 우리 엄마가 있었으니까.

그 남자 아이는 엄마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너희 엄마도 땅꼬마네!’ 했고 ‘아줌마는 키가 왜 이렇게 작아요?’ 하며 되물었다.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감히 글로 표현치 못한다. 나에겐 한 없이 크기만 한 엄마가 네 눈에는 작아 보인다고? 그리고 엄마는 내 손을 더욱 꼭 잡으며 그 친구에게 나에게 주려던 사탕을 건네며 나와 친하게 지내라는 부탁까지 건넸다. 왜 내 사탕을 나에게 땅꼬마라고 놀리는 저 아이한테 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저 아이는 사탕까지 받았으면서 왜 끝까지 나와 우리 엄마를 땅꼬마라고 놀리며 가는 건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 때부터였나, 엄마가 작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때가. 어린 마음에도 그게 너무 창피했던 거라. 다음 날 학교에 갔을 때 혹시라도 우리 엄마가 땅꼬마라는 소문이 났을까봐 학교 가는 게 무서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 얄궂은 아이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엄마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겠는가. 그 후부터 엄마와 난 유일한 모녀 지간의 데이트 코스였던 그 상가를 가지 않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엄마와 가기를 꺼려했다. 나의 초등시절 가장 큰 낙이 그 남자아이로 인해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던 거다. 하지만 억울하지 않았다. 그 땐 그저 나와 엄마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게 안심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불효는 시작됐다. 중학교 졸업식 때도 고등학교 졸업식 때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자기가 감으로써 혹여나 내가 당황하지는 않을까, 내가 창피하지는 않을까 했던 거다. 사실 중 고등 시절에는 그런 엄마가 너무 고마웠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날 진정으로 생각하는구나. 그냥 딱 그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교 졸업 시즌이 찾아왔고 남들은 하지도 않는 걱정 고민이 또 한 번 시작됐다. ‘이번 졸업식 때도 엄마 또 안 오려나? 그래도 대학교 졸업식인데….’ 하는 고민들이 그제야 들기 시작했다. 내 생애 한번 밖에 없을 중학교 졸업식과 고등학교 졸업식은 그리 쉽게 넘겼으면서 왜 하필 대학교 졸업식만큼은 특별하게 생각했던 걸까. 진작 이러한 생각이 그 때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순간 아차 싶었다. 엄마도 나와 함께 하고 싶었을 텐데.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가 마지막으로 교복 입고 찍은 사진 속에 엄마도 함께 하고 싶었을 텐데.

나는 내 엄마의 장애가 싫었다. 단순히 창피했던 게 아니다. 그 보다 더한 거였다. 엄마가 싫었던 거다. 그 작은 몸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예쁜 치마 사 입히고 매일 아침 곱게 양 갈래를 따주었던 그 분이 난 싫었던 거다. 중학교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미술시간 준비물을 놓고 와 엄마에게 급히 전화했고, 엄마는 바로 내 준비물을 챙겨 학교 정문 앞에 와 있었다. 그리고 못된 딸년은 혹시라도 정문 앞에 있는 우리 엄마를 내 친구들이 볼까 두려워 엄마에게 ‘정문에 준비물 놓고 그냥 가.’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의 가슴은 무참히도 찢겨졌겠지.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딸이 나를 창피해한다. 갈기갈기 가슴이 찢겼겠지만 금세 찢긴 가슴을 다시 붙여야 했던 우리 엄마. 지금은 내 가슴이 찢긴다. 엄마를 생각하면 이젠 내 가슴이 찢긴다. 이젠 더 이상 숨기고 감추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엄마는 몸이 불편해서 그런 데 못가….” 엄마는 덤덤히 내가 좋아하는 자두를 흐르는 물에 씻으며 대답했다. 다른 모습은 흐릿해도 이상하리만큼 그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였던, 쓸쓸해 보였던 그 날의 분위기. 그리고 새삼 엄마 주변에 너부러져 있는 검은 봉다리가 눈에 보였다. 다리도 불편하면서 못난 딸 먹이겠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바리바리 장을 봐왔던 거다. 시장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면서. 택시 타라고 해도 돈 아까워서 타지도 못하면서. 시장 갈 시간에 차라리 내 졸업식에나 왔으면 좋았을 것을 왜 이렇게 끝까지 내 엄마는 숨어야 하는지. 엄마가 미웠지만 엄마가 안쓰러웠고 엄마를 사랑했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아빠에게 내 손가락, 발가락 개수를 가장 먼저 물었다고 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장애를 딸이 물려받지는 않았는지, 자신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아이 역시 아픈 아이로 태어나지는 않았는지. 수술 과정 중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자칫 목숨까지 위험했던 상황을 지나 이제 겨우 마취에서 깨 간신히 눈을 뜨고 했던 첫 마디가 겨우 나의 안부였다. 손가락 발가락 모두 10개고 아픈 곳 없이 잘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제야 마취에서 깬 자신의 몸이 성치 않다는 걸 아셨던 불쌍하고 착한 우리 엄마. 얼마나 아프셨을까. 정상인의 몸으로도 힘든 게 출산인데 엄마는 그 작은 몸과 불편한 다리로 얼마나 더 힘드셨을까 생각하면 그간 내가 했던 철없는 행동은 그 누군가에게 돌을 맞아도 싸다.
장애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선 자식에게 바라는 것의 시작부터가 남들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것에 가깝다. 똑똑했으면 좋겠다, 코는 누구를 닮고 눈은 누구를 닮았으면 좋겠다가 아닌 그저 건강하게 남들처럼만 태어나주길. 남들이 볼 땐 그저 키 작은 사람, 장애인,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겠지만 내겐 남들이 생각 없이 쉽게 내던지는 단어들로는 감히 담지 못할 분들이다. 툭 내뱉은 저 단어들로 정의 내려질 만큼 그렇게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신께서 소원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부디 우리 엄마의 온전한 행복을 보장해달라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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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7.02.27 18:59
    수필은 두 편 이상 제출해야 합니다.
    겪은 일들을 훌륭하게 잘 표현한 글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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