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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은 제비꽃답게, 나라면 나답게


 


 수험생이었던 나는 한 해 동안 매주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도서관의 열람실에서 공부했는데, 비가 오는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일어난 일요일 아침, 우산을 조용히 챙겨 얼른 집을 나섰다. 3이 되도록 무엇 하나 똑부러지게 할 수 있도록 준비 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부모님의 시선이 따가웠기 때문이다. 부슬부슬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있는 진흙을 좋아했던 나는 회의감에 찬 부모님의 눈빛 때문인지 그 날은 비 오는 것이 싫었다.


 

 열람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나와 같은 수험생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에 나는 한층 더 불안해졌다. 분초가 아까운 나는 빈 자리를 찾아 앉았고, 한시 바삐 열었던 가방 속을 보며 짜증이 치솟았다. 비 때문에 가장자리가 꼬불꼬불해진 책, 바지가랑이 속에 찬 땀 때문에 느껴지는 후덥지근함곳곳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자신이 가장 싫었다. 심야학습실에서 함께 공부했던 옆자리 친구들은 모의고사 당일 자신이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어 복도를 떳떳하게 거닐던 반면, 화장실에 숨어 가채점 점수용지를 보며 눈물을 머금었던 내 자신이 가장 싫었다. 그러나 내가 처한 환경에 대해 불평을 쏟아 낼만한 여유나 친구에게 하소연할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내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복 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정호승 시인의 수필을 빠르게 읽어 나갔다.


 

 '꽃밭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조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전체와 어울리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통해 비로소 제비꽃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비꽃이 진달래를 부러워하거나 닮고 싶어 하지 않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됩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어느 누구의 인생이든 인생의 무게와 가치는 똑같습니다. 다만 내가 나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뿐입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먼저 제 자신을 사랑합니다.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해야 진정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저는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입니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들리는 도서관에서 내 숨죽인 울음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울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다 못해 열람실을 뛰쳐나왔다. 도서관 앞 벤치에서 몇 분간 꺼이꺼이 목 놓아 울던 그 순간, 나는 남들의 말과 시선에 얽매여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고, 감동 받고, 웃고 울던 '김지연'다운 '김지연'이었던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돌아가 앉았던 열람실은 공부하기에 최적의 공간처럼 느껴졌고, 조금 젖어있던 바지나 책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비가 왔던 그 날 이후 하늘은 씻었는지 맑게 개어있었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내 표정 또한 날씨와 같이 점차 밝아졌다. 나는 내 주변을 둘러보고 물질적으로나 내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음을, 그래서 남들이 그들의 기준에 따라 내린 평가에 내가 움츠러들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내 말투, 내 성격, 내 재능, 내 꿈과 고유한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내게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 profile
    korean 2017.02.27 21:09
    잘읽었습니다.
    열심히 정진하다 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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