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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길은 없었다 / 심규진


외제차 바퀴의 기름 때를 벗겨내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타이어가 이빨이라면 휠(wheel)은 잇몸인데 이 녀석은 태생적으로 흰색인지 회색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잇몸이 어찌나 튼튼한지 내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문질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무작정 거품이 승천하기만 빌며 스펀지로 좌우를 닦아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스펀지에 구정물이 차오르면 내 왼발 곁에 둔 스테인리스 양동이에 담가 스펀지를 목욕시켰다. 몸 구석구석에 기생하고 있던 건더기를 끄집어냈고, 최대한 새하얗게 변할 때까지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 새벽시간이라 아무도 보는 이가 없었기에 때때로 양동이에 차오른 오물의 잔재를 하수구에 흘려 보내는 것은 나에게 범죄도 아니었다.


그러다 바퀴만 닦아서는 일이 글렀다고 깨달을 때쯤 차체의 온몸에 거품을 쏟아내고, 양손에 극세사 걸레를 두르고 탈춤을 추듯 주변을 미친 듯이 돌았다. 땀이 피처럼 쏟아지고 입 안에 단내가 퍼져 귀신들린 듯한 내 얼굴을 누군가 본다면 광년이라 부를 것이었다. 하지만 나 혼자라는 생각에 (사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최신 유행 댄스까지 가미하여 흥얼거리면 일순간 부르주아가 된 것은 아닌지 헛바람이 들 때도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은 차량 내부를 닦기도 했는데 그날은 몇 배나 힘이 들었다. 외부 세차의 목적이 단순히 외형의 회복이라면 내부세차는 내면의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 인간의 내면 성장 또한 단기간 완성이 어렵듯이 차량내부 세차 또한 여간해서는 티가 나지 않았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까지 신경 쓰는 것은 물론 값비싼 녀석의 피부에 조금이라도 흠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온 몸을 뒤틀며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발악한 이후 찾아오는 것은 평안함이었다. 알 수 없는 향긋한 향기가 차내에 둥둥 떠다니며 내 몸에 맞게 차량 시트가 움직이는 느낌이든다. 누군가 기회를 준다면 쪽잠이라도 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편의 모노 드라마(monodrama)같은 새벽 세차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내 몸 보다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도로 위의 고독을 즐기며 질주했다.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한 탓인지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곤 했다. 골목 골목을 지나 슈퍼마켓 옆 원룸이 내 집인데 도무지 찾기 힘든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펼쳐진 길 앞에 길 잃은 나그네 신세였다. 눈 앞에 길이 있는데도 나의 길을 찾을 수 없는 느낌. 25살 청년이 겪어야 했던 고뇌이자 이 땅의 모든 청년들이 똑같이 직면하는 트라우마(trauma)가 아닐까.


아무리 애쓰며 노력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손 세차 일을 통해 작은 사회를 경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서 힘들어 하고, 혼자서 즐거워하는 동안 퇴근시간은 찾아오고 집으로 향하지만 나의 길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주변의 성공자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라고 청년들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지만 절벽에서 겪는 아찔함의 몫은 온전히 청년 책임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는 무서운 말 보다 하늘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정면을 바라보면 눈 앞의 길만 보이지만 하늘을 보면 가 보인다. 하늘을 보며 평소에 누리지 못했던 여유를 찾고,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여겼던 세상만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동공으로 인식된 눈 앞의 가시물보다 하늘이라는 스크린에 다양한 상상물을 초대하여 한바탕 놀이를 하고 나면 오늘 하루가 정리되고, 내일 하루가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길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지름길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문에 뜻을 품고 여전히 대학원에서 맴돌고 있다. 아직도 진로를 찾지 못했냐며 돈 낭비 하지 말라고 가까운 친구들이 비수를 꽂지만 나는 그저 어른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화답한다.


인생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서 정답을 찾아가는 생존게임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변곡점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유유자적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공비행과 같다고

 

애초부터 길은 없었다.


--


나는 가상현실로 출근한다 / 심규진


주머니에 돈이 없어서 빨리 취업하고 싶었다. 지갑을 펼치면 오랫동안 묵혀둔 만원권이 찬란하게 빛나며, 반짝이는 신용카드로 어머니의 선물을 망설임 없이 사고 싶었다. 그저 그 뿐이었다. 살육경쟁(殺戮競爭)의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가가 되어 자기소개서를 썼고, 배우가 되어 면접에 임했다. 최종 합격통지를 받고는 부리나케 상경하여 지하 단칸방에서 삶을 꾸려갔다. 그렇게 6년이 지나버렸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논리에도 기계적으로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며, 쓴 웃음으로 맥주잔을 비워냈다. 매달 입금되는 숫자를 보며 안도의 한숨도 잠시, 막막한 미래가 엄습했다. 벌어들이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방구석에서 명상만 해야 주머니에 돈이 차오를 것 같았다. 그래도 지하 단칸방 신세는 벗어났다. 이삿날, 빛이 들지 않는 공허한 공간을 쳐다보고 있자니 다음 사람에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곳은 또 누군가를 위한 터전이 될 테지. 그 또한 나와 비슷한 처지일 테고, 나와 비슷한 꿈을 꾸겠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방바닥이 광나도록 힘껏 문질렀다. 문을 열어젖혔을 때, 비록 하늘의 빛은 없지만 바닥의 광이라도 만끽하길.

 

자동차. 두 발로 뚜벅뚜벅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지만, 그래도 바퀴달린 그 녀석이 필요했다. 자동차는 약속장소로 나를 거뜬히 운반해주는 것은 물론 성공 계단의 첫 단추를 인증해주기도 했다. 할부 최대치로 그 녀석을 모시기 시작했을 때, 나는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녔다. 바퀴의 문명에 편의를 기대했던 내 착각은 일순간 무너지고, 숨 가쁘게 움직여 새는 돈을 메꾸는데 일념을 다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표준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일방적으로 정해진 오솔길을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었다. 뿌듯했고, 허무했다.

 

거울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청년이라는 말을 듣지만, 어느새 삶의 노고가 묻어버린 얼굴. 눈가에 순수함이 번지기보단 다음 달 월세 걱정이 고여 있다. 집을 사는 것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서만 가능하기에 나는 그저 도시의 보헤미안(Bohemian)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 돈도 들지 않았고, 내 마음을 담은 문자를 휘갈기고 나면 그렇게 속이 후련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치유가 일어났다. 마치 상처 난 곳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 회복을 기다리듯 글을 쓴 뒤에는 그냥 기다렸다. 내 삶이 내 글을 이해해줄 때까지. 요즘은 자꾸 어머니에 관한 글을 쓰게 된다. 빈 문서를 멍하니 바라보며, 키보드에 손을 갖다 대면 꿈을 꾸듯 어머니가 떠오른다. 나의 따뜻한 기억이 어머니에겐 헌신의 일상이었던 것이 가슴을 아련하게 펌프질 한다. 이 펌프질이 곧 글이 되어버린다.

 

내일 다시 출근이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점심시간도 있다. 모든 것이 나의 것이지만 내가 주인은 아니다. 누군가 나를 소작농 신세라고 놀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밭을 갈면서 희망의 씨앗을 몰래 뿌리고 있다. 싹이 자라지 않아 마음에 생채기 나는 날이면 글을 써서 나의 마음 달랠 수 있으니 우선 계속 가보려고 한다. 내가 가는 길이 마라톤일지라도 멈추지 않겠다. 어차피 뒤 돌아 갈 곳도 없고, 저 먼발치에서 뛰어오는 또 다른 동료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한다. 정말이지 힘껏 달려야한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께 선물을 사드릴 것이다. 나에게는 가상현실이었던 무색빛깔에 색을 바르고, 오롯이 문질러 오색빛깔의 현실 선물을 준비해야지.

 

휴대폰 알람기능을 뒤적거린다. 마음은 6, 몸은 7시를 가리킨다. 몸과 마음을 담아 넉넉히 다섯 개의 기상시간을 설정하고, 손이 닿는 언저리에 휴대폰을 살짝 내려놓았다. 내 마음의 부담감도 잠시 내려놓았다. 눈을 감으면 끝이다. 그리고 곧 다시 시작이다. 끝과 시작 사이, 나는 취침준비를 마쳤다. 이불을 끌어올려 몸이 아닌 마음을 덮었다.


이 순간만큼,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리. 나는야, 꿈이 있는 청년 직장인이다.


--


성명: 심규진

이메일: zilso17@naver.com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7.04.01 09:51
    저도 인터넷 정보과 나오고 별짓 다해봤는데 살아가면서 터득한 기술과 정보가 훨씬더 도움이 되더군요... 토끼가...
  • profile
    korean 2017.04.30 20:38
    수필 잘 읽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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