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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3:09

어느날 글을 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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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다가 그를 떠올린다. 기분이 우울해지면 슬픈 기분이 다시 찾아왔구나, 하며 안도한다는 그 사람. 그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우울한 감정을 기꺼이 반기며 곡을 쓰겠지. 그런 마음가짐에서 그런 가사들이 나오는 거겠지. 나는 우울할 때면 허세 가득한 문장을 쓰곤 다음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데 그도 가끔은 그럴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가 한 번에 괜찮은 가사를 떠올리는 천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대어를 기다리는 낚시꾼처럼 오랜 시간 의자나 어디에든 앉아 있다가 문득 영감을 받아 가사를 쓰고 그 글을 다듬고 또 다듬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남부럽지 앉게 자랐으면서도 어찌 그리 남부러워 하는 글을 잘 쓰는지 나는 그의 오랜 팬이다.

  나는 펜을 놓고 그의 노래를 듣는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가사를 읽는다. 궁금한 게 많다. 이 곡은 어떤 감정이 찾아왔을 때 쓴 곡인지. 그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지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인지. 글을 쓰고 여러 번 고치는 사람인지 한 번에 써버리는 사람인지. 작가하면 소설가를 떠올릴지 드라마 작가를 떠올릴지.

 

  내가 나를 작가 지망생이라 소개하면 사람들은 대게 드라마 작가를 떠올린다. 작년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빵집에선 내가 작가를 꿈꾼다고 소문이 났는데, 같이 일하던 아이가 드라마 쓰시려고요?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었다. 그때 난 별 생각이 없었다. 글 쓰는 직업에 대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진지하게 생각하던 때가 아니었기에. 그저 그 애가 눈이 무척 커서 부러웠을 뿐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블록 카페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렸었다. 나는 그 호칭이 어색하고 민망했다. 없는 블록을 찾아주고 정리만 도와주는 것일 뿐, 가르쳐 주는 것도 없는데 선생님이라 불려도 되는지 난감했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그 호칭을 들으며 나는 육개월을 일했다.

  지루했다. 육개월 동안의 나의 일기는 설렘으로 시작하여 지루함으로 끝났다. 무엇이든 첫 마음 같을 순 없구나. 나는 이제 일을 그만 두겠다고 점장님께 말씀드렸다. 점장님은 내게 그만 두려는 이유를 물으셨고 나는 나름 준비해온 대답을 들려드렸다. 실은 제가 글을 쓰고 있는데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또 다른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싶어요. 나는 일을 그만두는 걸 허락받았고 점장님께선 옆에 있던 꼬마에게 말하셨다. 진선생님은 나중에 드라마 작가돼서 티브이에 나올지도 몰라, 라고.

 

  나는 그날 집에서 일기를 썼다. 사람들은 무언가 섭섭한 일을 겪으면 일기에 적겠다고 농담을 하지만, 나는 정말로 나의 섭섭함을 일기에 적었다. 왜 사람들은 작가하면 드라마 작가를 먼저 떠올릴까?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라고 나는 적었다. 그게 내게 있어 참 섭섭한 일이었다.

  나는 우리 문학이 영상매체에 밀려 이토록 작아졌구나 소설가라는 직업은 이제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게 아닐까 이러다가 곧 소설이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글이 사라지고 세계의 언어는 온통 영어로 합쳐지고 지구는 어쓰가 되겠구나 영어를 배워둘까 아니 중국인이 많으니까 세계의 언어는 중국어로 합쳐지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극본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상이 글보다 낫지 않을까. 영화 속 장만옥과 양조위의 매혹적인 분위기와 음악. 그것은 어떠한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사랑하게 된 인간의 복잡한 표정도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소설은 점점 그 매력을 잃고 사라지지 않을까. 그렇게 잠시 생각하던 시기였다. 

 

  애초부터 나와 작가라는 이름은, 나와  선생님처럼 어울리지 않는 호칭일지도 모른다. 나는 바보 같다. 나는 내가 생각이 많은 사람인 줄 알고 어른이 됐다며 으스댔지만, 생각이 많다고 하여 꼭 성숙한 것은 아니구나. 그저 잡생각이 많을 뿐. 

  나는 대체 무얼 하고 싶어 하는 걸까. 내가 정말 이야기 쓰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내가 과연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골치가 아팠다. 나는 어떠한 사소한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무심한 성격이 되고 싶었다. 무심한 성격이라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나는 다시 그의 노래를 듣는다. 그에게 있어 그 때 그 노래는 어떤 노래일까. 어떤 노래기에 제목을 이처럼 지었을까. 언젠가 그는 앞으로도 한글로만 된 가사를 쓰고 싶다고 인터뷰 한 적이 있다. 다행이다. 글이 사라져도 한글 가사를 쓸 뮤지션이 남아 있다는 게.  아니 어쩌면 글은 위기가 닥쳐도 꿋꿋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체 하면서도 글을 쓰거나 읽으면서 위로를 받으니까. 내가 사소한 것에 울거나 화낼 적마다 나의 팬이 되어 나를 응원해준 것 역시 글쓰기였으니까. 

  문제집처럼 정답과 해설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사랑하지만, 내가 작가가 될 만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 있어 글쓰기가 재능인지 단지 괜찮은 취미생활인지 나는 모른다. 300쪽이 넘는 한 권의 책을 나의 문장들로 채울 능력이 내게 있을지 나는 모른다. 내가 글쓰기에 파묻혀 살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온통 모르겠다.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건 해설지가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비록 일기에 그치게 되더라도 언젠가 조각상처럼 잘 다듬어진 멋진 문장을 쓰고 싶다는 것. 영상과는 다른 맛이 있는 꽤 괜찮은 문장들을.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어떠한 한 컷으로도 그릴 수 없는 이상의 첫 문장처럼.

  나는 노래 가사를 읽는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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