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가 되고 싶다. 온종일을 글에만 파묻혀 숨 쉬며 살아가고 싶다. 글을 쓸 때면 친구들과 숨 오래 참기 내기를 할 때처럼 시간이 1분 1초가 1시간 같았으면 좋겠다. 느낌상 길어진 그 시간에 한 음절이라도 더 백지 위에 올려놓고 싶다. 새하얗던 백지가 어느새 내 문장들로 까맣게 가득 찼다. 무수한 문장들 사이 띄어쓰기들의 거리, 문장들 끝에 절벽처럼 달려 있는 마침표들, 여기선 한 번 쉬어가자며 애원이라도 하는 듯한 쉼표들을 보며 이 안에 내 진심은 과연 몇 할이나 있을까 고뇌에 빠진다. 모두 지워버린다. 글이란 이런 것이다. 완성은 있어도 완벽이란 없는 것.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은 정작 더듬거린다. 그래서 말보다 글을 연습했다. 내가 적은 글만이 ‘진짜’ 나인 것만 같다. 야속하게도 진심은 항상 하지 못한 말 속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을 마주보는 순간이면 나는 스스로가 너무 야속해진다. 진심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내가 좋아하는 새벽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두운 책상 앞에 앉아 전등 하나에 의지해 편지를 적어나간다. 내 진심을 말이다. 그 순간의 나는 0.5mm 볼펜심보다도 가늘고 그 볼펜의 그림자보다 작아진다.
분홍에서 빨강으로 그 조금을 붉어지기까지 얼마의 세월이 필요한지 아는가. 무려 봄에서 가을까지의 거리이다. 벚꽃에서 단풍으로 익어가기 위해서는 몇 개월의 초여름만큼이나 더딘 세월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 글이 아직 봄이라면, 그리고 분홍이라면 아마 여름은 없을 것이다. 내 글의 계절은 반대로 흐른다. 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가을로 말이다. 분홍보다 좀 더 희미하게, 희끗하게 온통 하얀 색이 되었다가 무엇인가 결심한 듯 찰나에 붉어진다. 내 글은 삼 계절이다. 여름처럼 뜨겁지 않다. 미지근하거나, 오히려 살얼음보다 차갑기만 하다.
오늘도 글의 파도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자꾸만 먼 바다로 끌려가는 것만 같다. 이 시간, 전등 아래 어두운 것은 내 글뿐이다. 전등을 끄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검정 도화지에 소금이라도 뿌린 듯 찬란하다. 분명 어두운 밤인데 눈이 부신 건 무엇 때문일까. 이 지구에 무수한 구멍이라도 난 것 같다. 또한 저 소금들이 내 문장의 마침표가 되어줄 것만 같다. 밤하늘이란 이렇게도 눈부시다. 밤이 밝아온다. 새벽이 찾아온다. 나는 다시 가늘고 작게 펜을 쥔다.
정답은 무조건 많이 읽고 쓰는 것이지요.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