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44
어제:
52
전체:
305,861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18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을 짓는 사람>


서로 민망한 민낯으로 처음 만난 게 얼마 전인 거 같은데 평소보다 조금 바빴던 탓에 한동안 뜸했더니 어느새 꽤나 그럴듯하게 기초화장을 하고 있었다. 혹 너무 격조한 게 아닌가 잠시지만 가졌던 우려의 마음이 기우였음에 우선 감사했고, 허허하던 공터에 우뚝 들어선 제법 볼만한 건물의 튼실해 뵈는 골조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새삼 나날이 발전하는 건축기술과 그 이론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유독 더웠던 이번 여름, 한시도 손을 쉬지 못했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분들에게도 절로 감사가 나왔다. 얼마 전까지 왕돈까스를 팔던 곳이었으나 그 매출이 사장님의 기대보다는 훨 덜 했던지 고만고만 이어지는 듯하더니 어느 날인가 앙상한 깊은 곳을 드러내며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한낱 건물이었지만 그게 무엇이든 바닥이 드러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영 맘이 편치 않은 일인지라 지날 때마다 공연히 걸음을 재촉하곤 했었다. 한동안 바빠 그 앙상한 처음 모습마저 가물거리는 오늘에야 다시 그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어느덧 완성 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꽤나 그럴싸한 건물 한 채가 가을 하늘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처음을 알기에 신기했고, 신기에 더해 신비로웠던 것은 허하기 짝이 없던, 제 다 허물어져버린 그곳에 마치 거짓말처럼 새로운 무언가가 세워지고 있다는 거였다. 부러 속도를 내던 이전의 걸음을 오늘은 후진하는 속도로 여유를 부려 힐끔힐끔 새로운 것의 탄생을 되도록 찬찬히 살폈다. 이전의 공허함은, 기록적인 올 여름 더위에도 한시도 쉬지 않았을 부지런한 건축자들의 노력 덕분인지 오간데 없고 말쑥한 창조의 증거만이 우뚝할 뿐이었다. 아직 완성은 아니지만 중간쯤 형체를 드러낸 건물 위에 매달린 채 곡예처럼 건물을 누비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문득 오빠가 떠올랐다. 간간이 오빠가 들려주는 허물어짐과 다시 세움. 생각이 오빠에게로 흐른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빠는 집을 짓는 일을 한다. 거짓에 가까운 수식어로 굳이 장식하자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흔한 말로, 쉬운 말로 하자면 오빠는 현장에서 일을 하는, 과하게 솔직 하자면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감히 사람의 귀천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만약 오빠에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했던 과거가 없었다면 오히려 지금 오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한결 쉬웠을지도 모른다. 오빠가 꽤나 총명했었고, 꽤나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우등생이었으며, 지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만 대면 적지 않은 사람이 알 만한 학교를 잠시지만 다녔던 과거가 없었다면 차라리 오빠의 현재는 조금은 더 수월하게 이해될지도 모른다. 오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과 얼마 전 이곳의 황망함처럼, 비록 경제적인 형편이 그리 넉넉지는 않았지만 오빠는 어디 내놔도 크게 부끄럽지 않을 만한 똑똑하고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간혹 태어난 섬마을의 강인한 성격이 돌출되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남자다운, 장남인 오빠에게는 되레 장점이면 장점이지 단점은 되지 않았다. 고단한 노동 속에 살면서도 부모님은 언니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는 위안을 오빠로부터 받는 듯 했다. 오빠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공허한 벌판을 꽉 채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세어보니, 생각을 해도 될 만큼은 마음이 평안해졌을 때,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운 마음으로 오빠가 사라졌던 시간을 헤아려보니 조금 모자란 십 년이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근 십 년만에 오빠를 다시 만났다. 길어도 너무 길었던, 힘들다는 말로는 부족하기만 한 그 시간을 하지만 나는 설명할 수 없다. 분명 기억은 하지만 설명할 수는 없다. 오빠가 사라지고, 예상치 못한 어둠의 터널을 우리 가족이 통과하는 동안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견뎌야 했고, 또 견뎠다는 그 기억만을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십 년 만에 오빠를 다시 만났고, 정확한 가감의 논리를 연습하듯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우리는 또 다시 네 식구가 되었다. 변해버린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는 데만 일 년이 넘는 시간이, 어긋나기만 하던 이야기에서 겨우 꼬리를 잡아 대화 비슷한 것을 이어가게 되기까지 또 일 년, 그렇게 이전의 서로가 아님을 아주 조금이지만 인정하기까지 그렇게 삼여 년의 시간이 지나야 했다. 어린 내 기억 속에 밥 반공기도 겨우 넘기던 오빠는 변해버린 시간 속에 꾹꾹 눌러 담은 노모의 밥을 달게 먹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고, 유독 외국어에 재능이 있어 어렵잖게 볼 수 있었던 암호와도 같은 필체로는 오늘 현장에서 사용된, 그 용어도 익숙지 않은 건축자재들의 이름이 즐비했다. 다 인정했다 하면서도 무슨 미련에선지 끝내 놓지 못한 부분이 아마도 오빠의 개성 있는 필체가 아니었나 싶다. 애쓰지 않아도 땀 냄새가 먼저 올라오는 스프링노트를 숨을 죽여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인정하는 게 아니라 인정해야,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는 명령과도 같은 음성이 귓전에 다가왔다. 시간은 이미 흘렀고, 아무리 자주 떠올리고 아쉬움의 한탄을 들이붓는다 해도 다시 그 시간이 돌아올 수는 없다는... 너무도 당연해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 않던 사실이 마치 한 줄의 진리처럼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왔다. 가슴으로 온 말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기는 힘들었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오빠를 만난 지 네 해째가 되던 어느 날에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오빠는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실수처럼 나온 엄마의 무안한 말에 오빠는 능숙한 세월의 말솜씨로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은 지금의 이 일이 좋다고... 그렇게 말했었다. 당연히 그 말을 그대로, 혹서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게 탄 피부와 혹한이면 기이한 모양으로 단단해지는 손마디가 괜찮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단 하나 믿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다시 세움의 기적만은 진심으로 긍정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장남으로서 느껴야 했던 상상이상의 부담감. 그리고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십 년의 시간과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 날카로운 돌부리 외에는 그 무엇도 없는 삭막한 벌판 같은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한 두려움. 오빠는 그렇게 허물어진 곳에서 땅을 고르고 기초를 다져 오늘 내가 그런 거처럼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놀랄 만한 꽤나 볼만한 건물을 올린다. 마치, 오빠의 이전 모습을 알던 사람들이 쉽게 내뱉던 가망 없던 모습을 가망을 넘어 희망을 소리칠 만한 모습으로 다시 세우는 일. 오빠는 이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허물어진 자신의 삶을 다듬듯 오빠는 매일매일 거친 모래바람을 마시며 철근을 세우고 기둥을 만들고 또 창을 낸다. 오빠는 집을 짓고 있다. 허물어진 자신의 과거를 되돌리듯 쉬지도 않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빠는 집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제 나는 이렇게 오빠를 말한다. 현장일, 막노동, 이런 솔직함을 가장한 오빠의 시간을 비하하는 말 대신 나는 이제 우리 오빠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는 허물어진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서러운 시간들을. 멋진 건물의 완성이 그리 멀지 않은 거 같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이곳에 오면 나는 또 다른 새로움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빠를 집 짓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소개하길 원한다.


❍ 이 름: 박희영(010. 9327. 2835)

❍ 이메일: rydbr30@nate.com
























































































































































  • profile
    korean 2017.02.27 20:59
    수필공모는 두 편 이상 제출해야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열심히 정진하다 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753 제 22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부문 '회고의 늪' 외 1편 1 연어 2018.04.10 16
752 좋은생각 1 정수엄마 2019.06.08 16
751 수영장 1 진자 2018.03.03 17
750 수필공모 2. <분홍 스웨터> 1 정태정 2016.12.08 17
749 제 14차 창작 콘테스트 공모전 1 상큼이 2016.11.19 17
748 <제24차 창작 콘테스트-수필><늦깎이 대학생>외 1편 1 작가지망생 2018.08.10 17
747 방관자 1 부용 2018.04.03 17
746 [월간문학 한국인 제 21차 창작콘테스트] 빛바랜 마징가 외 1편 1 신두열 2018.02.09 17
745 시시한 인간 외 1편 1 채송화 2018.02.10 17
744 바뀌지 않는 것 1 부용 2018.04.03 17
743 <제 22차 창작콘테스트-수필> [독서의 무한함-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과 함께] 1 22088 2018.04.10 17
742 제 2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 <날마다 비타민을 건네는 남자 외 1편> 1 순달이 2018.08.08 17
741 우리는 그날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졌다 1 적극적방관자 2020.04.01 17
740 제 35차<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인연은 육체가 아닌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1 G.Fauré 2020.05.27 17
739 [제 32차 창작콘테스트] 네가 만족했다면 그걸로 충분해 1 손정훈 2019.12.08 17
738 수필 공모(2) - 글쟁이가 되고 싶은 벙어리 1 기묭찌 2016.11.15 18
737 #3. 글쓰기 1 주열매 2016.11.30 18
» <수필공모> 집을 짓는 사람 1 봄봄 2017.02.06 18
735 [제15차 창착콘테스트]수필공모 1 유니맘 2017.02.07 18
734 미리내의 여름 1 박미기 2018.02.06 18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