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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마징가


어린 시절, 나에게 아버지는 ‘마징가’와 같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스스로가 몇 살인지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그 당시, 나는 집 앞에서 울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한참을 울었다. 울다 지쳐 땅에 앉아 있을 즈음,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나를 안아주었다. 어렸을 때 나는 대부분의 기억이 이러하다. 혼자 방안에 앉아서 가만히 있다가 우는 것. 그 당시에 나는 참 울보였던 것 같다.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우는 그 어느 순간에도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와 닮은 얼굴에 비슷한 표정,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까. 나는 아버지가 너무 좋았다. 여태까지 왜 안 오고 이제 왔을까하는 투정도 없었다. 그냥 너무 좋았다. 나에게 가족이 한 명 더 생겼다. 그 정도 의미만으로도 혼자였던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못하는 것이 없었다. 고민이 있으면 함께 해결해주고 가족을 지키겠다는 사명감과 가장으로서의 당당함,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아참, 고장난 물건도 뚝딱 고쳐내곤 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봤을 때 그러한 모습들은 정말 완벽하고 멋있었다. 그 시절 나는 아버지가 흡사 만화에 나오는 마징가와 같다고 생각했다. 못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아버지를 닮아가려고 노력했고 존경해왔다. 물론, 지금까지도.

 

어느덧 나도 어른이 되었고 명절에 시골에 내려간 적이 있다. 바빠서 가지 못한 아버지 대신에. 저녁에 다 같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나도 모르게 외면했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을 때, 가족 앞에 나타나지 못했을 때, 가족에게 미안함을 혼자 속으로 삼킬 때, 모든 것을 홀로 책임지고 해결하려고 했던 그 모습 속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까지도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모든 것을 듣고 나서야 드디어 아버지의 얼굴에 드리운 주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여전히 위대한 존재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묵묵히, 꿋꿋하게 이겨내는 그런 존재이다. 항상 가족을 아끼며, 웃음을 잃지 않고 헌신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치, 어렸을 때의 마징가 장난감처럼 말이다. 만약, 나에게 지금도 그때처럼 아버지를 마징가로 바라보느냐.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지금은 아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마징가라는 존재가 무엇이든지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그 마징가라는 존재도 때로는 힘들고 아프며, 위로 받고 싶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는다. 더 이상 아버지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기에. 나 스스로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아버지는 완벽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내 가슴 속에 살고 있다. 마징가로서, 빛이 바랜 채로 말이다.


    



져주기 시합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잘하지 못했다. 체격도 작고 구기 종목에 그다지 흥미도 없었다. 그런 내가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하나, 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운동. 그것은 바로 당구이다. 나의 당구 이야기는 고등학교때 부터 시작이다. 고등학교 시절, 아빠가 당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궁금해졌다. 어떻게 하는 운동인지, 그리고는 배우고 싶어졌다. 아빠랑 같이 할 수 있는 실력으로 올라갈 때까지.

 

내가 처음으로, 아빠에게 당구를 치자 했을 때, 아빠는 웃었다. 아마 귀여워 보였을까. 주위 친구들 중에 제일 잘 치는데, 나름 자신감도 올라왔는데, 졌다. 왼손으로 친다는 큰 핸디캡을 받고도 지고 말았다. 실력 이가 너무나 심했기에 아쉬운 패배조차 아니었다. 하지만, 뭐랄까. 즐거웠다. 아빠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논 기억이 없었기에, 너무 즐거웠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했던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나의 실력을 계속 좋아졌고 당구에 매력에 크게 빠졌다. 물론, 아빠를 이기기 위해서. 아니, 아빠랑 계속 놀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아빠와 함께하는 그 시간은 정말 소중했고 귀했으니까. 너무 행복했으니까.

 

“아빠가 지면 너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아빠는 내가 아직 그 허접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줄 안 것일까. 너무나도 바쁜 아빠와 당구를 칠 시간이 자주 없기에 아빠는 내 실력이 많이 올라온 것을 몰랐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당구를 핑계로 무언가를 사주고 싶으셨던 걸까.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아빠를 이겼다. 즐거웠다. 당구를 치면서 웃고 얘기하던 그 순간들도.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호탕하게 웃으며 칭찬해주던 아빠의 모습도. 모든 것이 즐거웠다. 비록 왼손을 이겼을지라도. 그렇게, 반년에 한 번 정도 나는 아빠와 당구를 쳤다. 아빠는 너무 바빴으니까. 더 놀고 싶은 내 마음만 내세울 수는 없었으니까. 아빠의 몇 번 없는 휴일을 뺏기에는 너무 죄송했으니까.

 

아빠가 처음으로 나에게 당구를 치자고 하던 날이 있었다. 아빠의 휴식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을 눈치 챈 것일까. 아빠는 그 날, 정식으로 오른손으로 당구를 쳤고 나는 다시 한 번, 실력 차이를 느꼈다.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것은 예전부터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빠가 나에게 먼저 당구를 치자고 한 순간, 아빠 역시 나와 당구를 치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아빠를 귀찮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나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으니까.

 

그렇게 당구라는 매개체는 우리 부자를 연결시켜 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일이 될 때,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그리고 휴가를 나왔을 때까지. 우리 부자는 특별한 날이면 함께 당구장으로 향했다.

 

“아빠, 200이 400을 어떻게 이겨!!”

20살 즈음부터, 내가 아빠한테 했던 변명이다. 내가 아빠와 당구를 치고 지던 날이면 내가 늘 변명 아 했던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빠가 지기 시작했다. 아니, 져주기 시작했다. 아빠는 나에게 져주었고 나는 우쭐거렸다. 어느새 아빠의 즐거움은 져주고 나의 모습을 보며 칭찬해주는 것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내가 늘 지고도 기분 좋았던 것처럼.

 

“아빠, 200이 400을 어떻게 이겨, 져주는 거 너무 티 나지만, 즐겁다.

 

신두열/010-6437-0568

0568s@daum.net


  • profile
    korean 2018.02.28 18:40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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