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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비타민을 건네는 남자

 



뭐 그리 좋은 일이 있다고 매일 웃고 다녀?”

 

오늘도 귀여운 시비가 오간다. 목례만 하던 사이였는데 요즘은 제법 주고받는 말이 길어졌다. 그와 나는 통성명도 하지 않은 사이. 그가 출근할 때 나는 퇴근하는 사이. 고로 매일 마주치지만 두어 마디 주고받는 게 전부인 사이다.

 

언제부턴가 젊은 청년들이 사라지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 연배쯤 되는 분들로 바뀌었다. 회사에서 보안 차원으로 층마다 두는 경비원. 우리 층에는 유독 인상이 좋아 보이는 그분이 오셨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매. 마치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 마냥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시니 어느새 엘리베이터 타러 가는 길이 유쾌해졌다. 우리 사이에 대화의 공통분모는 없었다형식적인 인사치레를 제외하고는 주고받을 말도 사실은 없다.

 

그럼에도 무언의 안부는 끊임없이 오간다. 예컨대 퇴근할 것 같은 직원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오면 그는 재빨리 1층으로 가는 버튼을 눌러놓는다. 멀뚱멀뚱 서서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을 줄여주는 셈이다. 스마트폰에 심취해 그의 작은 배려를 놓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누구에게나 한결 같은 배려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아이,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목례만 주고받았던 그와 물물교환이 시작됐다어느 날, 점심 먹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그가 나를 불렀다.

 

잠깐만요.”

?”

이거 누가 준 건데 먹어봐. 맛있대.”

 

내 손바닥에 올려진 사탕 두 개. 중국 사탕인 건지 촌스러운 포장지에 투박한 간체 두 글자가 떡하니 박혀있다. 별 생각 없이 입에 넣었는데 웬 걸. 맛있다. 그렇게 알사탕 같이 고소한 사탕 두 개를 얻어먹었다.

 

다음날 그를 마주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안녕하시냐, 감사하다. 뻔한 대화가 아닌 다른 소재 거리가 생각났기 때문에.

 

맛있었어요. 그 사탕!”

그래요?”

 

소탈하게 웃는 그는 손을 다시 호주머니로 가져간다. 잠시 후 똑같은 사탕을 내놓는다. 드시라고 거절하니 사탕 하나 가지고 뭘 그러냐며 받아두란다. 그렇게 또 사탕을 받고 말았다. 내려가는 길, 잠깐 들른 편의점에서 박카스를 하나 사들었다.

 

뭘 이런 걸 다. 잘먹을게요.”

 

사탕 두어 개지만 받고만 있자니 마음이 불편했는데 조금은 후련해졌다. 사탕이나 박카스나 돈 몇 푼 안 하는 주전부리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우리 사이에는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5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탕과 박카스의 작은 향연이 펼쳐지곤 했다. 안녕하시냐는 안부만 묻던 우리의 대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번 사탕은 맛이 어땠네, 저번에 마신 그 음료는 탄산이 어땠네. 소소한 그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즐거웠다. 야근하는 날 어느 새벽, 업무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작은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가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면 알람 소리가 울리는데… 그러면 저 분이 깰 텐데… 고민하다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뒤돌아 보니 몇 몇 직원들이 계단으로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다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뭐 그리 좋은 일이 있다고 매일 웃고 다녀?”

 

얼마 전 퇴근길. 이제는 제법 편해진 우리 사이. 주위를 잠깐 살피더니 비타민 사탕을 꺼내서 내민다. 은박지에 붙어있는 두 개짜리 비타민 사탕. 그의 손은 이어 붙은 포장지를 열심히 찢고 있다. 한 개를 나눠주려고 하는 듯 한데 큼지막한 투박한 손길에 그 작은 포장지가 쉬이 찢어질리 없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알람이 울리자 그는 성급하게 비타민을 건네온다. 찢겨진 포장지 사이로 비타민 사탕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이게 사과 맛인데 맛있대요.”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바지를 갈아입으려는데 호주머니 속 잊고 있던 비타민이 나왔다. 이게 그 맛있다는 사과 맛 비타민이구나. 한입에 쏘옥 넣으니 시고도 달다. 엄지손톱만한 비타민을 쪽쪽 빨아먹으며 빨갯감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건네주던 그분의 인자한 미소가 떠오른다.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인연, 알고도 모르게 살아갈 법한 인연. 스치고 스쳐가는 일상 속 작은 만남들에서 나는 오늘도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을 맛본다. 작아서 금방이라도 흩날려 날아갈 것 같지만 그런 행복을 나는 누군가에게 나누려고 한 적이 있던가.






술자리에 나온 30대의 고민들


 

육아휴직중인 34살의 그녀가 말한다. 그녀에겐 6개월 된 예쁜 딸래미가 있다. 종일 아이와 집에서 사투를 벌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만 보면 그렇게 화가 난단다.

 

"난 진짜 안 그럴려고 하는데 남편만 보면 화가 나는 거야 괜히. 난리 치다가 좀 내 기분이 가라앉으면 '나 우울증인가봐' 그러면 남편이 그제서야 '응, 그런 것 같아' 하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아기랑 둘이 집에 있잖아? 그러면 정말 우울해져.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나은데. 그래서 내년부터 남편도 육아휴직할 것 같아. 나도 1년 더할까 생각 중이고."

 

친정 엄마한테 부탁드리면 되지 않냐는 주변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그걸 알면서 용돈 몇 푼 쥐어드리고 부탁하기 미안하다고. 설령 벌이가 적다 한들 내가 직접 돌보는 게 속이 편하다고.

 

맞은편에 앉은 그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1년짜리 육아휴직을 앞두고 있는 13개월 딸래미 아빠. 회사 최초로 육아휴직을 쓰는 남자 직원이다. 사장은 농담조로 만류하려 했다지만 선후배들은 동경과 응원의 시선을 보냈단다.'너가 첫걸음을 떼는 거야. 좋은 결정을 내린 거야' 추켜세우지만 정작 그의 어깨는 무겁다고 했다.

 

"그래. 21조가 되면 최고 좋지. 부부가 같이 돌보는 건 의미가 있어. 그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건 엄청난 의미야. 내가 애기 목욕시키고 있으면 와이프가 수건 깔아주고. 내가 수건으로 닦고 있으면 와이프가 우유 타고. 육아는 가만 보니까 끊임없이 돌아가는 거라 같이 하면 서로에게 훨씬 좋아."

 

옆에서 듣고 있던 그녀가 조심스레 말한다. 갓 결혼한 신혼 생활 중인 30대 초반인 그는 아직 자녀 계획이 없다. “퇴근 안 하고 뭐해? 빨리 가서 남편 밥 차려줘야지.” 저녁 때 화장실에서 마주친 여자 선배의 한 마디에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월급도 내가 더 많이 벌고 퇴근시간도 내가 훨씬 늦는데 왜 나에게 저녁 차리는 일이 의무가 돼야할까. 그녀는 의문이라 했다.   

 

"나는 언제 아이를 가져야할지 모르겠어. 지금은 일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내가 감정적으로 괜찮을 때 준비가 됐을 때 갖고 싶은데 하도 노산이다 어쩐다 하니까 괜히 걱정돼서. 집도 없는데 애까지 생기면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어떻게 사나 싶기도 하고. 첫째는 가지고 싶은데 둘째는 내 경력이…"

 

가만히 듣고 있던 결혼 8년차 남자가 말한다. 그에겐 6살 된 딸아이가 있다.

 

"괜찮아. 급할 거 없어. 지금을 즐겨. 신혼 때는 둘이 노는 게 가장 재밌는 거야. 난 연애할 때도 술을 안 먹었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만날 안주 만들어서 둘이 술 먹고. 집에 안 데려다줘도 되니까. 그게 그렇게 좋고 재밌더라고. 신혼이지 그게."

 

 

나는 그저 와인을 홀짝거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와, 멋져요. 육아휴직이라니. 멋있다"


맞장구를 열심히 치고 있는데 왜 속에서는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저들이 이야기하는 그 어떤 것에도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그렇겠구나, 힘들겠구나,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겠구나. 어렴풋이 짐작하며 애써 끄덕거리지만, 정작 그런 나는 결혼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당장 남들처럼 결혼식을 올릴 여유도, 들어갈 신혼집을 얻을 돈도 없다. 월세든 전세든 어떻게든 구해서 산다한들 월급도 안 나오는 육아휴직을 신청할 용기도 없다. 어떻게든 부업으로 돈벌이를 확보해놔야 마음 놓고 아이를 가질 수 있겠다. 아이는 같이 보는 게 의미가 있을 거라며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권할 수 있을까. 조금 없어도 사랑하니까 괜찮다며 여유 없는 생활 앞에서 나는 과연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와인 한 잔을 비워냈다.

 

그래도 괜찮다. 저마다 살아가는 환경도 방식도 다를 뿐이겠지.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는 거고 모두가 같은 환경일 수는 없다. 그러니 고단한 날, 식탁에 마주 앉아 와인 한 잔 같이 비워내며 '괜찮다'고 같이 웃을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나는 게 우선이겠다. 

    


 

유승민 010-7327-6127

iga1529@naver.com 

    

 

 

 

 

 

 

 

 

    

  • profile
    korean 2018.08.31 22:55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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