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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랑 

1.

    아파트 경비실 옆에 누군가 기르던 고양이를 버리고 갔다. 아직 어려서 잘 기지도 못하는 고양이를 경비원 아저씨는 박카스 상자에 담아 옆에 두고 돌봐 주고 있었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 전에 그곳에 들러 인사하고 방과 후에 그곳에 앉아 한참 동안 놀다 가곤 했다. 우리 집 아이 둘도 등교 전 항상 그곳에 들러 무엇인가를 주는 것 같았다.

    일주일이 지난 후 딸 아이는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말을 꺼냈다. 그 고양이를 우리가 키우면 안 되냐고 졸라 보았다. 우리 네 식구 살기도 비좁은데 무슨 고양이냐? 핀잔과 더불어 거절당한 딸 아이는 그곳에 가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또다시 며칠이 지나고 집에 들어올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딸 아이는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는 경비 아저씨가 이번 주 수요일까지 데리고 가는 사람이 없으면 고양이를 버린다고 했다면서 우리가 키우면 안 되냐고 처음보다 더 세차게 졸라댔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딸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간 후 한참 만에 자기 방에서 나왔다.

    다음 날 아이들이 등교한 후 집사람은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내 방 한 곁에 작은 상자를 두고 그 속에는 참치캔과 물이 담겨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이다. 매번 유기된 고양이를 데려올 때마다 내 방은 동물 보호소가 된다. 고양이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낯선 환경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들어다 무릎에 앉히면 조용해지면서 곧 잠이 들었다. 사람 손이 많이 탄 듯하다. 집사람은 잠시 데리고 있다가 다른 집에 보낼 작정이었다. 응접실 컴퓨터 앞에 앉아 고양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입양할 사람을 찾는 듯했다.

    아이들이 하교할 때쯤에 고양이는 베란다로 쫓겨났다. 아이들이 보면 우리가 키우는 거로 착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날 아이들은 집에 돌아와 고양이가 없어졌다고 집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대화는 저녁 식탁 위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고양이의 이사는 오전 오후 반복되었고, 다행히 목소리가 작아서 작은 집에서 북적대는 소리와 섞여 아이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좀처럼 입양할 사람을 찾지 못했다. 고양이 용품이 점점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하교 시간을 더 세밀하게 따져 봐야 했다. 고양이를 베란다로 옮기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틀이 지났으나 아이들이 천성적으로 나를 닮아서 둔한 것인지 이틀이 지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똥을 아무 데나 누는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양이를 집 밖 복도 구석에 모래통과 함께 옮겨 봤다. 상자 속에 모래통을 두고 거기서 배변하는 습관을 들여 보려고 했다. 물론 이것도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만 가능했다.

아이들이 보통 때보다 일찍 하교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잠깐 당황했지만 문을 열었을 때 고양이 상자는 문 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었다.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있었던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에 고양이는 상자에서 튀어나와 열려 있는 현관 문으로 들어 왔다. 작은 아이는 고양이를 보고 누나 저 고양이 봐 우리가 봤던 그 고양이야!”하면서 소리쳤다. 순간 집사람의 얼굴에서 난처함이 엿보였다. 그리고 우리가 보고 싶어서 찾아 왔나봐!”하면서 고양이를 덥석 안았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집사람은 웃었고 마음이 흔들리는 듯한 얼굴빛이 순간 감돌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가 키울까하는 생각이 얼굴에 비쳤다.

    이제는 공개적으로 한 식구가 되었다. 목욕시키고 잠자리 마련해 주고 곁방 신세에서 이제는 왕자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똥오줌은 잘 못 가린다. 꼭 화장실 바닥에서 배변하고 그 처리는 내가 도맡아 했다.

    아이들이 이것저것 먹여서 그런지 설사를 했다.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갔다. 발 벗고 나선 애는 큰 아이였다. 더운 여름에 수건으로 칭칭 감고 동물 병원으로 나섰다. 가는 길에 고양이는 계속 울었다. 더워서 저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딸아이의 마음을 아는지라 그대로 놔두었다. 동물 병원비가 사람들 병원비보다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아이들도 모두 회충약을 먹었다. 유기된 동물에게는 회충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잘 옮기니 회충약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집사람이 전화 한 통을 받고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데리고 가겠다는 사람이 나선 것이다. 아이들은 다시 시무룩해졌다. 집사람에게 언제 데리러 오냐고 딸아이가 물어봤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데리고 가면 안 되냐고 졸라 보기도 했다. 집사람과 딸은 타협점을 찾았고 아이들은 더욱 정성을 쏟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배변을 모래통에서 할 때쯤 우리 집을 떠났다. 집사람과 딸아이가 만날 장소에 같이 갔다. 딸아이가 걱정스러웠다. 그날 집에 돌아온 딸아이의 표정이 그렇게 슬퍼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엄마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같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 모종의 거래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 나이 때 배워야 할 것을 배웠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오래전에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다 키웠단다. 다른 식구들은 탐탁지 않아 했는데, 그 집에서 가장 어린 소녀만 그 강아지를 좋아했다고 한다. 집에 아이라고는 그 아이 하나뿐이고 그 아이의 부모들은 맞벌이 하느라고 집을 비웠다. 아이와 같이 놀면서 지내라고 집에서 기르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후에 다른 식구들도 강아지와 정이 들었고 모두 강아지에게 잘해 줬다고 한다. 소년은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그 강아지도 성견이 된 지 오래되었다.

    그 개는 며칠 전부터 밥을 먹지 않아서 억지로 음식물을 입에 넣었다고 하는데 병이 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동물 병원에서는 나이가 들어 그렇다고 하였다. 그 개는 병원에 갔다 와서 얼마 안 된 어제 죽었다고 한다. 마지막 날에는 숨을 헐떡거리며 몹시 힘들어했다고 한다. 식구들은 저렇게 힘들면 그만 가지 왜 저렇게 참느냐고 걱정을 했다. 물론 이틀 전부터 전조가 보였지만 어제는 유독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숨을 헐떡이며 식구들을 둘러 보고 다시 머리를 박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 날 청년은 좀 늦게 귀가했다. 식구들이 개의 주변에 앉아 있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고 얼른 다가가 그 개를 안았다. 개는 그 청년의 품에 안긴 후 몇 번 헐떡이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개는 아침부터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그 청년을 기다렸던 것 같다. 동물이 그럴 수 있냐고 의아해 했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들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가까이에서 봤을 때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만 구분에 관한 비망록   



 

 

    유학 시절 반 친구들과 구분(九份)에 놀러 갔다. 그날 카디건을 입었던 것을 기억하면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쯤이었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 산 쪽을 바라보았다. 산은 안개에 싸여 보이지 않았고 산기슭에 있는 구분이라는 마을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관광 안내 책자에 담긴 모습만 상상하며 가파르게 경사진 산 언덕을 걸었다. 안개가 내 주위의 모든 물체를 삼켜 버리고 바로 내 앞에서 걷고 있는 친구의 등 모습만 보였다. 선두로 가던 친구의 모습은 볼 수조차 없었다. 가끔 친구의 안부를 묻고자 얼굴을 돌리지만 친구의 모습만 보일 뿐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했다. 우리는 발 밑에 보이는 아스팔트 길 위에 그어 놓은 흰 선을 잡고 올라 갔다. 길가 옆에 군데군데 늘어진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물기를 한껏 먹은 달무리처럼 보였다. 그날 습기에 젖은 카디건은 축축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 완전히 벗어 내 가방끈에 둘둘 말면서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카디건은 비에 젖은 게 아니라 안개에 젖었다. 이 때문에 그날 기억의 실마리는 카디건과 연결되어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았다. 몇 십 분 전까지만 해도 바로 앞 친구의 모습만 볼 수 있었는데 점점 선두에 선 친구의 등 모습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주위의 모습이 서서히 흰 망사를 올리며 우리 앞에 펼쳐 졌다. 안개가 걷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동네 모습은 책자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빛바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시 나는 실망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더 기대하게 했기 때문이다. 빛이 바랜 단층 건물, 길옆의 정자, 종교사원, 나는 과거의 시간 속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문에 구분은 내 기억 속에는 고색창연한 마을이다.

    앞 길에만 집중했던 내 시야는 이제는 긴장이 풀어 졌다. 그러자 나는 뒤가 궁금해졌다. 머리를 돌렸다.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어떤 감탄사도 입 밖으로 뱉어내지 못했다. 큰 산이 불쑥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치 땅에서 솟아 오른 것 같았다. 산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었다. 산은 줄곧 우리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짙 푸른 숲으로 치장한 거대한 산이 소리없이 우리를 쫓아 오고 있었던 것이다. 주의의 환경이 부분적으로 보이다가 전체 풍경이 한꺼번에 내 눈에 들어 왔다. 조금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세상 풍경이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났으며 이는 천지창조와 같은 경이로움이었다.

    처음 이 마을에는 아홉 가구가 살았다는데 그들이 처음 이곳에 들어온 날도 안개가 산을 덮었던 그날이었을 것이다. 해진 카디건을 아직 옷장 속에 묻어둔  마음, 어쩌면 구분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자 했던  마음이었을 지도 모른다.

 

 

   



 



세상이좋은사람

changju06@naver.com

01053732593

 

  • profile
    餘雲 2017.08.05 17:25
    애듯하신 동물사랑의 아름다우신 마음을 엿보고 갑니다.^^
  • ?
    세상이좋은사람 2017.08.05 20:50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korean 2017.08.31 20:59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하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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