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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9 09:00

유학 그리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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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그리고 아버지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 날,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일시적인 이별이 너무 애통하였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세상을 보다 넓게 보는 사람이 되어라고 하신 말씀을 계속 되뇌이며 열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고있는 비행기 안에서 끓어오르는 나의 눈물샘을 달랬다. 비행기에서 슬픔을 잊으려 잔잔한 노래도 듣고 영어 관련 책도 읽다보니 어느새 짐을 챙겨 공항 밖에서 고국과는 사뭇 다른 공기를 마시며 내가 입학하게 될 시골에 있는 학교를 향해 갔다. 신기하게도 교내의 건물들은 1층위로는 짓지 않았을뿐더러 축구를 할 수 있는 풀이 파릇파릇한 잔디밭이 있었다. 짐 가방이 무거워서 끙끙거리는 와중에 양손으로 들었다 놨다 하며 지친 기색으로 잔디밭에서부터 기숙사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나였지만 짐은 정리하고 쉬어야했기에 짐 가방을 열어 물건들을 꺼내는 도중에 가족사진을 발견했고 비행기 안에서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내었다.


눈물이 가시기전에 학기는 시작되었고 교실에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였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업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그 나라 아이들은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반면에 나는 쭈뼛거리며 외국여행책에서 나올 법한 기본적인 문장들을 나열하며 말을 천천히 이어나갔으나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소외시켰고, 난 소외당했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나 자신의 영어 실력이 불편했기에 모국어인 한국어로 말이 통하는 다른 고학년 유학생들 중에서 한명이랑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부터 나를 챙겨주지 않았고 그렇게 또다시 외로워져서 기숙사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워가며 울고 또 울었다. 훌쩍이는 도중에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았고, 문득 생각이 났다. 이 시각이면 다른 날이랑 다름없이 아버지에게 전화가 올 것임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역시나 항상 하셨던 질문처럼 밥은 먹을만 한지, 친구는 많이 사귀었는지 물어보셨다. 아버지의 국제전화에 대답을 할 때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내 대답은 오직 한가지였다. “밥도 맛있고 친구들도 굉장히 잘해주니까 걱정마세요 아빠”. 타지에서 힘들어하는 나의 상황을 곧이 곧대로 말하면 나보다 더 힘들어하실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몇 달이 지났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그 사이에 난 혼자서 영어로 된 영화 혹은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자막있게 봤다가 자막없이 보면서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키워나갔다. 어느정도의 능력을 제대로 된 실력으로 전환하고 싶었고 나의 바램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나라에서 온 아이들과 친구가 되면서 대화할 상대가 전보다 훨씬 늘었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붙어서 전날 종이에 메모해놓았던 어휘를 다음날 실생활에 적용하며 언어를 익혔다.


예전과는 정반대로 자신있게 발표하고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선생님들과 날 무시하던 아이들 모두가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 무시하던 아이들도 하나둘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아버지와의 통화에서도 할 얘기가 산더미였다.


고하빈

claire_ko@naver.com

010-6567-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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