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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7 16:26

엄마, 1년 외 1편

조회 수 160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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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1년


  2014년 7월 20일 오전 6시. 이게 이슬인가? 안되는데.. 아직 출산준비물을 다 사지 못했는데.. 자꾸만 배가 알싸하게 아픈게 심상치 않다. 곤히 자고 있는 신랑을 깨웠다. 나 진통 오는 것 같아. 라면 좀 끓여 줘. 후르륵, 후르륵. 열달을 참아왔던 라면을 천천히, 경건하게 먹고 출산용품매장으로 갔다.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기어이 출산용품을 다 사고 집으로 왔다. 거실에 눕듯이 앉아 출산가방을 싸고 있는데, 한겨울에 헐벗은 아이처럼 온몸이 벌벌벌 떨린다. 안되겠다. 병원에 전화해줘.

  2014년 7월 20일 오후 7시 41분. 2.02kg, 49cm. 나는 아주 작은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아기가 왜 이렇게 작아? 놀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더 놀랐었고, 버려진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선이의 팔과 다리는 내 심장을 멎게 했다. 눈을 감았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 선이를 품었던 열달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  그럼 산책 대신 낮잠을 자고, 커피 대신 우유를 마셔야지. 주말마다 나들이를  가는 대신 선이에게 입힐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야지. 3일을 산부인과에 있었고, 퇴원과 함께 조리원으로 갔다. 뽀얗고 하얀 아기들 틈에 빨갛고 작은 내 아기가 있었다. 낯선 2주 동안 나는 42번의 미역국을  먹었고, 기저귀 가는 법, 목욕 시키는 법, 젖 물리는 법, 분유 타는 법 등을 배웠다. 그 사이 복사뼈가 안보이도록 부었던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선이는 제법 살이 올랐다.

  2014년 8월 4일. 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왔다. 우리 집, 우리 세 사람의 집. 집 안이 너무 더워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던 선이는 에어컨이 틀어진 차 안에서야 쌔근쌔근 잠이 들었고, 다음날 우리 집에도 에어컨이 생겼다. 그 후 하루하루가 '모르겠다'의 연속이었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모르겠다의 끝은 언제나 자책이었다. 나 때문이지, 뭐.

  2014년 10월 27일. 선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되었다.  곰은 백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사람이 되었는데, 선이는 백일 동안 모유와 분유만 먹고 천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엄마가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두근대던 심장은 여유를 찾았고, 폭포같던 눈물은 샘물이 되었다. 백일상을 직접 차려주고 싶어 인터넷을 뒤적거려 준비물을 사고, 선이가 잠든 사이 열심히 오리고 붙였다. 높은 천장에 알록달록한 꽃볼을 달고, 하얀 커튼 위에 가랜드를 붙이고, 테이블 위에 실크로 된 하얀 천을 깔았다. 테이블 가운데에 햐얀 생크림 케이크를 놓고, 왼쪽엔 떡(백설기, 수수팥떡, 오색경단), 오른쪽엔 과일(바나나, 오렌지, 청포도)를 놓았다. 케이크 앞에는 명주실, 탯줄 도장, 금반지를 놓았다. 그래도 어딘가 허전한 것 같아 부랴부랴 백화점에 들러 귀여운 컵케이크를 사왔다. 삼신상도 차려주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였다. 우리 아기 발 크게 해주세요.

  2014년 11월 3일. 복직. 예쁘게 잠든 선이를 두고 출근을 했다. 엄마, 선이 잘 있어? -응, 잘 있으니까 걱정말고 너도 잘 있다가 와.  궁핍해지는 것이 무섭고,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두려워 복직을 결정했지만  마음 한켠이 계속 묵직했다. 잘 한 걸까? 나중에 후회하진 않을까?

  2014년 11월 14일. 선이가 뒤집기에 성공했다. 나는 한껏 달뜬 얼굴로 동영상을 찍어 신랑에게, 친정식구들에게, 시댁식구들에게 전송했다. 선이 빼고 모두가 호들갑이었다.

  2014년 12월 25일. 이유식을 시작했다. 한 달 전부터 이유식 책, 이유식 조리기, 이유식 스푼, 이유식 냄비, 이유식 칼 등을 사들였고 그걸 지켜보던 엄마는 유난이라고 했다. 쌀미음을 만들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이에게 가져갔다. 날름거리는 선이의 혀에, 긴장이 되어 잔뜩 올라갔던 어깨가 슬그머니 내려오고 대신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2015년 1월 1일. 선이는 두 살이 되었다. 두 살을 기념하여 신랑과 나는 다투었고, 다투고 나니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와?" 늘 퇴근 시간을 재촉했다. "선이 분유 좀 타줘", "선이 기저귀 좀 갈아줘" 신랑을 부리기에만 바빴다. "나 너무 피곤해,  우린 그냥 대충 먹자" 선이 이유식은 인터넷이며 책을 뒤적여 밤잠을 설쳐 가며 만들면서, 신랑의 저녁은 늘 대충이었다.

  2015년 3월 24일. 엄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엄마 손엔 초콜릿이 들려있고, 그걸 입맛을 다시며 올려다 보고 있는 선이. 초콜릿 먹인 건 아니지? -하나 먹였는데. 왜, 안돼? -그걸 왜 먹여? 가시 돋친 말로 대꾸하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거 하나 먹는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닐텐데. 왜 그랬을까..

  2015년 5월 5일. 39.1℃. 선이가 처음으로 아팠다. 대신 아프지 못해 더 아팠던 이틀이 지나고, 선이는 씻은 듯이 나았다.

  2015년 7월 19일.선이와 함께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우리는 뷔페를 예약하고 돌잔치를 치루기로 했다. 빨간 한복을 입고, 화장을 받기 위해 메이크업실 의자에 앉았다. 잠이 오는 것 같아 눈을 감았더니, 자꾸만 눈 앞에 엄마가 아른 거린다. 지난 1년, 엄마는 나를 대신해 선이를 봐주기 위해 매일 같이 우리 집으로 출근을 했다.스산한 늦가을 새벽 공기를 지나고, 차갑고 흰 겨울을 지나고, 조금은 버틸만 했던 봄을 지나고, 불가마 같던 여름을 지나는 동안 엄마는 단 한번도 힘들다, 쉬고싶다 하지 않았었다. 해가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 차가운 버스를 타고 와야하는 고단함을 엄마는 단 한번도 불평하지 않았었다. 어찌 힘들지 않았겠는가. 어찌 쉬고싶지 않았겠는가. 그 마음이 너무나 아프게 고맙고 미안해서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했다.



* 립밤과 귀걸이


타닥타닥. 엑셀로 한 달 치 가계부를 정리하고 나면 언제나처럼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부아가 치민다. 비싼 옷을 사는 것도, 비싼 가방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나도 돈을 벌고, 신랑도 돈을 벌고 있는데 왜? 도대체 왜! 언제나 적자인걸까. 스트레스가 쌓이면 누구나 단 게 땡기는 법이다. 서랍을 열어 초콜릿 하나를 입에 물고, 그 달콤함 위에 쌉쌀한 커피를 얹는다. 그래도 묵직한 화는 좀체 가라앉을 줄 모른다.

  이럴때 방법은 하나. 쇼핑을 해야 한다. 퇴근 후, 집으로 가지 않고 백화점으로 갔다. 마음 같아서는 비싼 원피스, 비싼 구두, 비싼 가방 모조리 다 사들이고 싶지만 나는 아직 제정신이니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로드샵에 들어가 립밤 용기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약손가락에 립밤을 살짝 묻혀 입술에 발라본다. 음, 이건 향기가 좋네. 색깔도 참 예쁘다. 핑크로 할까, 오렌지로 할까? "이거 하나 포장해주세요." 예쁘게 포장된 립밤 하나를 가방에 넣고 살짝 달뜬 기분으로 매장을 나온다. 그리고 이번엔 액세서리 매장으로 간다. 반짝반짝. 매장에 진열된 귀걸이보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훨씬 더 빛나 보인다. 귀에 딱 달라 붙는 아주 작은 귀걸이도 해보고, 귀가 축 늘어질 것만 같은 아주 무겁고 화려한 귀걸이도 해보고. "이거 하나 포장해주세요." 투명한 봉투에 담겨진 작은 큐빅  하나가 내 기분을 또 한 번 달뜨게 한다. 나는 2만원으로 기쁨을 샀다.

  집으로 와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체 화장대 앞으로 가서 새로 산 립밤을 바르고, 귀걸이를 해본다.

'다음 달엔 조금 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조금 더 비싼 립밤, 귀걸이를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profile
    은유시인 2015.12.20 15:58
    부모, 특히 엄마의 마음이 그런걸까요?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자식을 향한 그런 마음을 부모한테 쏟아봤으면...
    요즘 서민들 살기가 엄청 힘든가봐요.
    그래도 맞벌이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할 수도 있는...
    그렇지 못한 가계가 훨씬 더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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