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예쁜 별
글은 내 마음의 슬픔과 사랑과 갈망을 모두 나타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글은 그 어디에도 내뱉을 수 없었던 내 마음의 도피처였습니다. 생각만으로 가슴이 너무 아려서 자꾸 덮고만 싶었던 내 마음.
오늘은 당신을 그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내려 가봅니다.
어느 덫 봄이다. 오늘 엄마와 함께 작년 우리 가족이 함께 걸었던 꽃이 만발한 둑길을 걸었다. 따사로운 햇빛은 봄을 알리지만 바람은 아직 차기만 하다. 꽃은 만발 했지만 매서운 바람에 꽃잎이 흩날렸다. 만발한 벚꽃 나무들 사이에서 외롭게 서있던 한 그루의 매화나무, 그 가지에는 얼마 남지 않은 매화꽃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버티고 있었다. 결국 거센 바람에 못 이겨 매화꽃은 송이 째 떨어졌다.
만발한 꽃들 사이로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와 나는 그런 둑길을 걸었다. 바람에 뒹구는 매화꽃 한 송이를 보며 나는 아빠를 생각했다. 작년 봄 우리 가족이 함께 걸었던 이 둑길 위에서 나는 아빠를 그렸다. 봄바람이 더 차고 매섭게 느껴졌다. 따뜻한 봄은 다가오지만 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처량하기만 했다.
아빠가 우리 가족을 떠난 시간이 벌써 반년이 되었다. 외동딸로 어리광만 부렸던 나는 버팀목인 아버지를 잃었고, 내 곁의 엄마는 한평생의 반려자를 잃었다. 평범한 우리 가족에게 병마라는 존재는 그렇게 잔인하게도 아빠를 데리고 가버렸다. 아빠가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을 때, 창문으로 무심코 올려다 본 새벽하늘에는 유독 많은 별이 반짝였다. 반짝이는 별들이 그렇게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우리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고 그토록 아름답게 빛나다니. 반짝이는 별들은 마치 늪에 빠진 나를 내려다보며 네가 이 고난을 어디까지 견뎌 낼 수 있는지,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보자며 시험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으니 제발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반짝이는 그 빛을 우리가족에게 조금만 나누어 달라고 기도했다.
약 기운이 깨어 힘겹게 눈을 뜬 아빠는 허공을 보며 미소 지으셨다.
“아빠!! 저 보여요?”
아빠는 평화로운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천천히 말씀하셨다.
“반짝반짝 예쁜 별이 보이네”
그리고 아빠는 별이 되셨다.
다시는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두려움과, “아빠” 하고 불렀을 때 “그래 우리 딸” 하고 안아주는 존재가 내 곁에 없다는 공포와 슬픔이 늘 나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을 거름 삼아 나는 강해지고 성장해야 한다. 아빠는 그런 나를 별이 되어 지켜보고 있을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가 고될 때, 유독 아빠가 그리운 날에는 하늘을 바라본다. 퇴근길, 보라빛과 분홍빛으로 장관을 이루는 노을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잠깐 주차를 해두고 노을을 감상했다.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당신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저를 바라보고 있겠지요? 늘 투정만 부리던 딸이지만, 인생의 지휘자가 되어가는 모습들을 지켜봐주세요. 사랑해요.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