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29
어제:
120
전체:
306,150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81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26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8.02.16. 외할머니의 선물



2011년~2012년 개그콘서트에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며 대중의 공감을 얻은 코너였다.

하루는 '명절에 아내쪽 친척집보다 남편쪽 친척집을 먼저 가는 것'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명절은 설날, 추석으로 2개 있으니 한 번은 남편쪽 친척집 먼저, 한 번은 아내쪽 친척집 먼저 갑시다잉."

정말 정확하고 상식적인,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는 이것. 너무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수구적인 의식 때문에. 남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고, 자신이 부모님을 소중히 여기듯이 자신의 아내도 부모님을 소중히 여긴다는 당연한 생각을 인지만 해왔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져 오지는 않았을텐데.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3년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엄마가 어린 아이처럼 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인지했다. 엄마한테 너무 미안했다. 나는 뒤늦게라도 바로 잡고 싶었다. 우선 아빠한테 나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어머니의 남편으로서의 역할부터 잘 하시라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다음 명절은 외갓집 먼저 가자고 말했다. 그 때 내가 21살이었는데,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참.

그러나 역시 단번에 바뀌진 않았다. 엄마가 나의 마음은 고맙게 받았지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명절에 외갓집을 먼저 가지는 못해도, 외할머니께 찾아 뵐 때마다 늘 좋은 모습만 보이려 노력했다.

3년이 지났다. 외할머니께서 중환자실에 계신다. 의사 선생님이 외할머니께서 오늘이나 내일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신다. 외할머니는 의식 없이 누워 계시고 옆에 나와 엄마가 서 있다.

오늘은 설날이다. 엄마가 나에게 한 마디한다.

"명절 당일에 외할머니랑 엄마랑 선우랑 같이 있는 거 처음이야."

사랑하는 딸을 명절에 일찍 보지도 못하고 평생을 고생만 하신 우리 외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다.



죄인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이 시작됐다. 아빠가 맨 앞에 앉고 그 다음에 나보고 앉으란다.


"아니, 내가 왜요? 나는 손자예요. 엄마가 앉아야지, 그 다음은 이모."


나는 자리를 박차고 맨 끝으로 간다. 아빠가 화낸다. 원래 남자가 앞에 앉는 거라고 하신다.


"남자로 태어난 게 벼슬인가, 무슨."


아빠가 나를 잘못 키웠다며 한탄한다.


"아니요. 제가 잘 자란 거예요."


아빠가 나를 째려본다. 자기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우리 아빠가 말이다.


엄마와 나는 27살 차이가 난다. 나는 엄마가 젊었을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젊은 시절의 엄마는 아빠와 참 잘 어울린다. 두 분 다 똑같이 나를 힘들게 했으니.


아빠는 술 마시고 들어와 엄마를 괴롭히고, 엄마는 나한테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냥 둘 다 싫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할 거라고 하셨다. 아빠는 나에게 엄마한테 가라고 했고, 엄마는 자신과 같이 가자고 했다. 난 누구와도 살기 싫었다. 그 때 나는 두 분 다 굉장히 무책임해보였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모두 주워 담기나 하길 바랐다. 그 때 당시 나는 이혼하는 것은 죄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우리 부모님은 이미 죄인이었기에 또 죄를 짓는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것이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제발 이혼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나의 소원은 이뤄졌다.


지금 나는 24살이고 내 동생은 17살이다.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엄마한테 나에게 그동안 왜 그랬냐고 말하면서 싸운 적도 많다. 알고 보니 엄마도 많이 힘들었다. 여자로서의 삶은 거의 살지 못했다. 돈도 엄마가 벌었고 집안일도 엄마가 했다. 아빠는? 모르겠다. 명예욕이 크셔서 사장 아니면 일을 안 하신다.


나도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도 나를 이해하게 된 지난 10년 동안 우리 엄마는 굉장히 좋게 변화했다. 옛날의 안 좋은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지금의 우리 엄마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를 고생시킨 사람들을 용서하며, 언젠가는 다들 좋아질 거라 기대하며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이 감사했다. 우리 모두가 의인이 되는 기분이었기에.


설날에 고향에 내려가려고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설날 5일 전에 엄마한테 전화왔다. 빨리 내려오라고, 외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고. 나는 곧장 내려갔다. 중환자실에 엄마와 함께 들어갔다. 이모도 오시고, 동생과 아빠도 왔다.


매일마다 외할머니께 면회를 갔다. 어느 날에는 엄마가 이모와 오랜만에 밤새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이모와 자겠다고 하셨다. 나는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아무 걱정말고 이야기 많이 하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아빠는 표정이 이상해졌다. 마치 엄마가 엄청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화난 표정이었다. 알고 보니 아빠가 판단하기에 엄마가 마음대로 밖에 나가서 잔다는 게, 요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게 화난 것이다. 나는 엄마와 이모에게 걱정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라고 하고 아빠와 동생과 집에 갔다. 집 가는 길에도 아빠는 계속 화난 표정이었다.


외할머니께서는 결국 설날 다음 날에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굉장히 불쌍하게 사셨다. 외할아버지와 평생을 원수처럼 사셨다. 외할아버지께서 3년 전에 돌아가시고 이제 좀 편안히 사시나 했는데 그 때 암이 발견됐다.


어머니 장례식 때 사랑하는 어머니께 가까이 앉는 것도 허락받지 못한 우리 엄마.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야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와 가까이 앉을 수 있었다.


장례식 때 외할머니 사진을 보니 우리 엄마가 우리 외할머니처럼 살 것만 같다. 여자로서의 삶은 전혀 살지 못하다가 결국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그 모습을 또 보고 싶지 않다.


10년 전에 나는 우리 부모님이 이혼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죄라고 생각했고, 이혼하지 않길 기도했다. 결국 나의 소원은 이뤄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생각한다. 진짜 죄인은 나였다고.


우리 아빠도 사실 굉장히 불쌍한 사람이다. 친가에서 유일한 아들이라는 이유로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데, 결국 그에 충족되지 못해 할머니한테 무시 아닌 무시를 많이 받아와서 자존감이 굉장히 낮다. 아빠의 명예욕이나 가부장적인 모습이 그러한 성장 과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아빠의 자원봉사자 같은 삶을 산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아빠가 변화되길 늘 소망하며 아빠의 모든 악한 것을 받아줬다. 그런데 아빠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동생과 밤새서 얘기하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내 동생은 지금 17살이다. 내 동생이 성인이 되면 이제 엄마가 제2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가 외할머니같은 삶을 살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이제라도 의인이 되고 싶기 때문에.



이름: 황선우

이메일: sunu8177@naver.com

연락처: 010-4258-8177

  • profile
    korean 2018.04.30 22:03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173 제 27차 창작콘데스트 수필공모-꿈- 1 달월 2019.01.19 28
172 제 24회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분 '하이브리드의 행복한 보통날' 외1편 1 susia1223 2018.07.23 28
171 21회 창작 콘테스트 수필 - '나는 이제 아홉수다.' 1 마피 2018.02.08 28
170 청원(請願) 1 요요 2016.10.06 28
169 [제 28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부문 - 반짝반짝 예쁜 별 1 따슈 2019.04.10 27
168 제 30회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삼촌의 일기장 외 1편 1 병알아 2019.08.10 27
167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버스를 타다 그리고 내리다 / 해프닝 1 아몬드초코볼 2020.04.02 27
166 제 2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엄마, 상사화> 1 토야 2018.08.06 27
165 제 17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총기 규제 완화 : 페미니즘의 지름길입니다 1 Ravlitzen 2017.06.03 27
164 수필 응모 2 이미네 2016.12.04 27
163 수필공모(5) - 창백한 새벽 1 기묭찌 2016.11.15 27
162 설렘과 기다림의 3월 1 컨츄리보이 2018.03.03 27
161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2 - 한달 살기 1 콜라벌레 2020.02.01 26
160 두번째 수필공모... 함께 부탁드려요! 영찬님... ^_^ 1 뻘건눈의토끼 2020.05.08 26
159 제33차 [창작콘테스트] - 수필 1 로제타 2020.02.09 26
158 36차 수필부문 공모작[이모의 효도] 1 이삐삐님 2020.08.04 26
157 수필(2편) 1 꿈을가진코끼리 2020.03.16 26
156 <34차 창작콘테스트> 당신, 나의 복숭아 나무/ 다이빙 1 박자몽 2020.03.28 26
» 18.02.16. 외할머니의 선물 / 죄인 1 선우작가 2018.02.22 26
154 [월간문학 한국인 제20차 창작콘테스트] 달과 눈동자 외 1편 1 오현주 2017.12.10 26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