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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밥 한 그릇

  9년 전, 그러니까 내가 스무 살 무렵, 그러니까 군 입대를 앞두고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을 무렵, 나는 아버지께서 일하시던 건설현장으로 매일 새벽 발을 내딛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듯이 말이다. 그때가 아버지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기였던 것을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달았지만 말이다. 그 당시에는, 모르겠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왜 누군가에 의해 끌려간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단지 새벽에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일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또 아니면 아버지와 단둘이서 새벽길, 저녁길을 같이 오가야 한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도 어색해서 그랬는 것인지는 지금의 나보다는 그때의 나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왜 이렇게 후회가 몰려오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살갑게, 조금 더 자연스럽게, 조금 더 가까이 아버지께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깨달음과 동시에 후회가 몰려오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저녁길을 단둘이서 걸어오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대뜸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지 말고 밖에서 먹고 들어가자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집에서도 아버지와 단둘이서 한 밥상에 앉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나로서는 배고픔보다 어색함이 더 시급한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었을 것이다. 마치 남처럼 말이다. 한 집에서 벽을 두고 살아가는 사이처럼 말이다. 그건 가족이 아닌데 말이다. 아버지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아들놈이 자기와 거리를 둔다는 것을 섭섭해하실지도 모른다. 나에게 말 못할 섭섭함이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유아시절 항상 나를 업고 어디론가 놀러 가곤 하셨던 아버지에겐 지금에 나는 전혀 딴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또한 내가 어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눈 마주치기가 쉽지 않은 상대일지도 모른다. “너도 내 나이 돼봐라.” 라고 말씀하시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사이 순대국밥 두 그릇이 한 밥상에 놓여 있었다. 지금부터 벽을 허물 시간이 된 것이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그리고 흐르는 어색한 기운, 그리고 신문을 펼쳐 드시는 아버지, 그리고 눈 둘 곳 없는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넘어가지도 않는 순대국밥을 입속으로 들이켜고 있었다. 그렇게 몇 마디를 나누지 못한 채, 아버지와 나는 국밥집을 나와 버렸다. 한순간에 벽을 허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 지금도 역시나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한 밥상에서 단둘이서 밥 먹는 것 또한 그렇다. 어색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어색한 만큼 그 힘찬 발걸음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정면으로 걷던 아버지의 그 힘찬 발걸음이 비스듬히 걷기 시작했다. 다시금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될 것이다.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절대 늦은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아버지께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면 되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그 나이가 되기 전에 말이다. 내가 훗날 아버지의 마음을 정통으로 깨달아 버리기 전에 말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정통으로 깨달아 버렸을 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회색


  몇 달 전, 김승옥 작가의 서울, 1964년 겨울이란 제목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수려한 필체로 1960년대의 소설계를 주름 잡던 작가이자 그의 대표작이기에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이, 그리고 생생히 떠돌아다녀, 제목 역시 거기에 빗대어 적게 되었다. 어쩌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발생된, 그리고 바닥에 흘려져 있던 그 충격의 여파를 피할 수 없어서 그렇게 제목을 적은 걸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강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충격의 여파만큼 1964년은 너무나도 추운 겨울이었다. 그 추운 겨울 선상에 세 사람은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아내의 시체를 돈을 받고 병원에 팔아버린 물질만능주의의 피해자(?), 자신의 말만 주야장천 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는 일절 귀담아듣지 않는 무관심의 피해자(?), 여관에서 자살한 것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나 버리는 이기주의의 피해자(?)까지, 그 세 사람은 그렇게 1964년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무서운 피해자들이다. 사회의 암흑 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무서운 피해자들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2017년으로 말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아무 표정이 없었다. 눈동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입도 굳게 다문 채 말이다. 그들은 앞만 주시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무표정의 피해자들이다. 너무나도 강력해 보였다. 피 한 방울도 나지 않을 만큼, 그렇게 그들은 갑옷으로 무장한 채 제 갈 길만 걸어가고 있었다. 나 또한 걸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숨이 꽉꽉 막혀오기 시작했다. 빽빽한 숲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한치의 양보 없이, 1cm의 공간까지도 내어주지 않을 만큼, 무심한 빌딩들은 그렇게 꽉 막힌 숲을 이루고 있었다. 숨 쉴 틈이 없었다.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이 빽빽하고 삭막한 숲에서 숨을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무표정의 피해자들은 이 숲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온몸에 빈틈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절대로 마음을 열지 않는다. 속마음을 굳게 닫은 채 말이다. 그렇게 인간관계는 무너지고 있었다. 인간관계란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을 해야 이루어지는 결과인데도 말이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내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면 일부러라도 상대방에게 빈틈을 내어 주면 그 빈틈으로 들어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기회조차도 주지 않는다. 무서운 피해자들이다. 나 또한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간과하고 있었던 최대의 실수였던 것이다.

 

  이제는 틈을 내어놓아야 한다. 틈을 내어놓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빈틈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일부러라도 상대방에게 빈틈을 내어놓자. 그래서 인간관계를 형성하자. 그 틈으로 정()을 쏟아붓자. 그리고 양면적인 모습을 취하지 말자.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회색인이 되지 말자. 입에 꿀을 발라 놓고는 뱃속에서 칼을 꺼내지 말자. 우리는 더 이상 물질만능주의의 피해자도, 무관심의 피해자도, 이기주의의 피해자도 아닌 2017년의 주인인 것이다. 그렇게 길을 걸어가자. 길을 걷다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자. “안녕하세요.” 그렇게 웃음을 건네자. 길을 걷다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자. 2017년의 따뜻한 봄을 말이다.




이름: 현영민

이메일: nopumm@nate.com

번호: 010-7937-5959

Who's 낭중지추

?

안녕하십니까.


대학교에서 문학도에 길을 걷고 있는 현영민이라고 합니다.


저의 실력은 비록 부족하지만, 낭중지추의 송곳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profile
    korean 2017.04.30 20:37
    수필 잘 읽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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