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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4 17:56

아니, 그렇지 않아요.

조회 수 25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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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지 않아요



  “이 선생 앞에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난 말일세, 솔직히 세종대왕이 우리 한글을 만드신 게 안타깝네.”


   학년부 회식자리. 술이 얼큰하게 달아오른 그는 내게 술잔을 권하며 거하게 한 잔을 들이키더니 한 소리 뱉는다. 국어교사인 나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럴까 하고 처음 들어본 화제에 제법 호기 있게 그를 바라봤다.


  그래, 나도 한국인이야. 한글 잘쓰로 있지. 세계에 유래 없다는 이 훌륭한 글자, 대단하지, 헌데, 헌데 말이야, 잘 생각해보면 말이야 아니, 우리 애들 지금 전부 영어 공부한다고 돈 들여, 시간 들여 이리 고생하고 있지 않은가. 그 좋은 머리들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지식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이 입시 영어 공부한다고 진 빼지 않나. 지금 어디 안 그럴 수 있나. 영어가 입시에서 얼마나 중요한데. 또 나중에 취업엔 또 얼마나 중요한가.”


    한 번쯤 생각했던 문제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게다. 씁쓸했다. 바뀐다 하지만 회화와 소통을 위한 영어가 아니라 입시와 시험을 위한 영어 교육의 현 주소. 그런데 그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 나는 갈증 나 물통을 꺼내려 냉장고 문을 여는 심정으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또 잘못된 것은 아니야. 지금 이 시대에 세계와 단절 짓고 자급자족이 어디 가능한가? 그런데 한번 이렇게 생각해봐. 만약 말이야,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시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어떤 언어를 쓰고 있을지 말이야. 일본어? 중국어? 아닐세. 아마 영어를 쓰고 있겠지. 아니, 안 그런가? 우리 이 학교 제도가, 50년대 행방 후 민군정 영향 아래 세워졌던 게 아닌가. 그러니 당연히 우리는 영어를 우리 글자로 썼겠지. 그러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영어 공부를 한다고 무슨 고생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일세. 우리 아이들은 그 노력을 위한 체력과 시간을, 수학, 과학, , 기술, 의약 이런 우리가 정말 필요한 학문에 좀더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테고, 언어가 공용어니 세계 곳곳에 진출하는 것도 더 자유롭고 막힘없지 않겠는가. 그래. 물론, 세종대왕님 정말 대단하시지. 우리가 쓰는 이 글자 너무나도 엄청나지. 이런 글자 세계 또 없는 과학적인 글자라 안 그러는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글자가 아무리 훌륭한들, 이 글자 세계 중심 언어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래서 나는 우리가 쓰는 이 언어가 안타깝다네. 이 선생, , 나는 그렇게 생각했네. 그러지도 않은가?”


    틀리고 말고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강한 생명력으로 이 시대까지 이어진 한민족의 피를 가진 한국인으로서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이처럼 새롭게 해석해 낸 그의 생각이 너무나 참신했다.


    글쎄요, 저는 음뭐라고 해야 할까요. 가만히 듣고 보니까 또 그 말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엔 내가 내 눈앞에 놓여진 술잔을 한 잔 들이키지 않을 수 없었다.


    저도 태어나 살다보니 이렇게 한글을 쓰고 있고, 세상이 만들어 놓은 제도 아래 아등바등거리며 치열하게 살다보니 이렇게 국어교사가 되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박 선생님의 말이 제게 너무 흥미롭고 새로워요. 그리고 나는 왜 여태껏 그런 생각을 한번쯤도 못해봤을까 하고 생각도 해 봤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 나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가정하는 걸 또 안 좋아하지 하고요. , 저는 이미 현실에 대해 그렇지 않았으면 하고 가정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저는 만약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그것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기보다, 지금 눈앞에 닥쳐진 현실 앞에 어떻게 해야 좀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그런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그것이 분명 세상을 보다 뜻깊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여기서 박 선생님에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제가 국어교사여서가 아니라, 한국어를 사랑하는 마음이 유달리 큰 애국자여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 글자의 혜택을 너무나도 크게 누리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글자, 이 한글을 더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우리가 쓰는 이 글자 어떤 글자일까 잠깐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고마운 글잔 것 같아요. 물론, 세계의 공용어가 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이 글자는 세계의 모든 기록과 글자를 읽을 수 있고 내가 가진 머릿속의 복잡한, 다양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해 주고,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정보, 지식이나 감정의 정화를 부족함 없이 가득 채워주는 글자잖아요. 우리가 어디 한글로 해독 못할, 표현하지 못할 그런 것들이 있나요. 제게 지금 우리 글자는 선택의 문제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그 끈의 관계를 이어가려는 것은 노력이고 인연이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관계를 끝까지 맺고 가야 하는 관계는 운명이라 하더라고요. 이 글자는 제겐, 우리에겐 인연이 아닌 운명이 아닐까요. 아니…… 그냥, 저는 그렇다는 거예요. 박 선생님 고마워요. 나 처음으로 이런 생각까지 해본 것 같아요. 이 글자, 이 언어가 뭐였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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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8.02.28 18:30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건필하세요^^

    ◆ 응모방법 및 참고사항
    1. 각 장르별 출품편수는 시 5편, 수필 2편(길이제한 없슴), 단편소설 1편(200자 원고지 70매) 이상 올려주세요.
    2. 응모원고 밑에 가급적 응모자 성명, 이메일주소, HP연락처를 함께 기재해 주세요.
    3. 응모 작품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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