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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3 15:44

무한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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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구와 고기를 무제한으로 리필해주는 식당엘 간 적이 있었다. 식당 안은 점심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창 식사를 하는데, 한 쪽에서 음식점 주인처럼 보이는 40대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격렬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듣자하니 가져다 놓은 고기를 구워놓고 남긴 아주머니가 환경 부담금 5000원을 내지 않으려고 억지를 부리는 모양이었다. 남겨놓은 고기가 한 근하고도 반은 더 되어보였다.

“누군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압니까?”

“아니, 뭘 얼마나 남겼다고 이 난리래요? 누가 그깟 5000원이 없어서 이런데요? 더럽고 치사해서 못 냅니다!”

그렇게 음식점 안은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고 정신을 차려보니 고기는 타고 있었다. 경찰서 이야기까지 운운하던 신경전은 결국 아주머니가 남은고기를 포장해가는 조건으로 5000원을 지불하고서야 끝이 났다.

이런 시시한 다툼을 보고 있자하니 문학 수업시간에 배웠던 소설 ‘광장’이 생각났다.

“자, 343쪽에 “바다를 준다고 마실 수는 없는 일”에 밑줄 쳐봅시다.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나타내는 구절이지요? 중요하니까 꼭 기억해두고~, 다음 문장은...”

정말이지, 바다를 준다고 마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고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무한히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다. 고기 집 냉동 창고의 넓이가 제한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은 사람 위장의 크기가 ‘무한’이라는 단어를 담아내기엔 너무 작은 이유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렇다면 이 모순 가득한, ‘무한리필’이라는 슬로건을 찾아온 사람보다 그것을 내건 사람의 잘못이 먼저가 아닐까? 그러나 그 문구의 오류에 대해 따지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라서 무한의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금방 만족해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애초부터 ‘무한’이라는 단어는 결코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당할 수가 없다. 인간이라면 거스를 수 없는 죽음이라는 관문을 앞에 두고 ‘무한’이라는 단어는 오르지 못할 나무이고 고로 쳐다보지도 말아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무한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살고 있다. ‘완전무한 요금제’, ‘무한리필’등 이 그 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무한’은 상술에 크게 이용되는 듯하다. 자신의 한정적인 요소들을 잊게 해주는 ‘무한’이라는 키워드는 사람들에게 파격적이고 매력적이다. 우리는 그 무한이라는 단어를 남용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무한'이 좋지 않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상이나 정의의 의미와 비슷한 맥락에서 그렇다. 앞에 단어 모두는 ‘완전한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모두 우리 삶속에서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다. 정의나 이상은 실현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것과 가까워질 수는 있다. 무한은 우리가 그것들을 향해서 끝없이 나아가게 하는, 목표를 위한 수단인 것이다. 유한한 인생에서 무한한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모순이지만, 이상이나 정의처럼 닿을 수 없는 목표에는 무한이라는 수단이 무척이나 적절하다. 우리의 능력으로 실현 불가능 한 것들은 실현 불가능한 것들로서 맞서야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수단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한다. 



매미


사람들은 보통 매미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지 궁금하다. 여름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김새 때문에 징그럽다고,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나는 대부분이 그렇듯 후자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있었던 일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 여름에도 매미 울음소리가 허공을 메꾸었다. 오로지 짝을 찾기 위한 울음소리 치고는 듣기가 거북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는 불쾌지수로 고조된 감정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나는 가장 싫어하던 곤충이 매미였다. 그 이유는 내가 아는 무당벌레, 벌, 누에와 같은 생물들은 여러 방법으로 사람에게 유익함을 준다고 알고 있는데, 매미는 사람에게 아무 유익함도 주지 못한 채 한 달간 소음공해를 만들어놓고 죽는 것이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하나님은 대체 어떤 이유로 매미들을 창조하셨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걷던 중에 매미 한마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매듭 없는 풍선마냥 바닥을 빙빙 구르는 것을 보았다. 분명 그 매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짤막한 생을 마감할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30초 남짓한 매미의 마지막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던 중에 문득,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생인데, 무엇 때문에 저리도 몸서리치며 죽음에 저항하는지에 대해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매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매미는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울음소리로 짝을 찾아서 번식하고 죽는 곤충이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매미는 누가 알아봐 주던 그렇지 않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매미를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곤충이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곤충의 본능 보다 못한 나의 의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또 자유의지가 있음에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낭비하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꼈다. 이들은 자신의 가진 자유의지에 대해서 반성해야한다. 노력이 없는 자유의지는 인간의 자격으로서 과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시간과 열정을 낭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에 대한 무례인 것이고 손해인 것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적어도 본능에 대한 노력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 머릿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많은 현대인들은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열정도 없다. 바쁘기만 한 열심과 열정은 다른 것이다. 인간이라면, 오로지 인간의 생존본능을 위해 열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뜨거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매미는 울음소리를 외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삶의 의지’ 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매일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우리사회에도 이러한 매미와 같은 ‘삶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매미라는 하찮게 여겼던 존재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면서 사람이 아니라도, 작은 것이라도 배울 점이 있고 나에게 이런 뉘우침을 주기위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매미가 겨우 한 달을 울기 위해 7년 가까이 땅속에서 인내하고 기다린다고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훨씬 긴 인생을 살고 같은 자연을 공유하며 공존하는 대상으로써 매미의 울음소리도 기꺼이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성명:이창재

전화:010-5218-7841

이메일: kingdavi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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