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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여행 첫번째. 블루레몬티 맛이 나는 겨울 바다 / 장윤희

 

 

 겨울 바다 겨울 바다 보고 싶은 바다. 겨울이면 떠오르는 영상. 바다.

친구와 입 버릇 처럼 말 해왔던 둘이 바다 보러 가자던 이야기를 오늘은 말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날.

나는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고 그리웠던 경포를 선택했다. 친구도 한 두번 와본 적이 있긴 하지만 하면서 흔쾌히 따라주었다.

버스 시간표를 짜고 허술한 듯 아닌 듯한 하루 여행 계획표를 짰다. 우습게도 예외 없이 그대로 실행 되었던것 같다. 야근을 하면서도 은근 설레였다. 여자 친구랑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경포는 s와 여름 휴가를 왔던 바다. 작년 세 모녀의 첫 여행의 바다. 어색한 친구처럼 지내는 민호씨와 연애 할 때에도 오고 몇 년 전 가족 여행의 바다이다. 숱하게도 많이 오고 또 오고 또 오고 했던 바다다. 그래도 싫지 않고 보고 싶어지는 경포대. 전에는 이리 불렀는데 지금은 그 말을 쓰지 않고 경포 해변이라고 한다.

 

 야근을 마치고 잠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출발... 터미널에는 아메리카노 향이 입구에 있는 커피숍에서 풍겨나왔다.

쾌쾌한 터미널의 고약한 냄새 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터미널 분위기의 일등 공신이다.

표를 끊고 밖으로 친구 마중을 나갔는데 이 삼초도 안 지나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연한 커피색 브라운 계열의 긴 겨울 자켓을 입고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 쓴채 등장하였다. 멀리서 보니 이십대 아가씨 같기도 한 실루엣이다. 어여와 하는 손을 흔들어 보였는데 친구의 응답이 미지근하다. 다른 여자에게 손을 흔들었나 순간 그런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서서히 진해지는 실루엣은 친구가 맞았다. 머리 눌려 모자 벗어 표 끊었어하며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샀고 친구는 꼬마 김밥을 싸왔다하며 니 맨날 배고프다고 하도... 저번에도 빨간오뎅먹고 ...쫑알 쫑알 ... 그러면서 김밥을 싸왔다고 하는 것을 원주 가는 버스에서 커피와 맛있게 먹으면서 나 배 안 고파 내가 언제 맨날 배고프다했어 ? 니가 싸왔으니 그냥 먹는 거야 하면서 반어법으로 칭찬을 했지만 참 꿀맛이었다. 내 입에 딱 맞는 맛이었다. 그 마음이 더 달았지만.

원주터미널에는 금새 도착을 했다. 볼일을 보고 표를 끊고 버스 시간이 남아서 구경을 하다가 못된 고양이에 들어갔다. (가게 이름은 나중에 카드 지출 내역을 폰 어플에서 보고 알았다. ) 눈으로 대충 훓어보다가 우리는 어느 한 곳에서 멈춰섰다. 나는 바다 빛 블루 큐빅이 하나 있는 팔찌를 친구는 블랙 큐빅과 우유빛 꽃모양 큐빅이 박힌 14K 빛이 나는 악세사리 팔찌 두 개를 샀다. 나름 커플 팔찌로 산건데 모양이 조금 다르다. 그래도 이쁘다. 가격도 디자인도 빛깔도 친구도.

 

 야근 탓도 있지만 멀미 때문에 차만 타면 자는 습관이 있어 역시나 오늘도 잠이 들었었다. 창밖에 익숙한 겨울 풍경은 어느새 평창이었다. 친구 귀에 내 이어폰을 꽂아 주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함께 듣다보니 강릉에 도착을 하였다.

간단히 인증샷을 찍고 경포가는 시내 버스를 오래도록 기다렸다. 사진도 찍고. 차비가 모자란다고 천원만 달라는 상습적인 거짓말쟁이 거지도 만나고 오는 버스마다 붙잡고 목적지를 물어 보는 촌스러운 썬그라스의 여인도 만나고 어여쁜 이십대 아가씨들도 총각들도 만나고 하는 동안 경포가는 202번 버스가 왔다. 친구는 여직까지 중에 강릉서 경포가는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다며 가볍게 투덜거린다. 기다림의 시간이 아까웠나 보다 아니면 빨리 바다가 보고 싶었는지도...

 

 드디어 바다 도착. 긴 기다림의 긴 다리를 가진 푸른 소나무 숲을 지나 하얀 모래밭을 걸어가서 여전히 파도와 사랑을 하고 있는 바다를 만났다. 눈에 시리게 들어오는 풍경은 부표 처럼 떠있는 빨간 등대. 드넓은 바다의 가로등. 뚝방도 없이 파도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리는 등대가 꼭 나 같았다. 쓸쓸한 등대가 내게 인사를 건넨다.

갈매기는 끼룩 끼룩 배가 고픈지 자꾸 육지를 향해 날아간다. 배고파서 어쩌면 술고파서 식당가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나와 같다고 했다가 친구한테 시인이 갈매기 보고 그것밖에 생각 못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모든 사물들은 자신의 입장으로 보이는 법 그게 진실이다. 웃으며 큰 소리를 쳤다.

 

 회나 조개구이는 가격이 많이 비쌌고 시간도 걸리고 해서 인지 친구는 밥을 먹자고 했다. 나는 회 한 접시 먹고 싶기도 했지만 가격이 거의 세배인 한 끼 식사를 고집 피우고 할 수는 없었다. 전라도에서 온 사람들이라 음식이 맛있다는 식당 사장님의 권유로 황태구이와 해물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소주도 한 병 마셨다. 내가 다섯잔 반 친구는 한 잔 반. 소주를 나눠 마시며 얼마전 내게 일어난 어마어마한 사연을 털고 소줏잔도 털고 한 시간 가량 점심을 함께 하며 친구의 답답한 사연도 얼핏 들었다. 서로 별다른 해결책도 없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지속 될지도 모르는 아픈 사연들을 털고 있었다.

 

 약간의 취기와 배부른 행복. 커피숍 노천 테이블에서 사진을 찍고 카푸치노. 카라멜라떼.버드와이저 두 캔. 눅어서 맛이 없는 뚱뚱한 빼빼로. 여자 둘. 베낭둘이 해변가 나무 그네에 있었다.

흔들 흔들 행복했다. 눈 앞에는 그토록 보고팠던 블루다이아몬드 빛 바다와 거품 부서지는 하얀 파도. 겨울 바다 풍경을 보고. 옆에는 따스한 카푸치노와 알딸딸한 버드와이저와 그리고 말 벗보다 글 벗으로 소중한 친구가 있으니 이 보다 더 행복 할순 없을 듯 했다. 친구의 볼에 뽀뽀를 해주며 내 기분을 표현 했는데 친구는 술 탓으로 돌려버리고는 어색해 한다. 스킨쉽이 어색한 나라 사람들이니 더한 것 같다. 서양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뽀뽀 등 스킨쉽이 인사정도인데 ... 에휴...

 

 경포의 또 하나 보물 경포 호수에는 이른 노을이 오렌지빛으로 깔리고 은빛 은린들을 저와 같은 빛깔로 물들이고 있었다.

미인계를 써서 오천을 깍아 만 오천원에 바람막이 비닐이 커튼 처럼 드리워진 이인용 자전거를 빌렸다. 난생 처음 S혹은 다른 남자 친구들이 운전할 때 옆에서 캔맥주나 마시던 내가 운전을 해야했다. 비틀비틀 어질어질 친구는 놀이기구라도 탄듯

꺅꺅 소리른 질러댄다 갈매기가 친구하자 할정도로. 끼룩 꺅~~

 

 땀이 뻘뻘 나고 무릎이 삐걱 거릴정도로 빨리 돌았다. 한 시간 삼 십 분을 애교 작전으로 빌려 놓고 40분 만에 종점으로 골인 해버린 이유는 둘다 모른다. 잠깐씩 친구에게 사진 찍을 텀을 준 몇초들을 빼고는 줄곧 달리기만 했다.

페달을 힘껏 ... 글을 쓰는 지금도 무릎이 쑤신다. 파스라도 바르고 당분간 무릎을 쉬어 줘야 할것 같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첨에 도착했던 코스대로 다시 발걸음은 바다로 향했다. 모래에 우리 둘 이름을 쓰고 시샘한 파도가 지워버릴 때 모래에 새긴 우리 이름을 버리고 달아나고를 반복했다. 사진을 찍었다. 셀카.풍경. 서로 서로를. 참 열심히도 담아 내었다. 폰이 배부를 만큼 찍어대다 보니 어느새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는 버스가 바로 있어서 좋았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는 친구의 사진은 역광이었고 외로워보였다.

 

 돌아갈 채비를 다 했다. 친구는 라면 나는 감자 옹심이, 아침에 먹다 남은 친구표 꼬마김갑 한 줄 까지 후루룩 쩝쩝 맛나게도 먹었다. 친구의 우정을 가미한 저녁은 간단 했지만 참 맛있었다. 따뜻한 버스에서는 쿨쿨 잠을 잤다. 원주 터미널 도착 즈음에는 덥고 땀이 축축하게 났지만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어서 털 목도리를 미련스레 감고 있었다. 터미널은 보일듯 말듯 뜸을 들이다가 도착을 하였고 내리니 시원 했다.

터미널상가에서 간단히 쇼핑을 했다. 나는 에띠드에세 떨어진 스킨과 에센스를드 사고 친구와 또 크리스피 도넛을 애들 선물로 샀다. 제천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도넛 때문에 따로 앉아서 왔다. 오늘은 종일 혼자인 듯 둘인 듯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 화장실에서 기다려 주거나 하지 않고 표를 끊을 때에도 옆에 있어주거나 하지 않은. 그런 사소한 동행정도는 따로 해도 된다는 묵언의 암시.

 

 9시 20분 도착 예정인데 9시에 도착을 했다. 친구는 의외로 차를 한 잔 더마시고 헤어지자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일상의 복귀는 다시 답답해 진다고 했다. 난 무릎도 다리도 아프고 집에 가서 씻고 얼른 눕고 싶었지만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놀이터라는 커피숍을 갔다. 아담하고 아늑하고 예쁜 사랑방처럼 꾸며 놓은 커피숍이었다. 커피를 뺀 나머지 차 중 아무거나 했는데 친구는 놀랍게도 오늘 본 바다빛과 닮아있는 블루레몬티 두 잔을 주문 하였다. 빛깔도 맛도 바다였다. 푸른 바다 수줍은 파도맛. 오늘 여자친구와 처음 함께 했던 바다는 그랬다.

겨울맛이 살짝 사라진 순한 봄맛이 났고 신선한 우정맛도 나는 ... 블루 레몬 티 바다.

숨막히는 미련스런 아픈 사연이 있고 시원해서 오히려 외롭고 아픈 사연이 있는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본 듯한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 오늘. 친구와 소원을 담아서 경포호수에 던진 은빛 동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어떤 소원을 담아서 던졌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그 깊은 속을 다 아는 우리의 우정이 글과 함께 오래도록 남을 것을 바라며 또한 예감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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