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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6 07:23

전설이 되다

조회 수 174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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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되다

미운 일곱 살은 비교도 안 된다. 최절정은 바로 열 살이다.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의 나이가 아홉 살이고 만 나이인 것을 감안하면, 열 살은 정말 말괄량이이자 천방지축의 최절정이 맞는가 싶다. 나의 열 살도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가방은 등에 붙어 있을 겨를이 없었다. 놀이터에 도착하면 놀이 기구에 매미처럼 들러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의 이야기는 바로 그 천방지축 열 살의 이야기이다.

지난여름 어느 날 밤, 선풍기와 에어컨을 모두 켜 두고 신선놀음을 할 때였다. 엄마, 나 그리고 동생 세 모녀의 일일야화는 무르익고 나는 그 말괄량이 무렵의 불장난을 꺼내들었다.

아파트 단지에는 상가와 아파트가 합체된 구조의 건물이 있었고, 이 상가에는 따로 옥상이 있었다. 옥상은 항상 개방되어 있었는데 모든 아이들은 여기서 놀기를 좋아했다. 사총사 역시 이곳을 놀이터 삼아 자주 찾아갔다. 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던 어느 가을날, 여느 날처럼 옥상에 나와 있던 사총사들은 문득 한기를 느꼈다. 우산으로 비를 가리고 낙엽을 그러모아 버려진 라이터로 불을 지폈다. 활활 불타는 모닥불은 없고 연기만 자욱했다. 사총사의 낙엽 무더기는 미용실 전깃줄을 태워버렸고 각자 전화번호를 경비 아저씨에게 불어야만 했다.

엄마는 혀를 끌끌 찼다. 방송에 경고가 나왔다고 했다. 어떤 집 자식들인지 옥상에서 불장난이냐 했더니 우리 집 자식이었다며 한탄한다. 동생이 전하는 말로는 그 후로 옥상 문이 잠겼고 왜 문이 잠겼는가에 대한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파트에 노숙자가 살았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한다. 여러 살림살이를 잔뜩 쌓아놓고 지냈다고 한다. 가만히 듣던 나는 한 마디 했다. “그것도 나야.”

사총사는 놀이터와 옥상에서 노는 것에 지쳐 자신들만이 지낼 수 있는 아늑한 장소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제보로 아파트 내에서 그럴듯한 곳을 찾아내었다. 바로 보일러실이었다. 보일러실은 한명씩 집에서 가져온 돗자리와 아이스박스 의자들로 채워졌다. 사총사는 그곳을 “아지트”라 명명했다. 컵라면도 사 먹고 공기놀이도 하며 보일러실은 완전한 사총사의 아지트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신나게 놀고 나온 어느 날, 누군가가 실수로 아지트의 문을 잠가버린 채 나와 버리고 말았다. 아지트는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았다. 우리만의 공간은 사라졌고 그 곳은 다시 단순한 보일러실이 되어 버렸다. 사총사는 결코 아지트에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의 열 살은 그렇게 끝이 났다.

열 살의 사건들은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아파트의 전설이자 구비문학이 되어버렸다. 이야기는 동생 또래의 아이들을 거쳐 그 이후의 아이들에게까지 전해 내려갔다. 15년 전 천방지축이었던 사총사는 어느 새 커버려 대학생이 되었고 직장인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나이에 철이 들어 버렸고 세상은 나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삶의 무게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사총사가 두 번 다시 아지트에 들어갈 수 없었듯 우리는 다시 열 살 아이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못한다. 말괄량이였던 열 살의 어린 아이들을. 사총사의 추억은 아파트의 전설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전설이 되었다.

  • profile
    korean 2014.11.06 14:22
    나 어렸을적... 그러니까 미아리 성당에서 복사하던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도 사총사 결성을 했었는데...
    아... 그때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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