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7
어제:
33
전체:
305,950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72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4.11.18 20:56

엄마도 여자다

조회 수 375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엄마도 여자다




 ‘엄마니까, 엄마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들을 우리는 엄마라고 부른다.


 얼마 전,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쇼핑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그 날도 어김없이 엄마께서는 가방과 구두 앞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하셨고 여동생은 투덜거리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엄마께서 구경 중이신 가방과 구두가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는지 삐딱하게 서서 못마땅한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여동생은 급기야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뾰루퉁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여동생은 곧 입을 열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짜증나. 엄마가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왜?

 “당연히 엄마니까 그렇지. 엄마가 어떻게 딸들보다 신나서 자기가 살 물건을 구경 하는 거야?


 동생의 이야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순간 울컥하는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는 동생을 향한 미움도, 원망도, 어리석은 동생을 향한 연민도 아니었다. 그것은 당황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동생이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무의식 중에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는 했던 나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나도 이런 나쁜 생각을 했었구나, 하는 깨달음. 아니, 정확하게는 이 생각이 이리도 잔인한 것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말이다. 


 엄마잖아, 엄마니까, 엄마라서……. 나는 그녀를 엄마라는 이름으로 묶어 놓은 채 날 위한 희생을 강요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는 그럴 리 없어,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엄마니까 괜찮아……. 이러한 말들로 이기적인 내 자신의 무리한 강요를 합리화하며 살아온 것이다. 마치 이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엄마도 여자이기에 예쁜 옷을 보면 입고 싶고, 유행하는 구두를 보면 신고 싶고, 마음에 드는 가방을 보면 가지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어리석은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인 그녀를, 여자이기 이전에 엄마라고 생각하며 무리하게 날 위한 희생을 강요해 왔던 것이다. 그래, 그렇게 나는 엄마를 여자가 아닌 엄마라고 생각해 온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머릿속에는 세 가지의 성이 존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남자, 여자, 그리고 엄마. 


 스물 셋, 가장 예쁘게 피어날 시기에 아빠와 결혼해 나를 낳으신 엄마. 그리고 나를 낳으신 그 날 이후 나를 위해 살아오신 엄마. 그런 엄마였기에 나는 더 미안해졌다. 하늘을 다 가릴 만큼의 죄송함이 나를 덮쳐 왔다. 부유한 집안 환경은 아니었지만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이 있으면 사 주셨고 다른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게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면 하나쯤은 사 주셨다. 엄마는 다른 사람의 옷을 얻어 입어도 내 옷만큼은 이름 있는 새 옷으로 사 주셨다. 그렇게 우리 삼 남매를 키우셨고 내가 엄마의 희생에 눈물 흘릴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이미 예쁘게 피어나려던 엄마의 모습은 사라져있었다. 세상에 눈을 뜬 내 앞에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은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었으나 그녀의 모습은 전혀 전형적인 여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머릿속에는 한 번도 펴 보지 못한 채로 떨어져 버린 꽃봉오리가 떠오르고는 했다. 


 음식을 사도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옷을 골라도 우리가 입을 옷을, 예쁜 물건을 봐도 우리를 위한 것들을. 그렇게 항상 엄마의 세상은 우리로 인해, 우리를 위해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엄마는 왜 안 먹어?

 “엄마는 이거 별로 안 좋아해.

  항상 무언가를 먹을 때면 하시던 엄마의 말씀.


 “엄마. 엄마는 왜 옷 안 사?

 “엄마 옷은 집에 많아.

  항상 옷을 살 때면 하시던 엄마의 말씀.


 “엄마. 왜 엄마 물건은 없어?

 “엄마는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

  항상 예쁜 물건을 살 때면 하시던 엄마의 말씀.


이 말들은 모두 다 거짓말. 엄마가 23세의 자신이 아닌, 이제 막 태어난 나의 엄마가 되던 그 나이 23, 그 때의 엄마와 같은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된 엄마의 거짓말. 항상 괜찮다고 이야기 하셔서, 엄마는 싫어한다고 말씀 하셔서 나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정말로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는 여자임을 잊고 살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래, 그렇게 살았다.


 아직 엄마의 괜찮다는 말을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대로 믿던 나였다. 예쁜 구두를 보고 반짝반짝 빛나던 엄마의 눈을 보게 된 그 날, 무심코 이야기 했던 동생의 말에 당황한 그 날 나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엄마의 거짓말과 숨겨진 모든 것들까지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깨닫는 순간 울었다. 창피했지만 눈물을 흘렸다. 이제껏 날 위해 희생하며 살아 온 엄마에 대한 감사함. 이제야 거짓말들을 알아버린 것에 대한 죄송함.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그 희생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던 나의 어리석음까지 한 데 모아져 눈물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첫째인 내가 이제야 깨달았는데 아직 중학생인 막내가 모든 것을 알고 나면 이미 엄마께서는 많이 늙어 계시지 않을까? 하지만 다음순간 마음이 놓였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세월을 머금은 주름살이 늘어난다고 해서 엄마가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 시간이 흘러도 주름이 늘어도 엄마는 여자이니까.


 그래, 엄마도 여자다.




성명: 유성혜

이메일주소: lucy.u92@gmail.com

연락처: 010-2826-1800

  • profile
    korean 2014.11.18 21:28
    옛날 곤궁했던 시절의 어머니들의 자식사랑이 떠오릅니다.
    밥상 앞에서 늘 배 부른 척했던 어머니...
    자식들은 그런 어머니를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밥 한 술 더 먹으려고 싸우고 난리를 피웠지요.
  • ?
    루시 2014.11.19 17:35
    시간이 지나도, 시대가 변해도 언제나 어머니는 그런건가 봅니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아챘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53 내가 가는 길을 동행하는 친구 / 나의 활력소, 영하 나도될까 2014.12.10 347
52 기록할만한 이야기 / 지하철 한켠 daraii 2014.12.10 77
51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니? / 어디까지 용서할수 있니? 자유인 2014.12.08 257
50 어느날 글을 쓰다가 진씨 2014.12.08 151
49 역설의 소통 좌민정 2014.12.07 278
48 ‘좌민정’질병사(史)와 미래의 방향성 좌민정 2014.12.07 171
47 젊은 수필 마침 2014.12.07 262
46 메말랐던 물이 다시 차오른 이유 외1 김치전 2014.12.06 311
45 이 세상, 모든 당신들에게 외 1편 시한. 2014.12.05 184
44 어떤 고백 문학a형 2014.12.04 409
43 낙엽 밑의 꿈 file 곰곰이 2014.12.01 226
42 아, 실장님 외 1편 응모합니다. 1 이남주 2014.11.28 422
41 어느 변호사의 꿈 외1 2 역곡갈매기 2014.11.20 320
40 얼룩 없는 얼룩말 2 루시 2014.11.18 195
» 엄마도 여자다 2 루시 2014.11.18 375
38 하얀 봉투 외 1편 1 해바라기 2014.11.18 363
37 주인공 외 1편 1 코니마 2014.11.15 115
36 306호 할머니 2 file 한구어렌 2014.11.15 347
35 하나라는 의미 (외1편) 1 별사랑 2014.11.08 281
34 전설이 되다 1 file donrawl19 2014.11.06 174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