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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0:52

바다를 그리는 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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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그리는 빙어

 

빙어가 바닷물고기라는 걸 사람들이 알까요? 다들 호수 물고기로 알고 있을 텐데.”

 

얼마 전, 빙어에 대한 짤막한 글을 써서 아는 분에게 보였다. 그분은 빙어가 바닷물고기라는 것에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겨울이면 호숫가 빙어 낚시가 유행을 하는 지금, 빙어는 이미 호수 물고기가 되었다고. 그래도 빙어는 바닷물고기이다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호수 빙어. 어른 엄지만한 작은 빙어는 영하 십도 이하에서 활동을 하는 조금은 독특한 물고기다. 많은 물고기들이 서서히 떨어지는 수온을 이기지 못해 잠에 빠져드는 겨울에 빙어는 몸을 일으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빙어가 원래 바닷물고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빙어는 바다빙엇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원래 크기는 15센티나 된다. 또한 보름달이 떠 바다가 만조가 되면 떼 지어 알을 낳기 위해 강 상류까지 거센 물살을 역류해 오르는 강인한 물고기이다.


사실 호수 빙어는 사람들에 의해 바다와 강을 자유롭게 노니는 자유를 잃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댐을 건설하며 빙어가 오르는 강 길을 막고, 이후 호수에 빙어를 대량으로 방출해 그곳에 자리를 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빙어들은 인위적으로 바뀐 삶의 터에서 조금씩 유전자 변형을 입어 크기가 원래의 반 정도로 줄었다.


이젠 힘차게 계곡물을 역류해 올라가는 빙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몸 성분은 아직도 짠 바닷물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보름이 되면 흩어졌던 빙어들이 떼 지어 마치 춤을 추듯 물살을 헤엄치는데, 이 또한 보름달이 떠 바다가 만조를 이룰 때 강을 역류해 오르던 옛 추억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쩜 빙어는 지금 바다를 애타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다를 향한 향수로 깊이 병들어 지금처럼 왜소하게 변한 것은 아닐는지.


빙어에 대한 정보를 접하며 측은함과 함께 한낱 물고기를 생각하는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좁은 호수가 아닌 넓디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빙어. 그 속에서 전 세계를 여행할 생각으로 잠 못 들던 유년 시절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냐?”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요.”


어른들의 질문에 곧잘 이렇게 대답했다.


돈은 안 벌고? 여행만 하고는 못 사는데!”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였다. 한참 꾸미는 게 좋을 시절, 사고 싶은 건 넘치는데 주머니는 항상 비어 있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은 학용품과 참고서를 사는 값 외에 조금의 여분도 내 손에 쥐어주지 않았다. 부모님이 모질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한 건 다 사주기에 굳이 개인 용돈이 필요할 거라 생각하지 못하신 거다. 하지만 나는 한창 유행하던 멋내기용, 일명 미니 가방’-책가방이 아닌 뒤로 매는 아주 작은 가방-이 무척 갖고 싶었다.


결국 참고서의 값을 부풀리는 것을 선택했다. 종종 내는 학급 회비도 자주 받아냈다.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이 책값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담임 선생님께 회비가 있느냐고 묻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 그러면서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돈이 없으면 이룰 수 없다는 걸 지혜롭게(?) 깨달아갔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꿈꾸는 세상이 좁아지기 시작한 게. 세계 여행은 허무맹랑한 꿈이라 치부했고, 치기 어리다 여겼다.


그 생각은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할 때까지 이어졌다. 우연한 계기로 딛게 된 유럽 땅 위에서 그 생각이 깊은 후회를 몰고 올지 어떻게 알았으랴.


일 년 동안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 주변 동네에서 살았는데-수도 중심부만 벗어나도 집 월세가 많이 낮아지는 이유로- 그곳은 여름휴가 기간이 석 달,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2주에서 한 달이나 됐다. 그곳 사람들은 휴가 동안 이웃 나라를 여행하며 언어를 공부하거나 더 먼 나라로 떠나 휴가를 즐겼다.


당시 옆집에 사는 백발의 할머니는 휴가 기간 중 내게 중국 사람들에 대해 안 좋은 말을 많이 했다. 그 동네에 중국 상점이 여럿 있는데, 그곳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눈 뜨면 일을 시작해서 밤 열한 시가 넘도록 일한다니까.”


근면성실, 내가 배운 대로라면 그들은 열심히 사는 거다.


세상에 휴가도 안 써. 일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 같아!”


할머니는 열심히 일을 하는 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건데, 그들은 쉼 없이 일하면서도 자신의 취미생활과 여가를 즐기지 않는다며 삶이 불쌍하다 했다. 물론 그들의 삶이 진짜 불쌍한지는 모르겠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계획대로 살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할머니의 말은 내 유년의 꿈을 반추시켰다.


또한 리스본 대학교 어학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의 말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다. 석 달 동안 그들과 함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특히 매 휴가 때마다 가능하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그들의 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돈 많은 부잣집 자제도 연금 높은 직장인도, 해외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들은 전혀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 부자냐?”


내 말에 그들은 폭소했다.


충분하기를 기다린다면 아무 데도 못 가!”


그들과 같은 꿈을 꿨지만 내게는 허상이었고 그들에겐 매 순간 이뤄가는 현실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한 번에 성취하는 게 아닌 조금씩이지만 평생 동안 이뤄갈 수 있는 현실. 그들은 역동적이게 물살을 역류해 올라가는 바다 빙어였다.


넓은 바다를 잊고 호숫가에 정착해 순응한 건 나였다. 빙어는 사람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호수에 갇혔지만 나는 스스로를 가뒀다. 안 된다는 생각 그게 정말 안 되는 삶을 살게 한 거다.


만조 때 떼를 지어 춤을 추며 옛 시절을 그리는 빙어도 바다와 강을 자유롭게 움직일 꿈을 잃지 않는데-짠 바닷물을 잘 견딜 수 있는 그들의 몸이 이를 증명한다면-나라고 못할쏘냐. 어딘가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자신감이 솟구쳤다. 세상이 바뀐 것도 여건과 상황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모든 일이 가능하게 여겨졌다.


프린트 해놓은 빙어 자료들을 한쪽 책꽂이에 꽂으며 안타까움을 달랜다. 사람들이 바다 빙어를 호수 빙어로 생각하며 살지라도 바다를 그리는 빙어는 결국 바다로 가는 법을 알게 될 테니까. 날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자도 결국 그 꿈을 이룰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런 변화가 없을지라도.

 

010-8003-0226/godqhr2513@hanmail.net

 

  • profile
    korean 2017.02.27 21:07
    잘읽었습니다.
    열심히 정진하다 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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