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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잠이어도 좋다 

 

 

                                                                                                                                                                                                                                           이준섭

  낮의 시간이 반쯤 접힌 열두 , 마지못해 이부자리에서 게으르게 기어 나왔다. 창문을 통해 부서지는 햇살세례 때문이다. 잠이라면 노동처럼 컴컴하고 무거웠으면 좋겠다. 온전히 취한 육체가 맑은 영혼으로 벌떡 깨어나는 명징한 잠이라면 없이 당당하겠다. 잠도 질병에 걸리는 것일까? 나태와 무료함으로 수면 폭식증에 걸리기도 하고 초조와 불안감 때문에 수면 거식증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일까? 나의 잠은 아프다. 장시간의 수면에도 허기가 느껴진다. 공복감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대책 없이 가방 하나 둘러 메고 집을 나섰다. 창가에서 자지러지던 햇살과는 달리 일월의 바람은 사납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담벼락의 모퉁이에 서서 덮인 앞산을 바라본다. 천천히 겨울 산을 산책해도 좋을 것이다. 산은 계절과 시간에 상관없이 넘치는 지혜를 주었으니. 기운은 건강한 것들뿐이었으니. 마음껏 놀아 보라고, 통째로 가져 보라고 산은 언제나 나에게 속삭인다. 그러나 오늘의 산은 그때의 산이 아닌듯하다. 집처럼 적막해 보인다. 허기진 마음으로 디딜 있는 곳이 아니다. 혹여 눅진했던 삶을 덜어내기 위해 걸어 잠그고 훨훨 방랑의 길에 오른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겨울 산은 어느 산사의 스님처럼 깊은 동안거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순간 다가오는 무게감. 오늘의 산을 감당할 수가 없다. 나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발끝만 내려다 본다. 산은 무한의 세계에 속해 있는 듯하다.

질문을 바꾸어 다시 묻는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인가? 점차 마비 되어 있던 발끝에 힘이 들어간다. 발부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야 하는가라는 옭매임의 말보다 가고 싶은가 풀림의 말에서 위로를 받은 듯하다. 발끝 하나, 손끝 하나도 위로 받고 힘을 얻어 움직이는 마음의 잔가지쯤 되는 것인가. 잔가지의 태동을 새싹처럼 신통하게 여기며 따라가 보기로 했다.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갔다. 마치 어릴 교실 같다.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시간의 교실처럼 정갈하고 아늑하다. 가끔씩 디디는 곳에 따라 낡은 나무 바닥이 노인네의 무릎 펴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선생님을 기다리는 유순한 학생들처럼 책상은 모두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다. 아마도 창살이 많은 유리창은 개구쟁이 남철이가 닦다 놀다 하며 대충 닦아놓고 도망갔던 유리창인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미소가 터져 나온다. 곳은 교실이 아니라 아파트내의 작은 도서관이다. 여섯 개의 서고와 사서 분이 켜켜이 쌓인 고요와 시간을 지키고 있다.

서고 사이를 걷는다. 데미안, 그리스인 조르바, 염소를 모는 여자 전에 읽었던 책들의 표제가 보인다. 책의 이름이 마치 민현이, 민숙이, 경신이라는 이름처럼 친근하게 입안에서 중얼거려진다. 어릴 나는 얼마나 많이 동무들의 이름을 불렀던가? 놀러 가자고, 보고 싶다고, 연애 편지 받았다고. 밤낮없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안했던 사춘기를 무탈하게도 넘겼다. 그때의 이름은 모두 생활 속으로 멀어졌다. 년에 이나 불러 볼까? 그러나 아직도 나는 혼잣말로 샤갈이나 플로베르 같은 비현실적인 이름을 부르지 않을 없다. 허구의 이름 안에서 뜨거운 밤을 보내도 욕망은 욕되지 않고 절망은 달콤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면 내가 애타게 불렀던 과거와 현재의 이름들은 생애 가장 열정적이면서도 순수한 언어이고 못난 속내마저 구원해 준다는 점에서 닮아있는 듯하다. 이곳은 바로 그때의 그들, 그곳인 것만 같다.

  겨울 햇살이 비스듬히 드는 창가 서고에서 낯익은 작가의 이름을 보고 그녀의 산문집을 꺼냈다. 손끝으로 훌훌 넘기던 책장의 어느 단락쯤에서인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호른연주가 유장하게 울려 퍼진다. 웅장하고 장중한 소리는 내면의 물결 위에 유람선을 띄우고 세느강을 지나 미라보 다리아래로 흐른다. 세기의 여류화가를 사랑한 젊은 시인은 노래한다. 세월은 가고 사랑도 가고 시인만 남았다고. 그러나 이제 아폴리네르도 가고 그곳에는 시만 남아있다. 슬픈 언어로 인해 우리는 기꺼이 권태로운 사랑보다 이별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이별의 상처 자국마저 황홀토록 아름답다. 예술은 불완전하고 결여의 것을 미화시키는 환상성 안에 존재하고, 예술가는 어쩌면 아픈 환상을 동경하는 병에 걸리기를 갈구하는 환자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고뇌와 비애의 매혹에 흠뻑 중독된 기억으로 살아가는 무리들이니까. 서고에 기대어 한참 동안 나는 몽환적 소녀처럼 책을 읽었다.

내가 입체파가 되지 않은 것은 아무리 되고 싶어도 그렇게 없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한 마리 로랑생의 말에서 다름대해 생각해본다. 실패하면서 다시 나아가도 되는 , 갈래의 물길이 각자 흘러 가도 좋은 강에서 나는 무엇을 회의하고 절망하고 통제하는가? 게으른 잠을 자고 한끼를 거르고 나절을 버리며 고독과 문학과 친교한 하루를 부족하다 의심하는가? 슬픔을 몸에 새겨놓은 아름다운 부류의 종속들과 멈추지 않는 춤을 밤새 추는 몽유병 환자의 잠이 아프다고만은 말할 없지 않을까. 지금 나의 잠은 그런 잠인지도 모른다. 남과 다른 그런 하루인지 모른다. 미라보 다리에 불완전한 사랑은 완전하게 남아있고 서가에서 서성이던 반나절은 비로소 긍정의 하루가 되었다. 도서관을 나서며 바라본 앞산은 무거움의 형체가 풀리어 어둠 속으로 완만하게 스며들고 있다. 산은 편안한 잠자리에 이의 완전한 형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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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있는 우리 집

 

 

 이번 학기 동안 나는화가라는 주제에 빠져 가슴이 아릴 정도로 행복했어요. 자기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감히 희망 없는 노동을 사랑하고 싶다는 느닷없는 열정에 사로잡히기도 했지요. 예술의 한 모퉁이에 의지하여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들의 삶, 아마도 그들의 일생에서 삶의 본질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은 무거운 자유를 기꺼이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였지요. 마치 신화 속의 시지프스같이, 오늘 굴리고 있는 돌은 어제의 바위가 아니라는 행복한 절망이 결국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고요. 내 자신을 뛰어 넘어 보는 것, 그리하여 새로운 내 자신을 창조하는 것은 얼마나 멋진 삶인가요?

  또 하나의 수확이라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두루 알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문화적 상식에 대한 갈증이 다소 해소되었다면 과장된 말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림의 언어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사실이니까요. 어느 날 병원에 갔는데 벽에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그런데 마치 마티스가 그린 작품 같았지요. 물이 그릇에서 흘러 넘치듯 선명하고 밝은 색이 테두리를 무너뜨리고 있었거든요. 다가가서 보니 가볍게 채색된 그림 위에 그의 사인이 있었어요.

  그제는 침대에 누워 우리 집을 국립 미술관으로 꾸미는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제일 먼저 구스타프 클림트의키스라는 작품을 욕실의 벽에 장식해 놓고 싶어요. 액자가 아닌 타일 위에. 그녀의 긴 손과 움츠린 어깨 그리고 정성을 다하는 발뒤꿈치에 매료 되었거든요. 아마도 거기에서 떨림을 보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녀의 떨림이 남자에 대한 사랑이었다면 나의 떨림은 나를 찾고자 하는 설레임이었으면 해요. 성적 육체성을 가진 그녀에게서 정신적 관능미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요. 분명 그것은 황금빛 첫 키스의 환상과 닮아있을 거예요, 매달리지 않거나 포옹을 풀어버리면 벼랑 아래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태로움을 감지한 섬세한 울림이 있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뜨거운 욕조에서 그림을 보노라면 아마 나 자신은 비너스처럼 아름답게 탄생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침실에는 샤갈의생일이라는 작품을 걸어놓고 싶어요. 삶은 소풍이잖아요. 한바탕 놀고 가는 소풍. 소풍 가는 길에 단짝 동무가 나의 남편이라면 그와는 벨라와 샤갈처럼 날아다니며 살고 싶어요.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가장 유치하게 사는 거예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 사람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해주고요. 어린 아이처럼 손을 자꾸 잡는 거예요.  가장 순수해야 해요. 그러면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나를 보기 위해 날아가듯 집으로 돌아오고 나는 함박웃음으로 한 아름의 꽃을 대신하는 거예요. 그러면 비가 오는 날도화창하다하며 둘이 손을 잡고 창 밖으로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거실에는 이중섭의 작품 중에 발가벗은 아이들이 나오는 작품이면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도원이든춤추는 가족이든봄의 어린이이든. 대신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이들이 꼭 있었으면 해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나의 아쉬움 때문일까요? 밤늦게 퇴근하면 어린 두 아들은 꼭지 떨어진 수박덩어리처럼 거실 이곳 저곳에서 자고 있었어요. 안쓰러운 마음에 일요일 수영장을 데리고 갔었지요. 마치 그림 속의 아이들처럼 장난을 치고 놀았어요. 두 마리 물고기가 꼬리잡기 하듯 뱅글거리며 웃고 달아나고 잡고 도망쳤지요. 그때서야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장난하는 아이는 불안을 이길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나 봐요. 아마도 엄마가 없는 낮 동안 아이들은 수십 가지의 장난거리를 만들어 냈을 거예요. 그때는 장난이 필요한 시간이었을 테니까요. 장난하는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을 테니까요.

  나만의 방에는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를 걸어둘래요. 그녀의 웅크린 몸에서 고독이 보이기 때문이에요. 자발적 고독 말이에요. 온전한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안쓰럽게 앉아있는 모습이 거룩해 보이지 않나요? 넓은 사막에서 그녀의 불안은 결국 구원을 받았을까요? 그녀처럼 가정과 사랑을 제물로 바치며 고독하게 살수는 없겠지만 하루 중 어느 한 때는 고통스러운 시간과 만나야 한다는 절박감에 고개를 파묻게 되네요. 인생의 전반부는 미지의 것들로 막막했지요. 열정적으로 실패했고 덤으로 성공을 얻기도 했어요.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를 청춘 같은 것이었지요.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섰네요. 이제 진짜 여정의 길에 나선 기분 이예요. 사자를 보고 놀라지도 않을 거예요. 너무 자주 작은 일에 놀라고 당혹해 했어요. 외로움을 맨몸으로 안고 가는 사람에게 두려워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예요. 

 

전화번호. 01085882319

이메일.  dallani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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