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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마음으로 통한다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행운, 사고와 같은 의식적 행위 너머의 일들 말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 사이의 이끌림만큼 불가해 한 일이 있을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알게 되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널리 알려진 이 사자성어에 인간관계의 핵심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 어떤 이는 가만히 두어도 친구가 되지만 어떤 이와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까워 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통한 진실.

  만일 내가 누군가와 마음이 통한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그 앞에 설 수 있다면, 그 역시도 나와 같을 것임을 이제는 안다.
 
 얼마 전의 일이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운영하는 매장에 놀러갔다. 그 친구와 나는 매일 같이 보는 사이라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커피숍에 가서 한두 시간 수다를 떨었다.

 각자 자신의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한적한 도로 위를 달렸다. 어느새 내가 사는 도시의 이정표가 보였다. 그러자 친구는 내 옆 차선으로 와서 창문을 내리고는 나에게 인사했다. 나도 짧게 화답 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왜였을까? 인사를 마치고 창문을 올리던 순간, 소소하지만 깊은 행복감이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그 날,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내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몇 시간 후, 그 친구에서 전화가 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못 상기되어 있었다.
 
  '아까, 너랑 헤어지고 집에 가는데 나 계속 웃으면서 갔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기분이 너무 좋은 거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 집까지 가는데 시간 꽤 걸리잖아. 나 근데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계속 웃고 있었어. 뭔가 되게 행복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이유는 모른다. 설명 할 수도 없다. 이것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내려 쬐는 자연의 섭리처럼 자연스레 발생하며 알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고자 하는 시도나 이성을 통한 분석은 이처럼 기묘한 사람 사이의 이끌림 안에서 그 필요를 잃는다.
 
 롤로 메이는 이렇게 말했다.

'심리요법을 실시하는 중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환자가 어떤 감정 즉 에로티시즘이나 분노, 소외감, 적개심 등을 느낄 때 의사도 환자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이것은 그 두 사람이 진정한 관계를 맺은 경우 감정이 서로에게 이입되어 공동의 장을 형성하게 되어 일어난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우리가 사랑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깊이 빠져든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서 부터 나온 결과이다. 정열은 정열로써 응답받는다.'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길러진 이 시대의 이들에게 이것은 허락되지 않는 막연한 예감과도 같은 것일 수 있다. 인간관계와 사랑에 관한 처세서가 넘쳐나는 지금의 현실. 마치 사랑은 머리에서 시작되어 태도 속에서 귀결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누구나 알고 있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이해가 되는 순간들. 상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함께 아파하던 순간들. 진실로써 이야기 하고 응답받았을 때 차오르는 기쁨, 그 치유의 순간들. 말로 할 수 없는 따뜻한 그 많은 순간들.
 
  누군가에게 깊은 이끌림을 느낄 때, 혹은 진실로 사랑을 느낄 때, 상대도 나와 같을 것임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비록 말로써 마음을 온전히 표현 할 수 없다 해도.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멀리 떨어져 다른 시간대에서 살고 있다 해도.  


  마음은 마음으로 통한다. 사랑의 귀결은 오로지 사랑이다.







고백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요 며칠 사이, 나는 소식 없는 우편함을 뒤적이는 나를 자주 발견하곤 했다. 지금 이 행동의 이유가 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벌써 편지가 끊긴지 반년 째. 언제 다시 편지가 올지는 모른다. 지금까지의 기다림보다 짧을 수도 있고 혹은 길수도 있다. 어쩌면 편지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우편함을 뒤적이고 있었다. 집밖을 나서며 또 들어서며 요 며칠 간 현관문 옆의 우편함은, 꼭 거쳐야 할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되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매 번 수북이 쌓인 우편물을 들추어내며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러나 언제나 내 주소지는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떠한 기대감이 나를 우편함으로 향하게 한 것이라면 분명 실망감이 들 법도 한데, 나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나를 이렇듯 우편함으로 향하게 하는 이것은. 이 이끌림은 무엇일까.

  나는 이제 알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었음을.
 
  어느 깊은 새벽, 잠자는 내게 그의 영혼이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을 것이다.
  
  '우편함을 놓치지 마'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하던 발걸음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미 골목엔 어둠이 낮게 깔려 있었고, 홀로 서 있는 가로등만이 우편함을 희미하게 비춰줄 뿐이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현관 옆에 있는 우편함으로 다가가는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는 것을.

   희미한 가로등의 불빛에 뿌옇게 빛나고 있는 편지가 나에게 말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나 몇 사람을 거쳐 내게로 왔노라고. 한 낮 빛나는 햇살 속에서 나를 기다리며 매우 설렜노라고.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편지봉투를 들여다보았다. 정겨운 그의 필체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단단히 엉켜 있던 그리움이 일순간 터져 나왔고, 그것은 곧 뜨겁게 시큰거리며 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아무도 없는 한가로운 골목길. 희미하지만 따뜻한 이 빛 안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리라하고 건너편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가로등 아래로 갔다. 그리고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스레 그의 마음을 열어보았다.

  그가 말했다. 나의 영혼이 널 사랑하고 있다고. 널 만나지 못하는 것은 널 사랑하고 있기때문이라고.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서 널 잃을까봐 겁이 난다고. 

  차분한 어조에서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점차 격양되어 가기 시작했고, 결국 모든 것은 날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나는 정신을 잃을 듯 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했다.


 '날 사랑해줄 수 있겠니.'
 '날 기다려줄 수 있겠니.'


 그리고 언제나처럼 나에게 고맙다며, 그의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었다.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오늘의 이 눈물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처음으로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이 밤을, 이 골목길을, 이 가로등의 따뜻한 빛깔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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