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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우울에게.




우울이 가진 힘을 믿는다.

1.
우울은 한 개인의 무기력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2. 
'우울에 잠식된다'는 표현은 실제로 그렇기에
생긴 말일 것이다.


3.
우울에 잠식된 사람에겐 우울해 하지 말라는 말보다
마음껏 우울을 즐기라는 말이 더 위로처럼 들릴 것이다.


4.
우울에 잠식된 사람은 두려움을 느낀다. 행복에 대한 두려움. 밝은 빛에 대한 두려움. 나의 우울에 대한 두려움. 거짓에 대한 두려움. 신뢰에 대한 두려움. 아이러니하게도, 어둠에 대한 두려움.


5.
어둠이 없으면 불안하면서도, 그 속에 있는 와중엔 또 무척이나 빛이 그립곤 했다. 신경 꺼줬으면 싶다가도 구해줬음 했다. 내 어둠을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하다가도 지하실 문이 열릴 날만 기다렸다. 참으로 모순되고 제멋대로인 사람이 된다.


6.
그 시절 벼랑 끝에 매달려 울고불고 도와달라고 했을 때, 정확히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내 손을 잡아주는 이들과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이들.
다행히도 그들이 이겼다.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난 아직도 살아있구나. 기어코 살아남았구나. 바퀴벌레같이 질기도록 살아남게 되겠구나.


7.
덕분인지 불행인지 용케도 지하실 벽을 긁어냈다. 철창같이 굳게 닫힌 문은 절대로 열리질 않았다. 홀로 오랜시간을 이 악물은 끝에 기어코 희미한 빛이 새어들어왔다. 긴긴 우울 끝에 얻은 작은 빛, 처음으로 마주하는 빛이었다. 꺼질듯한 위태로움과 희미한 밝기를 가진 놈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빛이었다. 처음으로 빛을 본 사람처럼 신기해 해버렸다.



8.
빛은 상당히도 오래 지속되었다. 나는 여기에서 우울의 힘을 믿게 되었다. 굵고 짧은 삶을 지향하던 내게 가늘고 긴 희망의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쉽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내가 겨우겨우 살아나온 곳이 얼마나 지옥같은 지를 잘 알기에. 다시는 외롭고 추운 그곳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 하나가 생을 연명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이유는 별로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9.
이유야 어찌되었건, 암순응이든 빛이 뿌리를 내린 것이든 경사가 아니겠는가. 인간은 학습하고 적응하는 동물이었다. 지하방에 다시는 갇히고 싶지 않아, 하며 금새 빛을 향해 걸어 나아갔다. 날 봐. 어때. 빛이랑 꽤나 잘어울리는 사람 같지 않아? 지하방? 그런게 뭔데? 흉내내고 연기하는 것마저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인간은 한 겹 한 겹 가면을 덮어씌운다.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자신의 치부는 낡은 지하방 한 구석에 허물처럼 벗어놓은 채. 


10.
가면은 시간이 지나 때론 그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면을 쓰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울의 프레임을 벗는 것은 빛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는 또 다른 말일 테니까. 노력하다보면 언젠간 빛에 잘 어울리는, 아마 거의 근접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희망, 그 한 줄기를 놓질 못한다. 미련이다. 어쩌면 치졸한 미련이겠지. 


...... 



어쨌든. 나는 우울 속에서 기어코 빛을 찾아내었다. 내가 한 일이라곤 그 빛을 붙잡아 둔 것 뿐이었다. 훗날 이 어둠을 천천히 녹여 균열을 낼 수 있도록 도운 것 뿐이었다. 모두가 빠지고 싶다던 바다를 보며 약간의 위로를 얻은 것 뿐이었다. 이 긴긴 암순응 끝에 얻은 나의 교훈은, 아니 그 작은 빛은 이런 것이었다.


' 어둠 뿐이라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린 달빛에도 걸을 수 있을테니까. '






이름 : 황지은
번호 : 01094767988
이메일 : hwangjin1217@naver.com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9.12.13 13:11
    달빛이 얼마나 그제 아름답던데요... 보름달이더라구요... 일산호수공원을 걷는데...
  • profile
    korean 2019.12.31 18:53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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