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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9 23:25

농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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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5월의 불볕더위다. 몇십년만에 30도를 넘나드는  5월이라고 아우성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무더운 날 난 정말 떨어지기 싫은 발걸음을 밭으로 향했다.  참깨 밭을 봐줘야 한다. 그냥두면 참깨 50% 수확도 힙들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노동의 현장을  한동안 내려다 보다가 서서히 밭고랑에 가 앉았다.  검은 비닐에 뚫어논 구멍에 참깨가 봉싯봉싯 하다. 동시에  곳곳에 빈 자리도 많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작은 싹들이 힘겹게 올라오는 것도 있다. 비닐을 좀 찢으면 편하게 자리를 잡아 줄 수있는 것도 있지만  손도 대기 어렵게 여린 싹들도 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이것들을 살려야 한다. 오늘 이 폭염속에  밭 한가운데 앉은 이유다.


온 몸에 땀이 촉촉하다.  헐렁한 작업복 을 제치고 품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꿀맛같다. 맵시를 보며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들

에어컨으로 몸을 식히는 도시인들은 상상 할수 없는  시원함이  농부를 격려한다.  난  이렇게. 자연에 배려를 받으며 자연의 일부인 작물을 열심히 보살피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제대로 싹이 튼 것은 본잎이 2~4개 나와 있어서 보기도 좋고  손봐주기도 든든하다. 허지만 어떤 것들은  무리를 지어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이것들을 솎아내서 보면 길이가  5~7센티는  족히 된다.  파종할 때 작은 기구 안에다 참깨씨를 넣고  비닐을

씌운 땅에다 굴리면 비닐이 뚫리면서 씨앗이 몇알 씩 떨어져 싹을 틔우는 것이다. 그 작업을 할 때 농사멘토가 살살 하라고

거듭 주위를 주던 이유가  백분 이해되었다.  그 때 힘이 가해진 것들이 그만 자기 몸 몇십배 땅속으로  매장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깊은 지하 에서 탈출한 녀석들 온몸이 파김치다.  지상위에 자신의 존재를  함께 하고 싶어서  얼마나 힘든 고통의 터널을  개척해 왔을까? 생각하니 안스럽다.


성서에서 농부의  손에서 뿌려진 씨앗이 바위와 가시덤불과 기름진 땅으로 각기 떨어진 생각이 난다. 사람을 물론이요 모든

생물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는가? 가 절대적인 운명이라고 생각되어 이 여린 싹들이 더욱 애처롭다." 얘들아  미안하다.  너희들의 운명을  내가 개척해 주마~"


일단  비닐을 찢어  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드러운 흙을 채워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아준다.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 탈출한 녀석일수록 더 여리다.  이 녀석들을 장갑을 낀 투박한 손가락으로 차마 만질수가 없다. 주위를 살펴 부드러운 힘을 가진 지푸라기를 찾아서 여린 순을 살짝 바쳐주고 촉촉한 흙을 찾아다가 감싸준다.   내 어린 손자들 잠자리 돌봐 주는 듯한 맘으로,   여린 순에 흙이 끼였을세라 살살 털어주고 나면 새싹 구조작전 완료다.     


"어린 싹들아 제발 살아 나거라 그리고 잘 자라서 네 본래의 모습을 찾고 네 수명을 다 하거라." 애처롭도록 여린 녀석들에게 난 당부를  한다. 


전에는 밭을 매준다는 것이 그냥 기생하는 잡초를 뽑아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 때도 마음은 뿌듯했었다. 헌데 이렇게 자식을 키우듯이 세심한 돌봄의 마음이 진정 농부의 마음이란 것 이제 농사 7년만에 깨달은 행복이다.


한나절을 걸려 반 한 두럭을 다 매만지고 일어나 허리를 펴며 뒤를 돌아봤다. 파릇파릇 하게 정돈된  참깨  무리가  마치 살아있어서 곰실곰실  내게로  다가오는 듯 한 착긱이 든다. 그리고 마음은 표현 할 수없이 흠족하다. 이 흡족한 마음이 힘든 노동으로 살아가는 농부들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힐링' 이란 영양제 인가보다.


문득 막 중요한 수술을 끝낸 의사의 마음, 또는 섬세한 작품을 완성한 '장인'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맘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난  '사랑하는 마음으로 농작물을 키우는  장인 정신을 겸비한 농부' 가 되련다..



2>  천사의 날개를  잃던 날



60년 전 그 날 나는 학교가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산길을 넘고 들판을 지날 때 쯤  삼촌이 급히 버스길을 향해 스쳐갔고  뒤이어 오빠가 급한 걸음으로  지나갔다.  나를 예뻐해 주던 삼촌이 그냥 지나간 것으로 봐서 꽤 황급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겨울이었지만 춥다는 기억은 없고  운무가 가득했다.


밤이 깊도록 아버지도 오빠도 삼촌도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와 언니는 내일 모래 설날에 입을 나와 동생의 설빔을 만들고 있었다. 다홍치마에 색동저고리, 등잔불 밑에 곱게 빛나는 다홍치마를 만지작 거리다가 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와 신발을 벗어던지며 뛰어들어갔던 방안에서의 무거운 분위기 ......, 해 질 무렵 쯤 밖에서 아버지의 도락구(트럭)소리가 났다. 반가워서 뛰어 나갔지만 난 머쓱했다.  삼촌의 등에 업혀서 들어오는 아버지는 두 팔을 늘어트리고 의식 없는 한 쪽 눈만 초점없이 뜨고 있었다. 


어른들이 아나 둘씩 집으로 모여 들더니 이내 방마다 가득하다. 아버지와 절친했던 호순아저시는 약을 구하러 팔방으로 다니는 눈치다.  설밑 장을 보러 가셨던 아버지는 시장에서 넘어져  밤새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하며 계셨다고들 했다.  꽤 오랜 뒤  누군가가 날 안방으로 데리고 갔다. 아버지의 왼쪽 허리쯤에 앉혀졌다. 한쪽 눈만 뜨신 아버지는 가족을 둘러본 다음 시선이 내게서 머물렀다. "딸에게 무슨 말을 하려나보다"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고   난 "우리 딸 !" 하고 말하실 아버지의 입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을 바라보고  계시던 아버지는 아무말도 없이 그냥 눈을 감으셔다.


여기저기 오열이 터졌다.  난 멍멍했다.  정황으로 '죽음'이란 것을 느꼈다. 아버지에게 죽음이 온거야?  그럼 다시 아버지와 놀 수 없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아닐꺼야~! 난 공황상태가 됐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슬픔,불신, 공허가 나를 지배했다.


밤새 어린 난 죽음이라는 어렴풋한 현실을 거부하고 있었다. 도저히 실감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내일이면 다시 나를 불러줄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밖이 소란해서 내다보니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마당에는 울긋불긋  화려한 것이 들어와 있었다. 행성(상여)이었다. 뭔가 싶어서 마루로 나왔다. 사람들이 안방에서 커다란 물체를 마루로 들고 나왔다. 순간 이것이 아버지란 것을 느낀 나는 세상이 무너졌다. 억장이 막혔다. 달려가 그것을 붙들었다. 


아버지! 아버지! 울부짖는 나를  누군가 업고 나왔다. 아냐~! 아냐~! 아냐~!  난 발버둥치며 울부짖었다.  아버지를 보내면 안딘다.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난 호순아저씨의 등에 업혀 아버지의 상여로 부터 멀어졌다.


뒤에 안 일이지만 다음 날이 정월 초하루여서 마흔살  젊은이의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일이라 할 수없이 섣달 그믐 날 온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장례를 치른 것이라 했다.


아버지의 삶은 짧고 굵었다.  19세에 결혼하여 남매를 낳은 뒤 할아버지께서  원대한 꿈을 안고 서울 보성전문학교에 유학을 보내셨다. 헌데 요즘 말로 등록금을 삥땅쳐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일제하에서 새로운 문명이 들어오던 당시 운전사라는 직업은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장안 기생들에게......,  대노하신 할아버지에게 미움을 받아 서울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10여년 만에 늦둥이를 낳고 고향으로 돌아와 모처럼 가장으로서의  재미를 알며 지내셨다고 엄마는 간간히  당시를 회상 하셨다..


태어나면서 부터 아버지를 가정으로 불러들인 난 그 사랑을 독차지 하며 행복했다. 아버지는 늘 도락구(트럭)  앞자리에조수와 함께 나를  태워가지고 다녔다. 까마득히  높은 조수석에 앉아 신작로를 달릴 땐 난  날개가 달린 듯 신나고  행복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달아준 행복의  날개는 아버지의 사망과 함께 부러졌고  그 뒤 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웃음을 잃고 말을 잊어 가는 우울한 나날을  지냈었다..  

   그 뒤   인생 갑년을 지낸 난  내 사랑하는 손자들에게 행복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이름 : 이 종 걸

47484748@naver.com

010-2733-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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