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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13:49

새옹지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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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옹지마

                                                                                                                                                                                           이 종 걸

봄의 시작이라는 춘분 날 화창한 햇빛을 받으며 감자를 심었다. 그리고 흙 묻은 손을 씻기 위해 밭가에 있는 옹당이에 손을 담갔다. 뼛속까지  전해오는 찬 기운에 온 몸이 상쾌해 진다. 맑은 기분으로 잠시 지난 생각에  잠긴다.

  

몇 해 전 남편의 퇴직을 앞두고 고향 쪽에 농지를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노후를  농사지으며 살고 싶은 꿈을 위한 첫 단계다.

그 실현을 위해 현지에 내려가 보니 농지 값이 껑충 뛰어 있었다. 농지의 가격이 상승한 것은 전국 균등발전의 취지로 보면 환영할 일이지만 우리의 사정으로는 난감한 일이었다.  쉽게 결정할 수가 없어서 마침 부동산에 종사한다는 지인에게 부탁해 놓고 돌아왔다.`


 지인은 부지런히 합당한 것을 물색해서 팩스로 보내주었고  우린 주말이면 내려가서 현장과 내 사정을 맞춰보고는 했다.

드디어 적당한 것을 만나 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약속 날이 신정 연휴의 마지막 날이였다. 약속 장소도 이웃 면소재지로 했고

좀 의아했지만 사람을 믿고 계약을 체결 했다.


  난 마음이 부풀었다. 노후에 이곳에 아담한 집을 짓자. 앞밭에는 갖가지 농작물을 심어 유기농 먹거리를 자식들에게 보내주고 지인들과도  나누어 먹어야지......, 여기 쯤 연못을 파고 저쪽에는 탁구대도 놓아서 휴일이면 손주들이 내려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푸른 전원에서 사랑스런 아이들이 하얀 탁구공을 날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난 행복 했다.


 드디어 봄이 되어 농사 계획을 세우려고 밭을 찾았다. 헌데  지난 겨울 땅을  보러 갔을 때 남 쪽 끝에 잔디가 노란 빈터가 있었다. 지적도에 지렁이 모양을 한 그곳을 보고 또 봐도 지명이 없었다. 소개하는 자에게 다시 물어보니 그는  그곳을 '도로'라고 했다.  아 공짜 땅이구나  봄에는 유실수를 심어야 겠다고 궁리 했던 곳이다. 마침 곁에 현황도로도 있으니 믿을 수 밖에......,

아 글쎄~! 그곳에  물이 고였던 흔적이 있고 잔디가 아닌 억새 풀이 사위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여름 우기에 빗물이 모여 흐르는 도랑을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서 퇴적물로 메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어찌 되는 건가  ?!  급히 그가 속해 있는 부동산으로 갔다. 부동산 사무실 주인은 지적도를 가지고 나와서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말했다. "여기 '구거'라고 적혀 있는데요~" 내가 가지고 있는 서류에는 '구거'라는 지명이 없었다. 주인은 1월 3일은 가개를 쉬었으니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그러니까 난 처음부터 그의 속임수의 대상이었단 말인가?  엄연히 지적도상 '구거'라는 지명을 삭제하고 팩스를 보냈으며  휴일을 택해서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믿는 도끼에 잘 등 찍히고 눈 감으면 코 떼어간다는데 난 눈을 뜨고 코를 잃고 말았다.


 보릿고개가 있던 어린시절 몹시 가난한 이웃이 있었다. 사립문 조차도 없는 집,  흙 봉당에서 유난히 배가  불룩한 아이들이

파리떼가 앉아 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있던 모습이 늘 연민으로 남아 있던 집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 집에 사위가 들어와  처갓집 식구들을  잘 거느린다는 풍문을 듣고 내심 고마움 같은 것을 느꼇었다. 그 집 사위가  땅 중개를 한다기에 좀 도움이 될까  하고 일을 맡긴 것이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나는 배신감에 너무 화가 나서 그를 벌주기 위해 진정서를 작성 했다. 그러나 막상 진정서를 앞에 놓고 우리 부부는 고심 했다.  그에게 댓가를 치르게 할 용기가 없었다.  마음을 갈아앉히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니 나의 잘못도 없지 않다. 그렇게 확연한 서류상 하자를 그대로 믿었으니......,  이건 아무래도 하느님의 의도하심이 있었을 것 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돌려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하고 나니 마음에 평화가 왔다. 집을 짓지 않으면 어떠랴 ~~~  컨테이너를 놓으면 되지~~~~~~~


 다음 해에  그 자리에 장비를 들여 공사를 했다.  메워진 흙을 퍼 올리고 나니  작은 물이 조용히 흐르는 도랑이 생겼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게다가 아직 손보지 않은 윗쪽에서 스며온 물들이 떨어지는 낙차에 의해 작은 옹당이도 생겼다.  옹당이에는  어둠을 지나온 맑은 물들이 모처럼 밝은 세상을 만난 기쁨으로 한바탕 강강술래를 하며 쉬어간다.


  이제  이 작고 맑은 물은 내 밭에 중요한 보고가 되었다. 모종을 욺길 때는 당연하고 목마른 채소의 갈증을 풀여주는 감사하고 귀한 생명수다.  또는 무더위 속 힘든 노동으로  흐르는 땀을 씻도록 한 바가지의 물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다. 생각해 보니 이  밭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가 싶다.


  하필이면 그 때 그사람을 만났고 어이없게  속았기 때문에 내 소유가 된 이 곳,  이 땅을 장만하고 뿌듯 했던 행복,  아직

그 기쁨을 다하기도 전에 배신감으로 분노의 포로가 됐던 일  사고의 전환으로 그를 용서하고 느끼던 가벼운 자유  그 뒤에도 '농사' 라는 힘든  노동으로 잠깐씩  후회 하면서도 새싹들과의 아기자기한 행복을 나누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해서 아마도 인생만사 塞翁之馬  맞는  말인가 한다.






       어느 여름 날의 환희


 봄 부터 가물던 날씨는 장마철이 되어서도 마른 장마란다.  '중부지방 곳에 따라 소나기 ' 아리송한 일기예보에 머뭇거리다가 한나절이 되어서야 농장으로 향했다.  할 일도 많았지만 볼 때마다 훌쩍 자란 모습으로 반기는 농작물이 보고 싶었다.


몇 해 전부터 고향 쪽에 밭 뙈기를 장만해서 농사를 짓는다. 가깝지 않은 거리를 오가며 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 느끼는 보람도 있어서 우리 부부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농장에 도착하니 작물들이 갈증을 못 견디고 축 늘어져 있다. 숨이 막힐 듯 지는 더위를 밀어내며  우리는 먼저 제멋대로 뻗어가는 고구마 넝쿨을 걷어 올린다.  엉뚱한 곳에 뿌리를 내리던 덩굴이 후두두 소리를 내며 끊어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걷어낸 줄기를 두럭위에 서려 놓으며 제발 한줄기 비가 내려주기를 빌어 본다. 간간히 소나기 앞서기 바람이 세차게 지나가지만 비는 좀체 오지 않고 땀 만 빗물 같이 흐른다.


다음에는 고추를 딴다. 초록색 나무에 조르라니 달린 고추가 보기에 참 좋다. 그러나 고추 따기는 생각외로 어렵댜. 모태인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고추를 비틀며 따자니 목덜미와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젖은 옷섶으로 지나가는 바람은 완전히 꿀맛 같다. 잠시 허리를 펴려고  일어서는데  아악! 비명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빨갛게 쌓여가는 고추를 보며 다시 힘을 얻는다.


"비오기 참 힘드네~"  남편의 투덜대는 소리가  염려인지 불만인지 아리송한데 갑자기  회오라 바람이 불며 건너편 산 자락으로부터 소나기가 달려온다. 초록색  산허리를  소란하게 웅성대며 빠르게 달려오는 모양이 선연하다. 이내 비에 젖은 옷이 몸을 감는다. 


비를 맞으며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농막으로 들어갔다. 빗소리가 급속히 가까워지며 농막의 문이 힘을 업고 닫힌다.   목마른  대지에 내리는 빗소리가 리듬을 탄다. 전원의  교향곡 을 들으며 마른 옷으로 갈아 입으니 기분 좋은 피로가 몰려온다. 버너를 꺼내  불을 붙힌다. 믹스커피에 끓은 물을 붓자 은은한 향기가 퍼진다. 창문에 빗물은  지난 세월 만큼이나 빠르게 흐른다.

문득 그 세월 너머에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70년대 후반 쯤 당시 서울은 개발 초기었기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가 많은 집은 전셋집  구하기도 힘들다고  메스컴에서는 연일 호들갑이었다.  우리는 어머님을 모시고  어린 삼남매 등 여섯 식구였다.  나폴레옹의 좌우명을 책상위에 붙혀 놓고 사춘기를 보낸  난 두려움 없이 가난을  선택 했지만 이건 너무 힘들었다.  불가능에서 가능을 찾으려고  궁리하던 내게  '말집' 이라고 불리는 아주 얕고 낡은 집이 소개 되었다., 계산하고 저울질할 겨를이 없었다.


무조건 이사를 들어간 후 수리를 했다. 지붕을 걷어내고  벽돌을 높인 후에 다시 기와를 얹는 공사였다.  지금 생각하니 20대 후반의 철없는 주부였던 난  그야말로 범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였다  하룻강아지는  많은 행정적 난관에 부딛쳤지만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기와를 모두 걷어낸 그 날 비가 온 것이었다. 공사를 맡은 아져씨들은 지붕에 슬레이트를 얹어주고 갔으나 비는 계속 내리고 방으로 흘러 들었다. 밤이 되자 비는 더욱 요란하게 지붕을 때렸고  마른자리를  찾아 아이들 잠자리를 챙겨주며 을씨년 스러운 밤을 새운 적이 있었지  ~~~~~


소나기가 다시 창문을 흔들며 다가왔다.  삶의 밑바닥에  뭍혀 잊혀졌던  한 기억에서 돌아와  찻잔을 들고  일어서서 창밖을 본다.  오전에 손봐 주었던 고구마 싹이 푸들푸들 환성을 올리며 춤춘다. 푹푹 찌는 더위에 지쳐 있던 대지의 모든 생명들이 두 팔을 벌리고 기지개를 켠다. 창문을 살짝 열었다. 빗방울을 동반한 생명의 환호가 창공을 가득 채운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듯 흐믓한  빗소리다. 오랜 가뭄을 기다린  뒤에 내리는 빗소리가 그 기쁨은 倍加  한다.


그리고 내게는 그 눅눅하고  을씨년스러운 밤이 있었다.  삶의 밑바닦에 뭍혀진 듯 잊었지만  무의식 중에 내 삶을  지탱히 준  젊은 날의 한 페이지다.  그  시절의 어려움이  씨앗이 되어  현실의  삶이 풍요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젊은 날의 고생이 달콤한 추억으로 다가오는   빗소리가 행복한 시간이다.

                            이 종 걸

                            47484748@naver.com

                            010-2733-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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