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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6 15:58

그래 너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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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 좋겠다. 
정수민

   수강신청에 또 다시 실패했다. 벌써 5번째 수강신청인데 18이라는 숫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12도 아니고 9라는 숫자가 뜬다. 그래도 변경기간에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으니 나는 수강신청을 실패했다는 끔찍한 사실을 잊고 방학동안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실컷 수다를 떨고 있었다. 코스모폴리탄 2월호에 실려져 있는 기발한 피임방법에 대한 토론을 하던 중 친구가 수강신청은 성공했냐고 질문했다. 이 친구 역시 수강신청을 항상 잘해왔던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해서 짜증나 죽겠다고 마음 놓고 털어놓았다. 나의 이런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난 성공했어^^너무 행복해^^” 라고 답장이 왔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수강신청에 실패했을 때보다도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고 채팅을 읽고도 답장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 말고도 그 친구가 이런 식으로 내 신경을 은근 긁은 적이 많았기 때문에 당분간 이 친구와는 말을 섞기가 싫었고 또 그렇게 했다. 그러던 중 나 자신이 친한 친구의 성공을 축복해 주지는 못할망정 나만 생각하는 못된 친구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가 나를 약 올리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는 실패로 인해 저기압 상태에 있는데 저렇게 웃음 표시와 함께 자기는 성공해서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친구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암묵적인 규칙’이란 예를 들면 ‘친구가 진지하게 좋아했거나 사귀었던 남자와는 만나지 않는다.’, ‘친구가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하면 동의하지 않더라도 동의하는 척하고 편들어준다.’, ‘생일선물을 챙겨줬으면 받을 권리가 있다.’ 등 누군가 법으로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어기는 순간 좋은 친구라는 직위 대신 뒷담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규칙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친구가 안 좋은 일이 있어 상심하고 있으면 자신의 좋은 소식은 잠시 숨겨둔다’ 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나와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사항이 공공연한 ‘암묵적인 규칙’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는 누군가의 저기압 상태와 그 친구의 고기압 상태가 충돌하면 크고 작은 바람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친구가 수강신청에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듣는 과목도 다르고 대학도 다른데 친구가 올킬(내가 희망하는 모든 과목을 신청하는데 성공하다)을 하든 말든 나와는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열 받는 이유는 우리가 나의 성공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실패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수강신청과 같은 일은 당시에는 짜증이 나다가도 금방 누그러진다. 그렇지만 이보다 약간 더 중요한 분야의 일이라면? 분명 나보다 잘난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 가까운 친구의 취업성공이라던가 뭐 그런 것 말이다. 그렇다면 왜 남의 성공과 실패가 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친구가 대기업에 취업을 하든 시집을 잘 가든 나에겐 아무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엔 수많은 기업이 있고 매년 신입사원을 뽑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에 관한 문제는 잠시 생략하도록 하자) 세상에 남자는 널렸다. 즉 친구가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든 나에게 피해가 오는 건 없으며 오히려 그 상황에서 바로 축복해줘야 맞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나는 실패했는데 친구가 성공을 했고 그것을 자기 입으로 나에게 말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의 신경을 건드렸다. 내가 신경쇠약에 걸린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일화를 또 다른 가까운 친구에게 말했더니 (뒷담화라기 보단 나의 반응이 정상적인 것인지 궁금했다) 충분히 기분이 짜증이 날 만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의 올바른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상대가 친구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을 어겼고 우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기분이 나쁘다고 따지며 사과를 받아야 하는 걸까? 글쎄 그러기엔 우리의 일상은 충분히 피곤하기도 하고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그 친구가 그렇게 잘못을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참고 넘어가기엔 친구가 괘씸하기도 하지 않은가. 난 그냥 친구의 말을 무시했다. 사실 조금 쪼잔해 보일 수 도 있지만 이게 언제나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친구가 적절치 못한 말을 했고 짜증이 나서 대답하기가 싫다면 난 안할 권리가 있지 않다. 이러한 침묵은 “이제 너랑은 친구하지 않을거야” 라기 보단 “그래 너 좋겠다. 그러니 잠시만 꺼져줘” 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러는 동시에 나 또한 친구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 하나를 어긴 것이니 더 이상 기분 나빠할 이유도 사라진다. 그 ‘암묵적인 규칙’에는 ‘대화 중에는 친구의 메시지를 읽었으면 답장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는 사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수민

010 9472 2695

sandy94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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