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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구에겐 껌이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던 평일 오후, 점심을 먹고 강의실로 향했다. 평소였으면 양치를 했을 터인데,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날따라 양치하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껌을 샀다. 8년 만인가. 과거에는 맛으로 껌을 씹었다면 오늘은 나의 구린내를 숨기기 위해 씹는 껌. 껌의 용도도 가격도 참 많이 바뀌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껌의 인생은 사람의 인생과 참 닮았다고.

처음 개봉한 껌은 단물을 품고 있다. 특유의 달콤함이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한다. 우리도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존재가 된다. 껌을 개봉한 뒤 우리는 단물을 맛보기 위해 무작정 껌을 씹는다. 껌을 씹으며 지루함을 이겨내듯이 우리도 누군가를 씹으며 지루함을 이겨낸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씹히면 기분이 나쁘고 그 누군가와 같이 그 누구를 씹는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며 누군가를 씹고, 누군가로부터 씹히기도 한다. 또한, 누군가를 씹을수록 같이 씹는 사람과 사이가 단단해지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씹힐수록 마음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한창 껌을 씹다 문득 껌으로 풍선을 분다. 풍선을 크게 부풀리면 자랑이라도 되듯 그 누군가에게 보여준다. 이렇듯 우리는 작은 것을 크게 부풀리는 데 익숙하다. 그게 사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하지는 않다. 누군가의 시선을 끌 만한 일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이 되기도 한다. 한창 껌을 씹고 풍선 만들기를 반복하다 보면 단물이 빠지고 껌이 질겨진다. 그래서 우리는 껌을 침과 분리하고 입속에서부터 버린다. 다른 음식들처럼 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침 바른말을 통해 남들의 단물이나 쪽쪽 빨아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면 실속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키지 못하고 버리는 그 누군가, 자신도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단물 빠진 사람을 버리는 그 누군가, 단물 빼먹는 그것에 의해 침 바른말을 삼키지 못하는 그 누군가. 현실의 벽에 치여 자기 생각과 꿈을 삼켜버리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유일하게 삼킬 수 있는 것은 내 생각과 꿈이어야 할까.

이렇게 단물 빠진 껌은 버려져 누군가로부터 짓눌리고 밟힌다. 필요 없는 경쟁까지 강요하는 경쟁사회인 요즘, 우리는 누군가를 밟으며 성장하고 기쁨을 느낀다. 아니 누군가로부터 밟히며 좌절하고 더 나아가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이렇게 그 누군가로부터 밟히면 멍이 든다. 밟는 사람, 밟히는 사람 모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껌을 밟는 사람도 들러붙는 껌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고, 껌도 자신이 분리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새 껌에서 헌 껌이 될 때까지 껌은 저항한 번 하지 못한다. 그저 누군가가 씹는 대로 씹혀줄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껌처럼 누군가에겐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순응한다. 나보다 큰 사람, 나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 앞에선 우리도 하나의 껌에 불과하다. 새 껌이 헌 껌이 되면 일그러진 모양으로 인해 그 누군가로부터 버려진다. 단지 심심풀이 장난감처럼 말이다. 하지만 버려진 껌은 질기다. 더 오랫동안 씹힌 껌은 더 단단하다. 우리는 이렇게 씹히고 버려지지만, 너무 낙담하지 말고 씹혀도 질기게 밟혀도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청춘의 계곡

 

나의 어깨를 실세 없이 내리쬐는 태양 한 덩어리. 이로부터 지켜주겠다는 마음으로 머리카락 한 가닥 한 가닥을 어루만져주는 계절의 바람. 투명한 초록색이 만들어내는 초여름 내음. 이를 즐기는 듯 소리 내는 맑은 물.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고요함. 나는 이곳, 양산 내원사 계곡에 도착했다.

분홍색 꽃잎이 지고 초록색 이파리가 돋기 시작한 계절. 아직 쌀쌀한 날씨 때문인 걸까 아니면 내원사 계곡을 둘러싼 험한 길 때문인 걸까. 민박집에는 우리 일행과 단 하나의 다른 일행만이 머물렀다. 먼저 도착한 나와 몇몇의 친구들은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며 민박집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온몸에 새기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간, 나의 어깨를 훑고 지나가는 투명한 촉감과 나의 귀를 간질이는 투명한 소리만이 존재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는 푸른 자연과 나만이 존재하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하얗게 지워져 버린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떨리는 속눈썹을 아래로 내린 채 투명한 촉감을 내 몸에 간직하고, 투명한 소리를 내 귀에 아로새겼다.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갑자기 풍덩!’하는 소리가 나를 일깨웠다. 속눈썹을 올리고 나니 내 눈에는 한 남자가 계곡 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내 머릿속엔 , 시원하다!’는 생각이 부풀러 올랐다. 그리고 그 남자 주위에는 계절을 거스른 듯한 복장을 한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등산을 끝내고 온 어르신들은 추운데 뭐하는 짓이고” “보기만 해도 춥다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게 바로 청춘이구나!”는 말을 머릿속에서 반복했다.

이 광경을 보던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발바닥을 땅과 붙인 채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계곡에 처음 와봐서일까 아니면 나의 다리에 닭살을 돋게 하는 차가운 물 때문인 걸까. “옷이 젖는 건 상관없어!”라고 말했던 나의 말이 무색해졌다. 이곳에 오기 전 다짐했던 나의 마음과 상반되게 나는 물가에서 종아리만 담그고 이리저리 쏘다녔다. 소심하게 물가에서 그렇게 몇 분간 쏘다니던 중, 나도 모르게 발을 헛디뎠다. ‘풍덩’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시원했다. 민망함은 둘째였다. 정말로 시원했다. 아니, 시원했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됐다. 물에 그냥 시원하게 빠질까? 아니야 추울 거야. 계곡에서 놀면서 몇 번이고 반복했던 나의 마음속 갈등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한순간에 내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내가 왜 망설였지? 그렇게 추운지도 모르고 나는 한동안 계곡을 마음껏 쏘다녔다. 날이 깊어갈수록 내원사는 투명한 소리로 더욱 고요해졌다.

정신없이 뛰어놀았던 탓일까. 일찍 잠이 든 나는 다음날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아직도 깨어있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나는 일어나자마자 민박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 몇 시간 후에는 느끼지 못하는 투명한 초록색을 느끼기 위하여.


  • profile
    은유시인 2016.06.29 22:41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습작 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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