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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의 난초>

꽃보다 난초가 좋아엄마는 식물을 사랑했다. 특히, 은은한 초록빛 풀내음을 간직하는 난초를 아꼈다. 화분에 물을 주며 하루를 시작하고, 난초가 잘 있는지 확인하며 하루를 끝맺었다. 나와 동생은 그 지극한 사랑에, 아마 식물이 엄마의 진짜 애기일 거라며 질투하곤 했다. 한 자릿수 남짓이던 난초는 스무 개 가까이로 늘어났고, 어느새 스무 살이 된 나도 집을 떠나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을까. 모처럼 집에 내려온 나는 방학다운 여유를 즐겼다. 동생은 고2의 직분에 맞게 독서실에, 아빠는 회사에. 엄마는 그냥 늘 있던 그대로 집에. 집은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했다. 그 평온의 변화가 감지된 건 엄마의 행동이 달라지면서부터였다. 엄마는 갑자기 짜증이 지나치게 늘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떨어진 머리카락, 벗은 채로 말아진 양말 하나에도 화를 냈다. 엄마의 성화에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동생이 다시 와서 방을 치우고 갈 정도였다. 내가 TV를 보고 있으면 언제까지 TV를 볼 거냐며 성질을 냈고, 짜증은 아빠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일터에서 피곤한 몸으로 오신 아빠는 쏘아대는 말에 한숨을 푹푹 내쉴 뿐이었다.

어느 날 엄마는 선전포고를 내렸다. “아침밥 안 해.” 내가 22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아침상을 거른 적 없는 엄마였다. 그냥 아침밥 뿐 아니라 동생 소풍 때는 정성스레 말린 김밥, 아빠 생일엔 따뜻한 미역국, 내 수능 때는 야채 죽과 대추차 등. 그날그날에 맞는 아침을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준비하셨다. “밥 먹어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그제야 식탁으로 가 눈곱 낀 눈을 반쯤 감은 채 오물오물 밥알을 씹어댔다. 때로 출근에 늦은 아빠가 아침밥을 거르기라도 하시면 무척이나 서운해 하시던 엄마가 아니던가. 그런 엄마는, 변했다. 변하지 않은 건 단 하나, 난초 사랑뿐이었다. 예민함으로 자연스레 가족과 거리가 생긴 엄마는 말 수가 줄었고, 난초와 보내는 시간이 더욱 늘었다. 우리한테는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마치 난초에게 터놓는 듯, 몇 번이고 닦았던 잎사귀를 닦고 또 닦았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쨍그랑. 동생이 작은 난초 화분을 깨뜨린 것이다. 처음에 엄마는 말을 잇지 못했다. “.. 이거..” 동생은 겁에 질렸다. “, 죄송해요..” “죄송하면 다야? 이거 어떡할 거야!” “죄송해요” “죄송할 짓을 왜 해, 이게 어떤 건지 알기나 해?!” “” “진짜 내가 미쳐. 비켜!” 엄마는 동생을 밀쳐냈다. 동생은 울상이 되어 방에 들어왔고, 엄마는 거의 폭발 수준에 가까운 짜증을 늘어놓았다. “자식 새끼들이 엄마가 어떤지 관심도 없고 말이야사고만 치고. 이게 어떤 화분인데다 컸으면 큰 대로 행동해야지. 진짜 못 살겠다방 안에서 모든 상황을 듣고 있던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만 좀 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그런 건데” “됐어! 너도 다 똑같아. 듣기 싫어” “엄마 요즘 진짜 왜 그래? 엄마 심한 거 알지!” 엄마는 그 말에 날 올려다보았다. “심해? 내가 뭐가 심해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내가 뭐가 심해. 너네 나한테 관심이라도 있니?”

잠시 동안의 적막. 엄마는 화분을 치우던 손을 멈췄다. 자리에서 일어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관심 없어. 아무도! 내가 갱년기인지 몸이 안 좋은지다들 자기 할 거만 뻔질나게 바쁘지! 다 필요 없어자식 새끼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엄마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 엄마가 나간 집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나와 동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잠시 일시정지가 된 듯 그 자리에 멈춰 있다가, 동생이 비닐을 가져왔고 화분의 잔해를 치웠다. 작은 난초를 페트병에 옮겨 담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엄마는 얼마나 많은 마음속의 말들을 난초에게 전했을까.

이튿날. 일상은 똑같이 흘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 동안 아침상을 안 차리시던 엄마가 다시 아침밥을 하신 것 빼고는, 변한 게 없었다. 단지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리가 밥 먹어라고 하기 전에 식탁에 앉아 있었다는 것. 신었던 양말을 제자리에 놓고, 흘린 머리카락을 깨끗이 치웠으며, 엄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다는 것. 나는 아빠에게 퇴근길에 화분을 하나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 화분에 페트병에 있던 작은 난초를 옮겨 심었다.

이주일 뒤. 그 난초가 꽃을 피워냈다. 엄마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근래에 본 모습 중에 가장 밝은 얼굴이었다. 새하얀 꽃을 피워낸 난초를 보며, 나는 꼭 엄마 같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묵묵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향내를 뿜어내는 사람. 다른 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마르지 않고 시들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 결국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사람. 엄마는 우리라는 꽃을 피워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난초로서 서있었을까. 엄마의 정성스런 보살핌이 우리 집 모든 난초들 뒤에 있었던 것처럼, 나도 이제는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겠다. ‘엄마라는 난초에게.


<나에게 없는 네 가지>

아저씨가 무슨 상관인데요”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싸가지 없이!” 지나가다가 문득 큰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돌려보니, 동네 슈퍼에 한 아저씨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저씨는 학생의 치마를 몇 번 가리키며 언성을 높이셨고,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학생의 말투와 표정 때문에 더 화가 나신 듯 했다. “짜증나.” 이윽고 학생은 그냥 가게를 나와 버렸다. “저저... 하여간 요즘 것들은짧은 교복치마. 불만 가득한 차가운 눈빛.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이내 고개를 돌리고 다시 걸어갔다.

며칠 뒤, 한 청소년 복지관을 찾았다. 한 학기 동안 영어를 가르치며, 대학교 사회봉사 학점을 이수하는 게 내 계획이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푸근하고 따뜻한 인상의 원장님이셨다. “영어를 가르치기로 하셨죠? .. 그러면 윤정이와 하는 게 좋겠네요.” , 원장실로 윤정이가 들어왔다. 나는 흠칫 놀랐다. 짧은 치마와 차가운 눈빛, 그 여학생이었다. “윤정이는 중학교 2학년이에요. 예쁘죠?”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편안한 척 말을 걸었다. “안녕.” 윤정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까딱했다.

첫 수업. 윤정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없었다. 내가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할 뿐,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점점 힘이 들다고 생각될 무렵, 다행히 수업이 끝났고 맛있는 간식이 나왔다. 하지만 윤정이는 먹지 않았다. 안 먹냐고 묻자 그녀는 말했다. “복지관꺼 먹기 싫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쓱 인사하고 나가는 뒷모습에, 왠지 신경이 쓰였다.

, 네 번 수업을 더 했을까. 나와 윤정이 사이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윤정이는 여전히 묻는 말에만 대답했고 딱히 수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숙제는 안 해오기 일쑤였다. 대학교 중간고사를 며칠 앞둔 어느 날, 결국 내 참을성은 폭발했다. “수업하기 싫어?” “아니요” “근데 왜 숙제를 안 해와?” “...” “나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오는 거 아니야. 지금 시험기간이고 할 거 엄청 많아. 너가 이러면 나도 오기 싫어.” “오지 마요” “?” “어차피 쌤 곧 그만둘 거잖아요.” 우리 사이엔 적막이 흘렀다. 차가운 적막을 가른 건 역시나 복지관의 간식이었다. 윤정이는 아무 말 없이 가방을 챙기고 나갔다.

선생님, 잠깐 얘기 하실까요?” 원장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복잡한 마음으로 들어선 원장실은 고요하고 차분했다. “복지관 친구들이 거칠고 무뚝뚝한 면이 있죠. 선생님이 자꾸 바뀌다 보니 일부러 정을 안 주려는 것도 있어요.” 원장선생님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주셨다. “윤정이는 자존심이 세요. 상처가 많아서 그런지... 속은 굉장히 여린 아이거든요.” 나는 말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거의 일 년 됐을 거 에요. 아버님 돌아가신 지... 공사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어머님은 미화원이시구요... 그래도 저 혼자 엄마를 챙기는 게 얼마나 기특한지. 그런 걸 보면 참 씩씩한 아이에요내려다 본 찻잔에서는 남은 김이 피어올랐다.

한층 무거워진 가슴을 안고 복지관을 나서는데 문 앞에 윤정이가 있었다. “, 아직 안 갔어?” “놓고 간 게 있어서요.” 그러더니 슬슬 눈치를 보던 윤정이가 우물쭈물 날 따라왔다. 설마, 날 기다린 걸까. 얼마간 걸어가다 침묵을 깨려 말을 걸었다. “배고파?” “아니요.” 순간 동시에 나는 꼬르륵 소리. 윤정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닌 것 같은데.” 길가의 도너츠 가게에서 우리는 도너츠를 하나씩 손에 쥐고 먹었다. “” “?” “혹시.. 이거 하나만 더 사줄 수 있어요?” 많이 배고팠구나 생각하며 도너츠를 건네자, 윤정이가 도로 비닐에 싸서 가방에 넣는다. 그러더니 살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집에 갖다 주려고요. 맛있어서...”

헤어지려고 하는 찰나, 윤정이가 나를 불렀다. “” “?” “고맙습니다.” 그리고 쑥쓰러운지 뒤를 돌아 뛰어가다 하는 말. “담주에 봐요, !” 처음 그 날이 생각난다. 싸가지 없다며 언성을 높이던 아저씨의 목소리. 윤정이는 싸(4)가지 없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도, 네 가지가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알고자 하는 관심’,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 첫 인상이 아닌, 그 사람을 바라보고자 하는 편견 없는 ’, 그리고 누군가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 나는 이제야 윤정이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그 앎을 바탕으로 조금씩 윤정이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물론 내가 안다고 해서 윤정이의 삶을 감히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처음에 내가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 인상에서 벗어나 편견 없이 윤정이를 보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윤정이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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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페디웸 2016.06.10 01:24
    감동적이에요.. 엄마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 profile
    은유시인 2016.06.29 22:58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습작 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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