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8
어제:
33
전체:
305,951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72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52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의 멜로디>


대학교 캠퍼스에서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어요.
대학교 5년 동안 지상에 발이 닿은 적은 없었거든요.


귀신같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가진 내 얼굴이 스치기라도 한다면
가여운 학생들은 비에 젖은 날개처럼 날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흠뻑 젖어 한기를 느꼈어요.


4년은 발 없이 떠도는 귀신이었으나 그 1년은 나의 사랑 나의 구세주를 만나 가까스로 입술에 생기가 돌았어요. 붉게 물든 입술!


나는 스스로가 좋았지만 싫었고 슬펐지만 소리 내지 못했고 기뻤지만 저주를 퍼부었어요.
다시 파래진 입술은 그렇게 주변을 말려갔고 그 사실을 알고 나자 다시 슬퍼졌어요.


평범한 학생이 학교를 다녔어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이런 말보단 정말 죽일 듯이 나를 노려 보았어요. 살고 싶어 해요. 그 학생.
이 편이 듣기에 나았고 익숙했으므로.


한 달에 두세 번 주말에 고향을 내려가면 반겨주는 부모님과 함께 앉아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감상해요.
그래도 우리 집이에요.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는 텔레비전을 보는 게 아니에요. 하나의 시선으로 서로를 곁눈질할 뿐이에요.


고향의 일요일엔 아침 일찍부터 예배당에 갈 준비로 분주해져요. 시골교회 안에는 늙은 송장들 앞에서 젊은 목사님이 송장들을 깔보듯이 우스운 옛날이야기와 우화로 설교를 쉽고 재밌게 늘어놓네요. 저는 어떡하라고요!


일요일 저녁 다시 원룸으로 돌아오는 2시간의 버스 안에서 공상에 잠겨있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지만 문득문득 같은 공상만을 그리고 기리는 내가 너무 거북해요. 역겨워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네요.


책을 읽고 메모를 하며 유일하게 감동을 받아요. 그 어느 것도 나에게 닿지 않았지만 독서만이 나에게 닿아있어요. 너무 행복해요. 내가 이렇게 이해심 깊은 사람이라니 너무 행복해서 한동안 누워만 있겠어요.


어둡게 내려앉은 거리 술에 취해서 집으로 가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밤 길이 조금씩 두려워요. 아마도 내 주머니에 꿈같은 것이 들어앉았나 봐요. 아주 살짝 만 열어볼게요.  꿈이 밤길에 헤매지 않게요.


드디어 여름이라 머리카락을 아주아주 짧게 잘랐어요. 정면에서 보면 동그랗고 선명해진 얼굴이 아주 마음에 드는데 옆에서 바라보면 짧게 잘라 드러난 각진 턱 선이 자꾸 제 눈길을 피하네요. 미안한 마음에 허허 웃음이 나지만 어쩌겠어요. 내가 잘려나간 오늘은 뭘 해도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 그런 날이에요.




<제자리>


대학교 3학년 교환학생 신분을 가지고 들뜬 마음으로 떠난 독일. 그 6개월의 끝은 지독하게도 슬픔만이 남아 저 밑 습기마저 달아난 어둠 속에 자리 잡았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학생 신분이 찍힌 학생증을 갈기갈기 찢는 상상은 하였지만 갈기갈기 찢기는 부모의 마음은 상상하기는 싫었다.
아니다.

 자유를 누리기에 너무도 어설프고 연약하게 서있는 나를 보며 이를 앙 다물었겠지. 초라한 내 모습을 보며 외면했지만 희망을 외쳤지만 꿈에서 펼쳐진 수많은 폭로전.
발가벗겨진 채로 패배한 꿈을 앉고 재기를 꿈꾸며 돌아온 한국. 이기적인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이 야심에 찬 귀환은 도착하자마자 6개월 전의 나와 뜨겁게 재회하였고 그 재회의 포옹에서 누가 누구의 품에 안길지는 뻔한 단상이었므로. 커다랗고 추상적인 포옹 속에서 권태로운 슬픔만이 흘러넘쳤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당연하게도 슬픔은 권태 속에 잠잠히 녹아서 그 슬픔마저 나른해졌고 그래서인지 낮잠 시간이 길어졌으며 1년의 학교 생활은 마치 꿈 속인 듯 몽롱하기만 하였다.

  • profile
    은유시인 2016.06.29 23:35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습작 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672 [월간문학 한국인] 28차 창작콘테스트 응모 (수필) _ 소주 한 잔과 두부 한 모 1 빈공책점하나 2019.02.26 57
671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모든 것은 흐른다> 외 1편 2 목하 2016.04.08 36
670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서시> 외 1편. 1 굠이 2016.04.09 13
669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아직 꿈을 믿는 나이, 스물셋> 외 1편 2 이광호 2016.03.22 146
668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여자는 축구 할 수 없나요?> 외 1편 1 진시현 2016.04.09 142
667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생각> 외 1편. 1 jimmy 2016.04.08 76
666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특별한 엄마들> 외 1편. 2 니니줘 2016.02.25 93
665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특별한 엄마들> 외 1편. 1 니니줘 2016.02.25 239
664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어느 날 밤의 소회(所懷) 외 1편 1 오크밀 2016.03.25 142
663 [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인문학에 대한 태도 외 1편 1 최따미 2016.04.09 45
662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엄마된장국 5편 7 윤제헌마누라다 2016.05.05 147
661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야망> 외 1편. 1 유성 2016.05.01 65
660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나도 누구에겐 껌이다 외 1편 1 롤롤 2016.06.07 83
»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나의 멜로디 외 1편 1 ujin 2016.06.10 52
658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동물 외1편 2 라라므데라르 2016.04.23 113
657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멀어진 날들 외 1편 1 송옥 2016.05.06 100
656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설치류와 나 외 1편 1 하얀이리 2016.06.09 69
655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엄마라는 이름의 난초 / 나에게 없는 네 가지 2 조피디 2016.06.09 98
654 [제 11차 창작 콘테스트] 한 발자국 뒤에서 외 1편 1 오동원 2016.06.06 49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