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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5 00:39

마음의 빚

조회 수 24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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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빚

    

 

우리 집은 사과 농사를 짓는다. 나는 농사꾼 딸이다. 퇴직하고 부모님 일을 도우러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왔다. 부모님께서 요즘 일손이 부족하다고 힘든 내색을 하셨는데, 다행히 아주머니 세분과 아저씨 한분이 일꾼으로 와주셨다. 시골에 시집 온 아주머니들은 성격이 참 호탕하시다. 그날도 어김없이 일꾼 아주머니들이 나에게 장난을 쳤다.

 

어유 정수아저씨가 도와주러오셨네. 엄마한테 알바비 받은 거 정수아저씨 드려야겠어.”

너 알바비 받은 거 아저씨 주면 오늘 일당 하나도 없겠네!”

 

재밌지도 않은 농담을 건네시는데 가만히 있기도 그렇고, 뭐라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일꾼 아주머니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갚아야 돼요.”

그러네. 그 말이 맞다.”

마음의 빚이 가장 크잖아요.”

 

내가 말하고도 조금 놀랐다. 내 입에서 이런 말도 나오나. 그래도 맞는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빚이 가장 크고 무겁다. 나는 살면서 어떤 빚을 지고 살았을까? 개인적으로 고마웠던 사람들, 본의 아니게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 큰 실수가 아니고서야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다고 해도, 상처받은 사람이 티를 내지 않으면 상처를 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말을 뱉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학교에 다닐 때 노인 복지관에서 어깨동무 내동무라는 프로그램을 4년 동안 정기봉사를 했다. 자원봉사자가 10명의 어르신들과 1시간동안 생활 나눔을 하는 봉사활동이다. 사실 나는 말주변도 없고 낯가림이 정말 심해서 내 성격에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4년 동안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맡은 조에 여든넷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내가 딱 한 번 지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혼자 남아서 기다려 주셨다.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 고맙고 죄송해서. 먼 동네에 사셨는데 우리 동네 공원에서 게이트볼을 하러오셔서 인사도 자주 나눴었다. 허리도 곧고 피부도 좋으시고 굉장히 정정하신분이셨다. 여든이 넘으신 분으로 안보일정도로 굉장히 건강하셨다.


그리고 어느 날 전화 한통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자녀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통화 목록에 내 번호가 있어서 전화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얘기. 나는 깜짝 놀라서 수업이 끝나고 바로 병원에 갔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말도 못하셨다. 그래도 나를 알아보시는지 계속 눈을 마주쳐주셨다. 너무 안타까워서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차마 그 앞에서 울지는 못하고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울었다. 날 보면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고 친근하게 대해주셨는데. 말씀하는 것도 좋아하시고 운동도 꾸준히 할 정도로 활동적인 분인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 후에 전화통화로 할아버지 안부를 자녀분에게 묻고는 했다. 돌봐주시는 자녀분들도 계셨기에 병문안은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잘 몰랐는데 몇 년이 지나고나니 이게 그렇게 후회되는 일이 될지 몰랐다. 계속 찾아 뵀어야 했는데 왜 전화로 안부만 묻고 말았을까. 물론 그렇게 했다고 내게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다. 그냥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나빴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5년은 넘은 이야기인데 계속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돈은 갚으면 되는데 마음의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면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해야한다는 것. 할아버지가 주신 따뜻함은 못 돌려드렸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나누며 살아야겠다.




  • profile
    korean 2017.04.30 19:25
    수필 잘 읽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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