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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천천히

 

                  어쩌다 가끔 엄마가 운전하는 차에 앉으면 마치 급하게 먹은 한조각이 목에 걸려있는것마냥 갑갑함을 느끼곤 한다. 한시간 넘게 달리는 고속도로 구간을 일편단심  3차선에서 제한속도를 넘을까 엑셀보다는 브레이크위에 발을 대고 달리는 엄마에게 나는 오늘도 속도를 내라고 잔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하나둘씩 옆차선으로 빠지고 나면 3차선에는 무거운 짐을 한가득 담고 가는 화물차, 몸살이 소형차, 그리고 안전제일 학교버스만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가끔씩 차들이 우리뒤를 따라 달리다가도 너무 답답했는지 이내 다른 차선으로 빠져나가곤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한속도 55마일을 칼같이 지키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 나는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호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듣기 시작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양옆으로 뻗은 나무숲이 시선을 빼앗았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이 마치 영화배경음악처럼 귀를 자극하였고 며칠전 내린 녹지 않은 눈이 나무 위에 살포시 앉아 만들어낸 조금은 투박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설경이 두눈을 자극했다. 나무숲을 지날때마다 보이는 작은 시내들을 보며 무작정 내려가 돌아보고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하였다. 매일 운전을 하고 수없이 많이 다녀본 고속도로가 오늘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기고 있었다. 뚜꺼운 새하얀 이불을 덮고있는 나무가지들이 고속도로벽 밖으로 나와있는 모습은 마치  속도를 내며 달리는 차들이 남기고간 진동에 금방이라도 꺾여 도로위로 떨어질것처럼 위태로워보였고 나무숲 사이로 어울리지 않는듯 외롭게 서있는 광고간판들은 마치 몇년뒤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야 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지만 움직이는 차안에서 사진을 찍기란 너무 어려운일이였다. 몇장을 찍어도 초점이 흔들린 사진들뿐.

( 아이참, 조금만 천천히 달리지)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자동차가 조금만 천친히 달렸으면 좋겠다고 외치고 있었다. 평소 느긋한 성격인 나는 운전대만 잡으면 레이서로 돌변하곤 한다. 옆차선의 자동차와 마치 경쟁을 하듯 그들을 따돌리는것이 일상인 나에게  고속도로옆 풍경은 다른 차들의 그림자보다도 못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속도 경쟁을 하며 정작 삶이 얼마나 위험해지고있는지, 얼마나 외로워졌는지는 한번도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저 남들보다 빨리 달리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것이 이기는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고등학교2학년에 편입한 나에게 영어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이 낯설고 힘들었다. 친구들과 대화하는것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선생님의 강의는 외계어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생각과 문제풀이과정을 선생님에게 보여줄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수학시간이었다. 미국교육의 특성상 계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내가 암산으로 문제를 풀자 선생님께서는 항상 나에게 칭찬과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시곤 하였다.  나는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문제를 풀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문제를 풀곤 하였다. 그런데 정작 친구들은 문제를 빨리 푸는 나를 그저 신기해했을 아무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있어 제한시간안에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것이 유일한 목표였을뿐 아무도 속도로 경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도 나는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문제풀이를 하였고 가끔은 어이없는 실수를 할때가 있었다. 친구들에게 수학문제를 푸는 것은 과정을 즐기는 유희같은것이었고 정작 빠른 속도로 문제를 나에게 수학문제들은 중압감으로 똘똘 뭉친 임무였다.

                  “고속도로에서 길이 막히는것은 어쩌면 당신이 너무 빨리 달려서 그런것일수도 있다.” 누군가 강연에서 말이다. 옆차선의 차를 앞질러 갔다고 하여 결고 내가 승자인것은 아니다. 규정속도를 넘긴만큼 삶이 위험해진것이고 구간만큼의 삶을 잃어버린것이다. 목표에 빨리 도착하는것도 좋지만 조금은 천천히, 양옆에 펼쳐진 풍경들을 잠시 감상하면서 삶의 여유를 잃지 않는것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 아닌가? 조금은 천천히 달리는 여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


미키마우스의 가치는 누가 정하는가?

                  어려서부터 나는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엄청 좋아했다. 연필도, 지우개도, 공책도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상품들만 고집해왔고 가격 또한 저렴했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은 점차 침대 모서리에 끼워져 있기 일수였고 서랍 속에 박혀 있었다. 몇년전 디즈니의 고장인 미국에 왔고 적지않은 곳에서 각종 디즈니 캐릭터상품을 팔고 있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것은 미키마우스,  그러나 나는 예전과는 달리 몇번이고 구매를 망설이고 망설였다. 지우개 하나가 $8, 연필 하나가 $5. 학생이었던 나한테는 실로 부담스런 가격이 아닐수가 없었다. 10배가까이 되는 가격 차이때문에 나는 연필 하나 선뜻 사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한정판으로 판매되는 미키마우스 인형에게 마음을 빼앗기고야 말았다.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런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책속에 끼워넣었던 비상금으로 인형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너무 아까워 정작 인형의 포장조차 뜯지 못하고 고대로 책장에 놓여져있다.  

                  요즘 한창 이미테이션(모조) 명품가방들이 시장에 유통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듣곤 하였다. 진품가격 한화 100만원가까이 되는 상품들의 이미테이션가방은 고작 5-6만원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요즘엔  다들 알면서 사가. 가짜를 진짜로 속여서 파는것이 나쁜거지 이미테이션이라고 광고하고 가격만큼만 받고 파는데 누가 뭐라 안해. 그리고 요즘 소비자들도 품질만 좋으면 . 어떤 언니들은 이거 종류별로, 색깔별로 사간다니까. 언니도 하나 골라봐.”

뉴스에서는 그날 잠입취재를 위해 고객으로 위장하여 매장에 들어간 기자들에게  판매원은 가방 하나씩을 보여주면서 열의를 다해 상품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취재를 하는 10분동안 무려 3명의 고객들이 물건을 사갔다. 값비싼 브랜드상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명품 눈이 뜨기 시작하였다. 두세달치 월급을 꼬박 모아야 겨우 살수 있는 가방들을  빚을 내서라고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여파로 모조품을 만들어 좀더 가격에 판매하는 장사꾼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짝퉁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상반되었다. 모조품이 엄연한 불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돈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솔직히 나는 빚을 내서 명품 사는 사람들보다는 모조품을 사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해.”

아무리 뭐라 변명을 해봐도 가짜는 가짜잖아.”

소비자 입장에선 가짜라는것을 모르고 샀을때 기분이 나쁜거지 가짜인것을 알면서도 사가는거는 소비자들의 선택이니까 뭐라 할수가 없지.”

가짜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그걸 사는 사람들이나 도찐개찐이지 .”

진품 그대로를 베껴다가 만든 상품은 명품의 희소성을 없애버리고  단지 명품의 경제적 가치 뿐만이 아니라 명품의 전반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일것이다. 또한 힘들게 돈을 모아 명품 하나를 구입했는데 누군가는 모조품을 명품인양 들고 다니면 화가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 명품의 가치는 우리 스스로가 정하는것이 아닌가? 

비싼 명픔가방을 사서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흠집이 생길라 진줏단지 모시듯 귀하게 여긴다면 그것은 결국 가방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는것이고 싸구려라고 가짜라고 이리 팽개쳐지고 저리 굴러다니도 목목히 주인의 손을 벗어나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최소 가방으로서의 가치는 한다는것이다. 물론 가짜는 영원히 가짜일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의 역할까지 무시하는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비싼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든 저렴한 모조품을 들고 다니든 결국엔 사람 개개인의 선택이고  그것의 가치는 결국 자신들만이 아는 .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가치만큼의 인생을 살게 되는것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조품을 걸치고 다니는 사람의 가치는 결국엔 거짓인것이고 명품하나를 계속 들고 다니는 사람의 가치는 결국 작은 진실인것이다. 물론 누군가 여유가 되여 수십개의 명품을 두르고 다니면 사람은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좀더 높게 평가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가방 10개를 한꺼번에 들고 다니는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어릴적 방바닥을 굴러다니던 미키마우스도 보물상자속 고이 모셔둔 미키마우스도   사랑을 받는 아이들이다. 다만 그들이 나에게 있어서의 가치는 천차만별이었고 그것을 정한 사람은  결국 친구들이 아닌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달은것 같다. 마음편히 사용할수있는 부담없는 명품이야말로 진짜 가치있는  명품이 아닐까? 자신의 미키마우스가 스스로에게 얼마만큼의 가치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할때가 된것 같다.

 

김서연

e-mail: xuyanhelenjin@gmail.com

연락처: 1-347-257-3645 (미국)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6.02.16 16:25
    잘 읽었습니다. 미국에서 사시나 봐요...
  • profile
    korean 2016.02.29 00:09
    열심히 정진하시면 좋은 결실을 반드시 걷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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