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8
어제:
23
전체:
305,737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5.06.10 20:11

런던의 그녀 외 1편

조회 수 1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프라하의 아저씨들


대학생으로서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한 두려움에 휴학을 하고는 작년 4월까지 열심히 모은 돈으로 5월부터 7월까지 유럽여행을 했다. 그 중 꽤나 많은 이들의 로망이 서린 도시, 프라하에도 간 적이 있다. 프라하에는 수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들이 있지만 나는 그 중에 작고 평범했던 프라하 시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먼지잼처럼 비가 오묘하게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체코인들의 특징인지 아니면 소시민들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그들과 우리의 시장은 꽤나 닮은 구석이 많았다.  어딘지 모르게 피부색만 달라진 듯 했다. 출출한 참에 가장 현지 음식다운 것을 찾았다. 가게들의 위생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기에, 최대한 깨끗한 곳으로 찾아들어가 고기 볶음면과 맥주를 시켰다.


식사를 아주 맛있게 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옆 테이블에 앉았다. 아주머니와 이야기 나누는 눈치를 보니  자주 오시는 분인 것 같았는데 영 환영받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아랑곳 않고 할아버지께서는 쉼없이 말씀을 하셨다. 그 어느 누구도 듣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주 가끔 나와 같은 동양 이방인만이 못알아 듣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짓는 것만이 그 분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소통인 것 같았다. 길을 지나는 행인들과 이따금 인사는 하는데 그 행인들의 얼굴에 반가움은 서려있지 않았다.

내가 어릴 적, 한 손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한 손 에는 검은 봉지로 간식거리를 들고 다닐 적에 순대국밥 집에서 막걸리 거하게 취하신 할아버지가 주변사람들에게  하는지, 세상에 대고 하는지 모를 말씀들을 버럭버럭 하셨던 기억들이 스쳤다. 그 때 나는 할아버지보다도 저 할아버지가 욕하시는 세상이 이상한 건 줄 알았다. 지금은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 이름 모를 체코 할아버지에게 미소를 주는 유일한 사람이 동양 이방인 뿐이라는 사실은 무언가 나를 울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 편에는 맥주를 안주 삼아 독한 위스키로 낮술을 하고 계신 아저씨 두분이 계셨다. 두분 다 행색은 초라했지만  즐거워보였다. 술을 다 드시고 새로 술을 주문을 하시려나 본데, 둘 중에 그나마 멀끔하게 차려 입으신 아저씨께서 재킷 안주머니를 뒤적이시며 일어나셨다. 한 잔 사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니 반대 편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가

"아이고 사장님. 이러지 마셔. 나 이러면 사장님이랑 이제 술 더 못마셔. 불편해서. 제가 살게요. 넣어 두세요."

와 정확히 같은 느낌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 분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더 흥미로웠다. 그러니 재킷 입은 신사분이

"아이 뭐 술 몇 잔 가지고 그래 젊은 사람이 참. 허허."

하는 느낌으로 유유히 주인 아주머니에게 동전을 건네고 미소와 함께 두 잔의 술을 테이블에 놓았다. 어쩐지 우리네 아버지, 아저씨들이 수많은 시장거리, 술집에서 보였을 법한 모습들이었다. 자리에 앉아 다시 술잔을 기울이는 아저씨들을 보며 나는 저게 행복이고 사람 사는 방법이리라 믿게 되었다.


유럽의 수많은 유명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 유적지, 예술품들보다 저 말 많은 할아버지의 미소와 눈빛, 그리고 주당 아저씨들의 우정 싸움이야 말로  이 유럽이 동양 이방인인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이었음을 난 다시금 떠올린다.


런던의 그녀

밥벌이를 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모두 해보겠다는 포부로  유럽의 9개국을 여행했다. 그 중 영국에는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친구가 살았다. 그가 영국으로 간 뒤로는 오랜 기간 못보기도 했고, 비싼 물가의 런던에서 숙소비도 아낄 요량으로 열흘의 체류기간 동안 그의 집에 머물렀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는 일을 하러 나가야 했고, 주인 없는 빈 집에 나는 덩그러니 남겨졌다.
타 지역에서는 호스텔에 머물렀기 때문에 다른 여행객들과 대화도 나누고, 경로를 맞춰 함께 여행을 하기도 했는데 숙소비를 아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외롭게 해 화가 된 셈이었다. 감흥 없이 관광지를 구경하고 돌아오면 영락없는 외국인 백수였다. 
그래서 한국의 대형 유럽 여행 커뮤니티에 접속해 글을 남겼다.
'런던에 체류중인 분 함께 여행해요'
멋대가리 없이 쓴 글임에도 꽤나 많은 연락을 받았다. 처음으로 연락온 여자와 약속을 잡았건만 그 이후로 밤 11시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로 연락온 사람과 부랴부랴 약속을 잡아 만났다. 마그나 카르타가 있다는 '영국 도서관'과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다는 '내셔널 갤러리'를 함께 가겠노라 약속하고 우여곡절 끝에 약속장소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지방 사람으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새침떼기 서울사람'이었다. 그녀는 전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피곤하다고 했고, 대화보다는 관광에 훨씬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럴 거면 나를 왜 만나자고 했을까', '내가 혹시 못생겨서 그러나' 여러가지 고민을 함과 동시에 내셔널 갤러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피곤하다며 카페에 앉아 드디어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나를 인지했고, 나도 그녀의 진짜 모습을 봤다.

그녀는 내가 찾던 여자였다. 아마 평생을 찾던 여자였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인생 최고의 가치이며, 돈보다는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고, 도시보다는 자연을 사랑하며, 매일매일 스스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애인 또는 아내로 맞고 싶다는 꿈꾸던 나에게 그녀는 벼락 같이 떨어졌다. 대화를 나눈 것은 채 3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나는 온통 그녀에게 빠져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날이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3일 간의 휴가를 받아 여행을 한 것이었는데, 그녀는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길포드'란 지역의 장애인 복지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서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 해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기약이 없었다. 나는 구실을 만들어 그녀를 또 보고 싶었고, '시골'을 보고 싶다는 명목으로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그녀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아주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녀가 12시부터 근무를 해야했기에 긴 시간 함께 있지 못했지만,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그녀를 다시 한 번 봤던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그리고 유럽 여행을 하는 내내 나는 그녀를 잊지 못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약 없이 마냥 그녀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나는 7월 한국에 돌아왔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며 지냈다. 무엇때문인지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고, 이유도 확신도 없이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온 1월, 그리움도 반가움도 막 희미해져갈 즈음, 홍대에서 그녀와 재회했을 때, 나는 직감했다.
'내가 아마 이 여자와 평생 살 것이다. 아니 평생 살아야만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도 나와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삶은 이렇게 기쁨과 기적으로 가득 차 있다.

김영환
0103346209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653 제 5회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작 2편 얼룩무늬뱀 2015.06.06 218
652 자연으로부터의 삶 안녕2 2015.06.08 111
651 그 아이의 계절 안녕2 2015.06.08 147
650 <제 5차 수필 공모전> 버려진 자전거 외 1편. namist 2015.06.08 203
649 그 순간 음악이 흘렀다 feelsogood 2015.06.08 208
648 눈과 도끼와 장작. 말 새호리기 2015.06.09 19
647 수필 부문 공모합니다. file 도토링져토 2015.06.09 365
646 나 열일곱 열여덟 홍현세 2015.06.09 292
645 농부의 마음 상록수 2015.06.09 209
644 제5차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응모작 햐수 2015.06.09 489
643 제5회 수필 공모 꿈꾸는 리더의 공부 -별똥 admin 2015.06.10 348
642 (걷다가 만난 사색) 외 1편 글쟁이 2015.06.10 126
64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외 1편 장굴 2015.06.10 504
» 런던의 그녀 외 1편 디돌 2015.06.10 191
639 ▬▬▬▬▬ <창작콘테스트> 제5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6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5.06.11 71
638 내 나이가 어때서-수필(2편) 1 스토리텔러 2015.06.14 598
637 지금(只今) 외 1편 히여미 2015.07.28 21
636 D에게 보내는 편지 해달 2015.07.29 67
635 미안함 벚꽃 2015.07.30 40
634 어머니의 화초사랑외 1편 블랙로즈 2015.08.03 251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