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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라는 열차에 몸을 싣고

옛 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출세하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종종 사용된다. 하지만 요즘은 개천에서 용은 절대로 못 난다는 말이 사회적으로 더욱 공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명문대 입학생들과 외고와 자사고를 비롯한 각종 특목고에 입학한 학생들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계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사회적 풍토에 반해 농·어촌 지역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첫 교직의 부푼 꿈을 펼치게 될 그 곳도 좋지 못한 교육여건에 놓여있었다.

그 날은 유난히 더운 날씨였다. 2년이라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의 문을 두드렸을 때 따뜻하게 맞이하여 주시는 교장 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과는 달리 사랑스러운 나의 첫 제자들을 만나는 순간 어딘가 모르게 약간 어두워 보였다.

그리고 기억 속에 사라진 줄 알았던 한 친구도 떠올랐다. 그 친구의 이름은 장희였다. 성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교실 한구석에서 싫다’ ‘좋다를 소리치던 친구의 모습과 장희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머릿속에 기억에 저편에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야기였다. 평범하던 우리 반에 장희 라는 학생이 전학을 왔다. 당시 학급에서 덩치가 가장 작았던 나에 비해 장희는 내 덩치에 2,3배쯤 되어 보였지만 말하는 수준이나 행동을 보면 또래 친구들 보다 훨씬 떨어지던 그런 아이였다. 장희가 전학을 온 이후 우리 반 장난꾸러기들은 항상 장희 옆에 붙어서 쉬는 시간 장난치는 놀이로 삼기 시작했다. 장희에게 둘러싼 채로 툭툭 말을 걸기도 하였고, 한 번씩 치고 도망가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심한 아이들은 욕설을 하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말리는 학생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그 당시 어떻게 행동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장난을 치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정확히 기억이 나는 것은 장희와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았었고 아주 가끔이지만 장희와 함께 하교 한 적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것보다 더 아주 가끔 장희 어머니의 모습을 볼 기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을 운동회인지 소풍날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학교 행사가 끝나고 장희와 함께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그 때 장희 어머니와 우연히 마주치어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어머님께서 우리 장희와 함께 해주어서 정말로 고맙구나!!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물으셨고 수줍게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어머니 표정이나 말투에서 무언인가 슬픔의 감정과 진심의 고마움을 어린 마음에 내가 느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장면만은 머릿속에 분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생긴 후 얼마 되지 않아 장희는 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당시 내 생각에는 아마도 도망을 간 것 같았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나는 장희의 일은 완전하게 잊은 채로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교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군 복무를 마치고 안동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임동초등학교로 오게 되었다.

내가 맡은 학생은 2명이였다. 두 명 모두 여학생인데 한명은 일반적인 학생 이였고 또 다른 한명은 특수 학생 이였다. 20년 전 우리 반 교실과 같이 일반학생과 특수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통합학급에 교사가 된 것이었다.

 

반복되었던 과정, 반복되지 않는 나

오랜 친구지간인 정화와 미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 해가 바뀌면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도시 학교의 아이들과 달리 임동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 둘은 몇 년째 한 반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그만큼 학생들끼리 유대의식이나 협동의식은 타학교 학생들보다 높은 편이었다. 그 사이에 내가 들어가려고 하니 첫 만남부터 뭔지 모르게 어색함과 경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첫 날 자기소개를 할 때 일반 학생인 미희에게 충격적인 소리를 바로 듣게 되었다. “저는 어차피 공부해도 도시학생들을 이길 수 없어요, 그리고 대학 갈 필요도 없기 때문에 공부도 대충하면 되요나는 미희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겉으로는 공감하는 척을 했지만 속으로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특수 학생인 정화는 말은 어느 정도로 알아듣지만 주위에 대한 인지능력이나 이해력은 많이 떨어지는 아이였다. 결정적으로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사표현 능력이나 기초문자해득은 전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래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내가 서 있는 것이 맞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이 학생들을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기위해선 나 자신부터 변해야 된다고 생각하였다. 기존에 여러 선배나 동기들에게 들었던 학급경영과 수업 기술들을 과감히 수정해 나가야했다. 우선 사랑하는 나의 첫 제자인 미희와 정화에게 기본생활습관의 확립을 강조하였다. 한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서 인지 아니면 둘 사이가 너무 친해서 인지 서로에게 배려하는 말을 쓰지 않은 모습이 목격 되었다. 그리고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아서 수업시간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이에 바르고 고운 말 쓰기 습관의 확립을 학생들에게 강조하였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들 기본 인성 확립이 중요하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예전에 군복무 시절 실천했었던 감사운동 이였다. 감사운동은 개개인이 생활을 하면서 감사한 것을 감사노트에 적는 사소한 일이였다. 하지만 군복무 시절 감사노트 한 권이 개인을 변화시켰고 더 나아가 조직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몸 소 느꼈기 때문에 사소한 감사노트 실천을 적극 장려하였다. 미희와 정화에게 감사 노트를 안내하고 몇 개씩 적게 하였다. 처음 학생 반응은 그렇게 좋지 못했고 이런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고 의심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운동을 해야 되는 의미와 실천 목표를 학생에게 일러주고 방향을 설정해주니 금세 내용을 이해하고 한 두가지씩 적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적은 내용은 칭찬을 받아서 감사하다’ ‘교내 상을 수상하여 감사하다와 같이 표면적인 실적의 내용이 눈에 띄는 것을 위주로 내용을 적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내가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건강하게 정화와 함께 공부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와 같이 표면적인 내용이 아닌 원론적인 감사 내용으로 변화하는 것 같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예전 경험을 생각하며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하는 변화였다. 이와 더불어 미희와 정화도 점점 여느 초등학생과 같이 밟은 미소를 항상 가진 어린이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이며 수업시간에 발표도 열심히 하고 숙제도 성실하게 해오기 시작하는 등 정말로 오고 싶은 학교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만났을 때 어두운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없었다. 학생들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학교생활 이지만 반복되지 않게 노력하려는 나로 인해 즐거운 학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생각은 긍정적으로 행동은 적극적으로

더운 여름을 문턱에 앞둔 날 교직생활을 시작하였던 나는 어느덧 한 달이 지나 학생들과 교실 현장에서 1학기 마무리에 전념이 없던 어느 하루였다.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교무부장님께서 나에게 첫 과제를 주신다고 하셨다. A4용지에 적인 내용을 읽어보니 바른 말 고운 말 로고송 대회가 교육청에서 열린다는 것 이였다. 그리고 이 대회를 출전하기 위해 학생들을 책임지고 맡으라는 과제였다. 일상생활의 신념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내자이지만 로고송이라 함은 어떤 노래를 작사해야 된다는 것을 말하였다. 아는 학창시절부터 언어 능력에는 크게 자신이 없었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국어 시험에서 꽤나 고전을 하였고, 흔한 편지 한 장 쓰는 데에도 23일은 기본으로 고민하던 나였다. 그런데 학생들의 바른 언어생활을 선도하는 로고송을 작사하라니 청천벽력 같은 과제였다.

일단 깊은 숨을 한번 쉬고 침착하게 공문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일단 완전히 새로운 노래를 작곡하는 것은 아니였다. 기존의 노래의 노랫말을 바꿔서 개사하는 것 이였다. 그렇다면 기존의 노래는 어떻게 선정 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이 부르기 쉬운 노래인 동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요? 심사위원님께서 좋아하시는 추억의 7080노래들? 여러 노래가 떠올랐지만 마음에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때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음악이 있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가수 로이킴의 봄봄봄이라는 노래였다. 나는 예전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유난히 어쿠스틱풍의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라 선택했던 것 일까. 가사도 의외로 쉽게 붙여나갔다. 하지만 발표력이 좋은 3,4학년을 대상으로 대회 출전을 결심한지라 많은 사람이 있는 무대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기에는 노래가 다소 빠른 점이 흠 이였다. 그래서 고심하던 끝에 유치원부터 초등학생까지 흥겹게 부르고 다니는 노래로 결정하게 되었다. 원곡 노래는 우유송이였다. 노래가 결정되고 나니 좀 더 작사를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연애편지 쓰는 심정으로 또 밤, 낮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가사가 완성되었다.

가사가 완성되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출해야 되는 것이 원곡 MR 녹음파일 이였다. 요즘 가요, 팝송들은 MR이 따로 나와서 문제가 없지만 우유송의 녹음파일은 유명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회 날은 다가오고 며칠이 걸려도 찾을 수가 없자 나는 옆 반 선생님께 함께 원곡 MR을 녹음하자고 부탁을 드렸다. 당시 옆 반 선생님께서는 음악과를 나오셔서 피아노 다루는 솜씨가 수준급 이셨다. 다행스럽게도 흔쾌히 선생님께서 허락을 해주셨고 난생 처음으로 스튜디오 녹음실로 향하였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이 방영되고 있는데 그 TV에서만 보던 그런 녹음실 이였다. 앞에 큰 마이크가 있었고 또 악기류가 보이고 거대한 녹음장비들..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리고 곧 녹음이 시작되었다. 옆 반 선생님은 피아노를 치셨고 나는 기타와 하모니카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대회에 출전할 배경음악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몇 번 불협화음이 나오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이 녹음한 음악을 가지고 대회에 출전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서 작업에 임하였다. 이와 더불어 교장선생님께서 특별 주문하신 것이 있었는데 그 것은 이왕에 작업하는 마당에 배경음악 뿐 아니라 직접 노래를 불러오라는 특별 주문이셨다. 그래서 나는 마치 가수된 마냥 마이크에 입을 대고 목소리를 내었다. 옆 반 선생님과 중창으로 불렀는데 마이크로 들리는 내 목소리가 어색하였지만 즐겁게 작업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어제 녹음한 음악을 선생님들과 함께 들어보고 노래 가사 내용이 좋다고 하여 점심시간 마다 전교에 울려 퍼지도록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내가 만든 노랫말이 학교에 울려 퍼지는 영광을 맞이하게 된 것 이였다. 물론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을 제외하곤 다른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주 노출되면 익숙해지고 편해진다는 통상적인 관념에 따라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들려주었고 그 결과 전교 모든 학생이 노래를 숙지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들에게는 노래를 교육시키는 시간을 반복적으로 가지게 되었고 노래의 음정과 박자를 교정하며 매일 아침시간,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강당에서 끊임없는 연습의 시간을 보냈다. 열심히 연습한 끝에 약간의 율동을 가미하여 대회장으로 향했다. 대회장은 교육청 강당으로 꽤 큰 규모라고 생각이 되었지만 출전 학교 수도 많고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1,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우리 학교는 교번이 늦은 관계로 2부에서도 거의 마지막 순서였다. 일찍 도착한 탓에 긴장된 마음으로 다른 학교의 무대를 보게 되었는데 타 학교는 우리 학교처럼 직접 녹음을 한 팀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았다. 율동도 훌륭하였고 아무래도 학생 수가 많다보니 선발된 학생들이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마인드로 순서를 기다렸고 우리 차례가 왔다. 정말 열심히 떨지 않고 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간혹 동작이 틀리거나 음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200% 실력 발휘를 한 것 같아 대견스러웠다. 2주일 후 결과가 통지 되었고 아쉽게 입상의 기쁨까지는 누려보지는 못했지만 그 동안 학교에 로고송이 계속 울려 퍼져서 그런 것 일까? 학교 전체 학생들이 바른 말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버린 느낌 이였다. 흔히 요즘 학생들 욕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계기가 매우 사소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간 이였다. 그리고 항상 이 말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다. “얘들아 앞으로 어떤 일을 할 때는 생각은 긍정적으로 행동은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자 선생님과 약속

 

희망을 향한 홉, 스텝, 점프

이제 다시 우리 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람들은 흔히들 다르다틀리다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맞춤법의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타인과 자신의 사정이 다른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타인을 틀린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가난, 부재, 장애 등 모두 우리와 약간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여름의 기점에서 출발한 희망열차는 방학을 지나 가을의 끝자락까지 와 있었다. 시간이 지난 탓일까? 초심을 잃었던 것 일까? 통합학급인 우리 반 학생인 정화를 나도 모르게 다르다를 점점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희와 동일하게 수업을 하거나 진도가 바빠서 신경 쓰지 못한 일도 많았다. 그러는 와중에 정화가 문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래서 다시 정화에게 기초 문자해득을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칸 노트를 하나 준비해서 한글의 기장 기초인 자음과 모음부터 지도를 시작하였다. ,,,....모르면 알 때 까지 반복하였는데 일반 학생과 달리 지능이 떨어지는 특수 학생이라 기억시키고 익히게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수업시간에 옆에서 글자를 쓰고 또 써나갔다. 교육의 효과가 있던 것인지 아니면 무한반복으로 글자의 모양을 기억해버린 것인지는 몰라도 시작한지 1주일 정도 만에 자음을 전부 익혔다.

같은 방법으로 모음도 교육하기 시작하였다. 모음은 비슷한 모양이 많아서 인지 조금 힘들어보였지만 이 역시 반복으로 익히도록 칸 노트에 과제를 주고 계속해서 쓰게 하였다.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또래 친구인 미희를 활용하여 정화에게 간단한 자음 모음 받아쓰기 시험을 봐주게 하였다. 그랬더니 미희도 친구 정화에게 열심히 가르쳐주는 모습도 보였고, 둘 사이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지는 것 같았다. 채점해주고 틀린 것을 친절하게 교정해주는 모습에서 친구사이의 우정 및 대학시절 배웠던 또래학습의 효과에 대해서도 다시 위력을 느끼는 순간이였다. 그렇게 모음도 다 습득을 하였고 이제 일상생활에 필요한 단어도 몇 개씩 익히고 숫자도 가르쳐 주었다. 더 나아가 젓가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정화를 고려해 젓가락 사용법을 익히도록 손가락 끼우는 젓가락을 하나 사주었다. 우리학교는 점심식사 때마다 교사와 학생이 급식소에서 마주보면서 식사를 하는데 정화는 식사는 가리는 것 없이 잘하였지만 젓가락이나 숟가락 등 도구 사용이 미숙하였다. 처음에는 안일하게 생각하여 밥만 잘 먹으면 되지 않겠는가생각했었는데 교장선생님의 지적과 올바른 교육 신념에 따라 구입하여 주게 된 것이다. 교육과 반복의 힘은 놀랍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불편해 아는 것 같았지만 교실에서 쉬는 시간 마다 공깃돌 옮기기와 구슬 옮기기와 같은 기능 훈련을 병행하니 이도 곧 잘하게 되었다. 과연 앞의 말에서처럼 다르다를 인식하니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었고 희망을 향하여 스텝과 한층 더 나아가 점프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었다.

 

교육과 희망사이

몇 달이 지나 미희와 정화는 진급하게 되었다. 사랑스러운 나의 첫 제자가 떠난 것이다. 나는 새로운 3학년 제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 미희는 새로 오신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5학년 과정을 항상 밝게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정화에게도 좋은 소식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정화만을 위한 특수 선생님이 임동초등학교로 부임해서 오시게 된 것이다. 이로써 정화는 통합학급에 소속되어 있을 때 보다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희망이란 무엇일까? 희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 1.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람 2.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 > 이렇게 사전 속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이 아이들이 사전적 의미의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선생님의 한사람으로써 나의 학생들만큼은 비록 아주 작은 희망이라 할 지 라도 살려주고 용기를 돋게 해주는 것이 나의 임무요 사명이라 생각한다. 그 수단은 바로 학교교육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 아이들 개개인의 희망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혀 주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미희와 정화에게 일러준 말이다. 서산대사 명언에 나오는 말씀으로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말이다. 아직까지 내가 훌륭한 선생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남긴 발자국이 이어 만나게 될 많은 제자들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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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7.01.01 22:34
    장문의 글이 교훈적입니다.
    좋은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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