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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면

누구나 그런 친구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쟤는 정말 뭘 해도 되겠다, 큰 사람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반짝이는 친구. 내게도 있었다, 그런 친구가.

대학동기로 만난 미소는 누가 봐도 새내기 중에 가장 반짝이는 친구였다. 나는 대학을 가기 싫어서 나중에 술집이나 차릴까 하는 생각에 전문대학을 간 건데, 미소는 진짜 칵테일을 좋아해서 전문대학에 진학한 친구였다. 꿈이 있어서 더 멋져 보였으며 또 수업에 대한 태도도 나와는 다르게 정말 열심히 했고, 잘했기 때문에 모두가 미소를 좋아했다. 작은 체구지만 건장한 선배들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플레어(칵테일 쇼, 병 돌리기) 실력과 속도에 교수님을 포함한 우리는 모두 미소라면 칵테일 세계대회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에서 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술장사, 물장사는 절대 안 된다는 부모님의 완고한 뜻이 있어서 종종 학교로 찾아와 그두라고 설득하러 오시기도 했다. 미소는 학교를 그만두고 수능 시험을 다시 봐서 제대로 된 대학을 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미소는 공부도 잘했기 때문에 만약 내가 부모였어도 그 머리가 아까웠을 것 같다. 하지만 미소는 굴하지 않고 칵테일을 열심히 배웠다. 이게 미소에 대한 내 기억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는 마지막 학기에 휴학을 했고, 미소는 졸업을 했기 때문에 다시 만날 일이 없었다.


그렇게 5년 쯤 흘렀을까. SNS를 통해 미소의 계정을 발견했다. 너무 반가워서 연락했고, 미소와 당장 만날 약속을 잡았다. 어떻게 지냈는지 또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오만가지 추측과 상상을 하며 너무 궁금해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5년 만에 만난 미소는 꽤 아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다른 모습이었다. 담배를 물고 하늘 사진을 찍고 있던 미소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아보였다. 미소를 보고 충격에 빠져있던 나를 발견한 미소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그녀도 담배를 끄며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빼빼마른 몸과 여러 번 탈색을 했는지 부스스하고 하얀 머리카락, 퀭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동자는 마치 산송장 같았다.


살 되게 많이 빠졌다~ 아이돌같아.”

라는 나의 말에 미소는 그저 웃어보였고 나는 어떻게 지냈냐고,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서도 이 질문이 미소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지. 그냥 나름대로 잘 살아있지.”

내가 알던 반짝이던 미소는 없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뭐가 미소의 그 빛을 꺼버렸을까 너무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내가 우물쭈물하자 미소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 이제 술 못 먹어.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서 술 마시면 안 돼.”

내가 휴학을 했던 마지막 학기, 여러 호텔에서 그녀를 데려가려고 했으나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그녀는 칵테일을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평범한 콜센터에 들어가서 일을 했다고 한다. 일은 재미없었지만 칼퇴근을 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로 버티며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미소는 지쳐갔고, 큰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심하게 앓아 자살 시도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상태가 심각해져서 몇 달 전 일을 그만뒀고, 정신병원에 한 달 동안 자의 입원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나 퇴원하니까 엄마가 뭐라는 줄 알아? ‘그 때 그 칵테일인지 뭔 지라도 하던가.’ 웃기지?”

씁쓸하게 웃는 미소는 그래도 먹고 살려면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지금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고 재미는 없다고 한다. 11시에는 약을 먹고 자야하기 때문에 일어나야할 것 같다며 우리는 만난 지 한 시간 반 만에 헤어졌다. 또 보자고 그 땐 건강하게 보자고 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는데 초점 없는 눈빛의 미소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천재들은 요절한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이 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정신병원이 없었을 테니.


그런 느낌이었다. 만약 모차르트에게 음악이 아니라 수학을 가르쳤다면, 에디슨에게 옷을 만들게 했다면 쇼팽에게 세탁기술을 가르쳤다면 그리고 그게 맞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부모가 있었다면? 수백 년이 지난 후에도 반짝이고 있는 그들이 반짝일 수조차 없지 않았을까? 꿈을 크게 가지라면서 자신이 가진 큰 꿈을 주입하는 부모가 많은 별들의 빛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며 나는 한참을 미소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꺼져버린 잿더미 속에 아직 작은 불씨가 남아 있기를 바라며 미소가 다시 그리고 더욱 더 반짝이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녀를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꼭 그런 날이 오기를.


용기라는 이름의 기적

사람들은 누구나 생애 한 번 쯤은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한다.’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마치 셀러브리티나, 유명인처럼. 이 말은 내가 한 말이자 나의 꿈이기도 했다 아니, 꿈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라고 떠들지만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주인공들은 멋지거나, 착하거나, 운이 좋거나, 좋은 동료들이 있다. 그런데 나도 나지만 내 주변에도 딱히 그런 사람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주인공의 정의가 저런 것이라면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그냥 행인 1,543정도 되는 느낌의 인생이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되겠다고 나서는 건 두려웠다.


그런 내가 지금은 무대 위에서 핀 조명을 받으며 연극을 하고 있다. 이게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야.’라고 말 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 위에 선 순간만은 나는 주인공이라고 느낀다. 내가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직장인 취미 연극을 하던 아는 언니의 한 마디 덕분이었다.

  “나 이번 주말에 공연해. 꼭 보러와~”

라며 리플렛을 건네받은 나는 사실 예의상 연극을 보러갔다. 아마추어가 하는 연극을 본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무대 위의 언니는 반짝 반짝 빛났고 어떻게 저 많은 대사를 다 외웠지? 내가 아는 언니가 맞나?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 내가 행인 1,543번 정도면 언니도 직장인 495번 정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는 내가 그렇게도 동경하던 주인공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언니에게 이야기 했다.


언니, 저도 무대 위에 서고 싶어요. 근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용기도 자신도 없는 소극적인 내게 언니가 해준 말은 한 마디였다.

  “그럼~ 해보면 재밌을 거야. 10초만 용기를 내!"

10초만 용기를 내라는 언니의 말은 나를 딱 10초 만에 극단에 입단시키기에 충분했고, 나는 다음 무대부터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생소하고 어색하고 많이 서툴렀지만 모두가 서툴기에 우리는 더 함께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한 첫 연극의 막이 올라가고 무대위에서 나는 반년동안 열심히 연습한 공연을 했다. 아주 짜릿한 경험이었다. 연극이 끝난 후 지인들은 내 연기보다 사회를 잘 보더라고 칭찬을 해서 나는 조금 머쓱했지만 그래도 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내가 꿈꿔왔던 삶은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고, 나는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더 열렬히 연기하고 관객과 배우 모두가 한 순간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짜릿한 시간, 이 전율을 잊을 수 없었다.


나는 또 한 번 10초짜리 용기를 통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밥벌이도 힘들다는 연극계로 뛰어들었다. 나와 같은 수많은 행인들이 반짝일 수 있도록 사람들이 가볍게라도 이 짜릿함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나와 너의,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풀어내는 그런 연극을 만들고 싶어서 완전한 전업을 선언했다. 나는 일의 대가로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살던 삶보다 나의 일을 찾아서 돈벌이를 하는 지금의 삶이 훨씬 행복하다. 내 일상을 내가 기획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채우는 매일은 나를 내 인생의 진짜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내가 이 행복을 만나기까지 단 10초가 걸렸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용기라는 단어는 어쩌면 기적의 시작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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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8.04.30 22:14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