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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7 23:22

궂은비는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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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궂은비는 내리는데


근교 가족 캠핑장 에서 밤새 추위에 오돌 오돌 떨었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인데짧은 봄을 끝내고초여름을 향해 달리는 세월은 속절없이 빠르기만 하다벼개 밑으로 축축하게 배어나온 끈적한 땀방울에 이른 새벽잠을 깨곤 창문을 연다아직 채 가시지 않은 어둠이 천천히 밀려가고 제 빛을 서서히 잃어만 가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아래 비가 내린다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궂은비는 먼지 낀 유리창에 빗금을 그으며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우유배달인지는 모를 이륜차 한 대가 금새 끊어질듯 불규칙한 엔진소리를 불안하게 이어가면서 인도에 고인 빗물을 천천히 가르면서 지나간다프라다나스 푸른 잎 들은 한뼘씩 이나 제법 다 자란 듯 넓어진 이파리로, "후둑후드득 "소리내며 장대처럼 키 큰 전봇대에 매어달린 굵은 줄을 타고 흘러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사정없이 맞으며 일렁거린다.

어디로 가는걸까일찌감치 길을 나선 사람들의 우산 두 개가 포개질듯 서로들 부딛치며 다정하게 저 멀리 살아져 간다.

좁은 공간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은 공간을 울려주는 촛침소리를 따라 헤이다 어둑한 방 불을 밝힌다어지럽게 아무렇게나 흩어진 약봉지와 물병찢어진 종이조각볼펜그리고 흩어진 옷가지들과 여기저기 빛바래 하얗게 쏫아진 머리카락들이젠 눈만 뜨면 습관처럼 약통을 끌어당겨 입안에 씨운약을 한웅큼 털어 넣고는 물을 마신다목구멍을 타고 간신히 넘어가는 크고 작은 알약들한알 한알에 무너질듯 구차한 생명을 의지한체 매일을 버티고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야만 하는 운명 앞에 자꾸만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추스리며 가만히 손거울을 들여다 본다잘 모르는 사람인 듯 거기엔 이미 어떤 낮설고 생소한 늙고 초라한 이방인인의 영역인듯 나는 그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야윈 얼굴쾡하고 흐릿한 눈동자의 잔상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얼른 거울을 내려 놓는다.

어버이날에 딸이 가슴에 달아 주었던 싱그런 카네이션이 유리잔 위에서 시들어 간다안개꽃은 이미 말라 죽었다.

계단을 바삐 오르는 투박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간 멎고 조간신문을 밀어 넣고는 이내 빠르게 멀어져 간다배달사고가 잦다는 내 성화에 이젠 아예 확실히 전달을 하려나 보다. 1면부터 세월호 사건으로 온통 온 나라가 난리다꽃다운 나이 피지도 못하고 떠나간 학생들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수 있을까그 고통속에 쓰러져 숨져갔을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어저께 설이한테 연락을 받고도 함께 동행 하지 못함에 무한이 미안함을 전한다기순이 남편과 한자리 같이 하자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불의에 자전거 사고로 누어서 천정만 쳐다보는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모습 터지지 않는 목소리로 마주앉아 알아 듣지도 못하는 어눌한 말투로 버틸 자신이 없어 만남을 접었다한줄 가느다란 링거줄에 모진 생명을 의지한 채로 까까머리로 빤히 올려보며 오히려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을 젖게 하던 친구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 마음을 아프게 한다항상 묵묵하고 말없이 남들이 감히 생각지 못할 일들을 해내는 설아잘했다 부족한 친구들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2년여에 걸친 투병을 했음에도 낳아지지 못한체 전과같이 의식이 없고 이젠 가족들 모두 지쳐 집으로 귀가를 하리란 전갈을 받았다천천히 라도 회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전 야외 가족 켐프장!

귀하고 중한 손님둘이 왔다매번 참석한다 했다가 D-Day날이면 어김없이 무슨 일이 터지고 마는 상균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그럴테지또 한사람은 오늘에 홍일점인 미란이다해가 넘기 전 준비도 안 했는데 제일먼저 1등으로 왔다흙 묻은 텐트 밑바닥아무렇게나 풀어지고 흩어진 짐을 차곡차곡 정성스럽게 정리하고 자신은 사용하지도 않을 텐데도 바닥 메트레스 다 깔아주고 까만 비닐봉투 예쁘게 접어논것 보고는 감동을 했다역시 여자의 필요함을 또 한번 알게 해 주는 것 같다바쁠 텐데도 기꺼이 동참해줘 정말 고맙다.

SBS 병만이 가족처럼 살고 싶었고모험을 좋아했든 난 야영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들떠 있었다왠 짐은 그리 많은지 도저히 혼자선 감당이 안돼 아들을 동원했다예전 같으면 차로 한번 다녀가면 될텐데운전대를 잡아보니 한 템포 느려지는것 같아 내심 불안했다.

이윽고 산비탈엔 어둠이 내리고 파라솔 아래 흐릿한 등불 밝히고 그릴위에 지글대는 오겹을 먹으며 소리도 안 나는 종이컵을 부딛치면서 "위하여"를 외치고 밤이 으슥 하도록 마시고 떠들어 댔다.날씨가 은근히 차가워 진다.

하늘은 까아만 무한대의 공간의 연속일 뿐술들이 취했을까날씨가 흐려서 일까별도 달도 보이지 않고 가로등 아래로 날 벌레들만 열심히 허공을 휘젖고 날아 다닌다.

"켐브파이어 금지라 했는데... 옆 사람들 미리 장작을 일정하게 잘라서 준비를 해와 불을 피운다."그렇다고 남들 타오르는 불꽃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산으로 올라가자." 경사진 산비탈흩어진 나무는 많은데 허공을 걷는 듯 다리가 휘청대며 어지럼증에 현기증을 느끼며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푹 쓰러진다잔듸밭에 한 바퀴 덤불링을 하고는 허둥대는 팔로 땅을 짚어 간신히 일어나 앉자 잠시 생각에 잠긴다산 아래 반짝거리던 아파트 불빛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둘씩 꺼져가고 캠프엔 모처럼 가족이랑 오붓한 자리를 만들고 좋은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밤을 잊은체 등불 앞에 모여앉아 오순도순 그칠 줄 모른다몸이 예전같지 않아서넘어지면 다친다. 5 넌전 글씨가 안 써지고 몸이 흔들려 병원을 찾은 내게 파킨슨병이 의심된다고 말하고 안경알 넘어로 유난히 작은눈을 번득아던 신경과 의사가 생각난다조심 해야지앞으로 이런 만남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한없이 느려만 지는 행동굳어져 경직되는 몸으로...

한아름 안고온 나무를 그릴위에 포게곤 우리들에 작은 켐프파이어가 이제 막 시작됐다.

훨훨 타오르는 불꽃빠알갛게 달아오른 홍조띤 얼굴들술병이 비어나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보기좋은 모습을 놓칠 리 없다잽싸게 동석이 몇컷을 했다.

"이런얼마 전꺄지 불과 함께 각종 재난현장을 누비며 생생하게 한세월을 보냈는데 그런 내가 불장난을 하다니."

헌데 어쩌랴 구경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 구경 이라는데...한동안 그렇게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어린날을 회상하고 고향을 이야기 하고 세월호의 참상을 사회를 경제를동석이가 1학년때 급장이었다는 까맣게 잃어버린 빅 뉴스를 듣고는 모두들 배아프 게 웃고 떠들어들 댔다.

시끄럽던 켐프장이 조용해 졌다차가운 날씨에 모두들 안으로 들어가 쟈크를 내렸다우리도 가야할 사람은 훌훌 떠나고 남을 친구만 남았다하니가 제일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그 다음 동석상만나 이렇게 네 명이 나란히 누웠다한인 벌써 잠이 들었다코를 드렁드렁 골며 떨어졌다좀 선들 했지만 취한 기분에다 상구와 얇다란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잠을 청했다그런데 따뜻하게 느껴졌던 이불이 시간이 갈수록 차가와 지면서 틈새를 비집고 올라온 냉기가 등골을 오싹하게 엄습해 오는데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다나만 그런가 싶어 투덜댔더니 다들 추워서 못자겠단다

"이거 큰일났네까짖것 하루밤 못 세랴큰소리 쳤는데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궁시렁 대던 상만인 저만 살겠다고 이미 줄행당을 쳤다ㅎㅎㅎ세월호 선장같은 넘밤새 사시나무 떨듯 오돌오돌 떨다가 날이 밝으니 그리 반가울 수가짐을 챙기고 비품을 반납하고 우리는 따끔한 순대국으로 뱃속을 덥히고 쏫아지는 잠에 눈들을 비비며 주변에서 제일 좋다는 찜방으로 향했다설이 불러내곤 하루 종일 자고 먹고 땀 흘리고 씻으며 해 가 넘도록 딩굴다 또다시 어두워져서야 내려왔다.

오늘하루 재밋게 놀아준 친구들 고맙고 일자산 가족켐프에 함께해준 친구들 감사하며 참석 못한 친구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새벽 유리창에 흐르는 빗물을 바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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