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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동안의 인연과 남은 사랑

 

                             

 

◉ 늘 연말에는

 

한해를 마감할 때면 어느 해나 늘 그러하듯이 동료 선생님들과 송년회니 뭐니 하면서 공장(학교) 이야기를 풀어놓고 세상 고민은 다 지고 있는 것처럼 코가 삐뚤어지게 술판을 벌입니다. 당연히 이번 연말에도 예외가 아니었지요?

학교에서 친한 선생님들과 한잔, 같은 부서에 있는 선생님들과 한잔, 같은 교과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과 한잔, 그리고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주변에 알고 지내는 선, 후배 선생님들과 한잔...

참으로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우리 선생님들은 술자리를 잘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학교 이야기, 학생들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을 해 봐도 술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되고, 술기운이 올라와 취할 때 쯤 되면, 오줌보만 팽팽해져 늘어져 갈 뿐, 서로 간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도 그 다음날 기억도 못하면서 목소리만 점점 커져갈 뿐입니다.

저는 사립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10여 년째 같은 학교에서 한 솥밥을 먹으며 생활해 온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술잔을 기울이고 밤을 세워가며 취중 토론을 해봐도 아직도 교사들 서로 간의 생각에 이해력이 부족하고, 그 들의 교육관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교사들 간의 생각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참으로 씁쓸하고도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교사들 간의 서로 다른 교육관과 가르침으로 우리 어린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방황하는 최대의 피해자인지도 모르지요? 우리 선생님들이야 술 한 잔으로 피곤한 심신을 달래면 그만이지만, 우리 어린 학생들은 자신들의 속상한 마음을 어디 하소연 할 때가 있어야 말이지요?

 

◉ 크리스마스 카드로 대신하는 미안한 마음

 

그래서 저는 매년 우리 반 학생들에게만 이라도 미안함 때문인지 저 만의 ‘천일 동안의 인연과 남은 사랑’이라는 허울 좋은 제목을 붙여 카드 편지를 씁니다. 때 마침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날도 있기에 이 날을 맞이하여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에 3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선생님에게 수업을 배웠던 아니던, 담임을 맡았던, 맡지 않았던, 천일(3년) 간의 학생들과의 인연을 한 장의 카드에 담아 전달합니다. 학생들에게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후회와 인간적으로 도움을 더 주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죄의 마음과 마지막 졸업을 앞 둔 제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나름대로 정성껏 글을 써서 한 명씩 한 명씩 35명에게 전달합니다.

참으로 약은 생각이지요? 천일(3년) 동안 제가 학생들에게 저지른 죄 값을 스스로 위로 받기 위해 세상에 카드 한 장으로 때우려고 하다니 정말 요즘 애들 말대로 잔머리 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족한 선생님과는 달리 우리 어린 제자들은 참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전달한 카드를 받고는 학생들 모두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카드를 먼저 이렇게 주실 줄 몰랐어요.” 예쁜 여학생들은 작은 카드 한 장에 너무나 기뻐합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받은 카드를 읽어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아이도 있고,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우는 아이도 있고, 저의 작은 정성이지만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너무나 행복하고 흐뭇합니다.

10년 동안을 같이 해온 어느 선생님의 말씀보다도, 저에게 건네는 어느 선배 선생님의 술잔보다도, 지금 저에게는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을 받고 좋아하는 제자들의 미소야 말로 진정한 사랑의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겨울에 내리는 하얀 눈처럼 어린 소녀들의 마음도 하얗고 순수한 것 같습니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요즘 청소년들 문제 있다고는 하지만, 작은 것 하나에 감동 받을 수 있고,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참으로 여리고 착한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 선생님이 있는 곳에 교육이 있다.

 

언젠가 한수산 선생님이 쓰신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라는 수필 형식의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글에 나온 내용 중에 한 사내 아이를 둔 어느 집안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느 날 이 사내 아이가 친구와 전화를 하는데 “훈식이 걔가 말야” 하면서 자꾸 ‘훈식이, 훈식이’ 하길래 그 훈식이가 누구냐고 부모가 물어 봤더니, 그게 담임 선생님 성함이라는 것이었답니다.

그런데 그 다음 해에 새로운 담임 선생님과는 무슨 사이인지, 선생님 알기를 염라대왕처럼 여기며, 깍듯하기가 여간이 아니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고, ‘선생님이 있는 곳에 교육이 있다’라고 끝말을 덧붙여 놓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뿌리면 뿌리는 대로, 가꾸면 가꾸는 대로 자라나는데, 정작 저 자신은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열성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제대로 가르침 행하였는지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어떤 반은 아이들이 문제가 많아 수업하기가 힘들다는 둥, 요즘 업무가 왜 그렇게 많은지 학교생활 하기가 어렵다는 둥, 또 요즘 애들은 가정교육이 어쩌니, 학부모들은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는 둥, 모든 이유를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만 찾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화분의 꽃을 가꾸는 사람의 정성에 따라 비록 튼튼하지 못한 씨앗이었지만, 싹을 피우고 건강하게 자라 훌륭한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듯이, 선생님들의 노력과 정성에 따라 그 꽃과 열매도 아름답고 탐스럽게 열리게 될 것입니다. 좀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훌륭하고 예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되겠다고 생각을 해 봅니다.

 

 

◉ 천일 동안의 인연을 고이 간직하며 사랑만 남기를

 

우리 어여쁜 학생들은 어린 사춘기 때의 소중한 시절을 친구들과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대부분 학교에서 보내면서 천일 동안의 작지만 아름다운 인연을 간직하고 떠나갑니다.

드넓은 우주에서 그것도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그리고 수많은 나라 중에서 이렇게 대한민국이라 곳에서 또한 대한민국 중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지금 현재까지 같은 지역, 같은 학교에서 만나 친구로, 선생님과 제자로, 천일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생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에서 수만 겁을 같이 한 ‘인연’ 때문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곧 학교마다 졸업식 행사를 치르게 됩니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기 전, 이러한 소중한 인연을 고이 간직한 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이들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사랑만을 남겨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 대한 사랑, 친구들에 대한 사랑, 선생님에 대한 사랑, 그리고 함께한 부모님께 대한 사랑. 이 모든 사랑을 심어 주어야 할 몫은 바로 저와 같은 교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든 아이들 일일이 살펴보고, 또 살펴보면서 포기하지 말고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profile
    korean 2014.11.03 11:52
    천일의 인연이 천일야화처럼 장구하게 와 닿습니다.
    좋은 인연을 길이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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