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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09:05

청원(請願)

조회 수 28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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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請願)

   

 

운명이란 진정 있을까.

만일 존재 한다면 어떻게 그에 맞서 싸워야 하는가.

그리고 맞춰 살아야 하는가.

선인장은 자신의 가장 굵고 긴 가시에 꽃을 피운다.

또한 독수리는 목을 찌르는 부리를 짓이겨 새로운 부리를 자라게 한다.

나는 현재의 쓰라린 고통이 이제껏 살면서 느꼈던 가장 아프고 큰 고통은 아니지만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도를 한다.

나만의 하느님에게.

기도서도 없고, 지켜야 할 약속도 없다.

그리고 성소도 없지만 내 마음 따라 흐르는 바람처럼 기도를 한다.

읊조리듯 그분께 소원을 얘기하며 아이가 되어 어리광을 부리다보면 저절로 주홍빛으로 익은 홍시의 단맛이 나는 밤으로 인도하신다.

베어 물고 감사드리는 시간. 그때가 하루의 툇마루다.

산에서 들에서 실컷 놀다 돌아와 손을 씻고 우물에서 찬물 한바가지를 들이켰을 때의 시원함. 그런 너그러운 시간 앞에서 나는 하느님의 한없이 어린 아이가 된다.

 

기대고 싶을 때가 있었다. 너무도 힘든 하루여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이 없기에 여기저기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웃거려도 보고. 하지만 공허함만이 메워지는 자리.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늘 똑같은 메아리를 듣게 되는 슬럼프 속에서 나는 오그라든 팔다리와 어깨를 펴고 싶었다.

혼자서 버티는 시간이 점점 힘겹게 느껴졌다. 그리고 버티는 이유조차 내게 거짓을 말하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게 되었다.

어디론가 사라져 한 달만, 아니 일주일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현실은 내게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수히 떨어지는 운석처럼 곳곳에서 날아오는 시련에 나는 제정신을 차린다는 게 이리도 힘겹구나 하는 막막한 생각을 했다. 이겨낼 도리가 없는 건 아닌지 의문도 들었다. 뿌리가 튼튼한 구근이라면 다시 살아나 꽃을 피우겠지만 이미 썩어버렸고 그게 나라면 이미 가망이 없는 거였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과 헤어졌다.

부정확한 이유로.

난 혼자가 됐다.

그리고 방황을 하며 내가 잡아야할 끈을 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했다.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아픔이 컸다. 나는 도대체 왜 내가라는 의구심으로 산을 올랐고 그래도 나는 육신이 멀쩡하지하는 생각으로 내려왔다. 외로움이 지배할 땐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놀았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들었고 영화를 봤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날 가두려 하던 운명으로부터 서서히 발을 떼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길에 서서 사방을 둘러봤다. 내가 가야할 곳이 아무데도 없는 것 같았다. 나이든 고아가 되어 버린 듯이.

날 잡아줄 이도 없었다. 내게 길을 인도해줄 이도 안 보였다. 두려웠다.

캄캄한 동굴 속의 공포감이 밀려왔다. 서서히 지쳐갔다.

난 실패한 거다

그리고 서서히 나방의 가루가 날리듯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외피들.

겁이 더럭 났다. 아파오는 상처들.

먼저 상처를 보았다. 생각보다 깊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처치가 필요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해내기로 하고 난 과감히 살을 도려냈다. 독수리가 낡은 깃털을 고통을 참으며 뽑아내듯.

그래야 새살이 새 깃털이 올라오니까.

잠시 그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새살이 올라올 때까지만 실컷 마음껏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 마음도 몸도 치유가 된 것 같았다.

비록 아름답고 향기가 풍성한 꽃은 아니지만 황량한 사막의 10년 만에 피워낸 꽃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 기뻤고 대견했다. 드디어 내가 운명의 사슬을 끊어낸 게 아닌가.

그때 난 하느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했다.

교회에도 성당에도 다니지 않는 내가 하느님을 찾다니.

풍랑을 만나 난파한 배의 나뭇조각에 의지한 채 바다를 표류할 때 그분은 높은 곳에서 날 바라보고 계셨으리라. 그리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를 거두어주신 거라고 믿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으신 거였으리라.

그 후 난 기도를 하게 되었다. 혼자만의 기도를.

대부분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이 땅위에 발 딛고 숨 쉬는 것 자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도 꽃을 볼 수 있는 능력과 향긋한 무화과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것도, 꿀을 맛볼 수 있음에도,호수에 뜬 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 모든 능력이 벅찬 기쁨이다.

이제 난 가볍게 걷는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목적지도 설정했다. 목표도 있다. 작지만 날 두근거리게 하는 짝사랑의 대상이 있다. 그 사랑은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다시 내게 찾아온 이 설렘. 옹알이를 시작한 아기처럼 처음부터의 도전이자 사랑인 바로 글쓰기.

모른다. 방법은. 하지만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운명이라 믿는다.

또 다른 숙명이며 이번엔 사슬이 아닌 옥가락지와 같은 섬세한 빛의 아름다운 길이다.

내겐 끊어낸 운명과 함께 갈 운명이 있다. 두 가지 모두 나의 선택이다.

선택 속에서 난 하느님을 만난다. 그분의 인도와 격려로 헤쳐 나갈 것이다.

나의 바람.

모든 앞길에 비탈길이 있다면 둔덕도 놓아져 있기를.......


이윤실 010-3152-5791  meaculpa8357@naver.com


  • profile
    korean 2016.10.30 20:42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해나가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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