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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6 16:41

시를 읽는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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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세상엔 논리가 없다.

나는 시집을 잘 들추지 않는다. 손 대기가 꺼려진다. 부담스럽기 때문일 거다.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시를 읽을 때면, 그저 바보가 된 기분이라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는 논리에 익숙한 사람이다. 논리 쪽에 익숙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논술과 비평문, 논리적 서사는 내 지적인 효능감을 충족시켜주곤 한다. 그래, 이런 인과성에 따라서 이런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지!!

하지만 시를 읽을 때면, 머리를 긁적이며 ‘이게 뭔 개소리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시를 보며 탄성을 내지르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혼자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런 나에게 시는 읽는다는 건 너무도 난해한 일이다.

분석해도 논리는 없다. 행과 행 사이에, 인과가 붕 뜨기도 한다. 심지어 뜬금없는 이상 야릇한 비유가 날 헤집는가 하면, 이유 모를 감정이 날 휘감기도 한다. 그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때론 거북하기도 하다.

더욱 날 어지럽게 하는 것은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그 감정이란 것들이다. 같은 글을 읽으면 매번 같은 결론이 도출되어야 정상이 아닌가! 하지만 시는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과 생각들을 품고 나를 감싸온다. 학창시절에 읽은 시를 다시 보니 새삼 다른 시 같아서 놀랐는데, 어제 읽은 시를 다시 보니 이것도 다른 시가 아닌가! 혼란이다.

아무리 힘껏 들여다보고 꽤나 좋은 결론을 떠올려도, 명확하지가 않으니 답답하다. 도무지 확신이 없다.

그래서

시를 읽는다는 건

사람을 대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 불확실성, 끝없이 쏟아지는 답이 없는 질문들.

시를 읽는다는 건 마치 사람을 대하는 일과 비슷하지 않은가. 딱히 인과관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까지 말이다.

어떤 사람은 처음 보자마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리고 어느 사람에겐 첫눈에 반하기도 한다. 이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하지 않은가. 그리고 전자를 다시 보면 꽤나 괜찮게 느껴지기도 하고, 후자를 자세히 보니 영 별로이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시를 읽는다는 것과 사람을 대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하니,

시를 읽기 어려운 내가 사람을 대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 난 시를 읽는 방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어.

사람 사는 세상은 논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깨닫는다. 사실 시와 사람을 논리로 이해하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잘못된 공식으로 문제를 들여다보니 답이 안 보이는 것이지!

시의 세상엔 논리가 없고 사람 사는 세상은 논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를 읽는다는 건, 사람을 대한 다는 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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