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오늘:
0
어제:
23
전체:
305,729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372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kyc_20140715_05.jpg

예삐와의 산책은 매일 한두 시간씩 행해졌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개 거르는 일은 없었다.

비오는 날 비옷을 곱게 차려입은 예삐





[수필]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 ‘예삐’에 대하여

- 은유시인 -



  나는 동물, 특히 강아지(대개들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된 덩치 작은 새끼 개를 일컬어 강아지라 하지만, 나는 다 자란 커다란 개도 굳이 강아지라 부른다)와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을 얼마만큼 습득하고 있노라 크게 내세울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느 누구에게라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강아지를 끔찍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에게 쏟는 사랑은 자식에게 쏟는 사랑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사람에게보다 강아지에게 더 정이 쏠린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주절거린다. 심지어 이런 얘기까지 꺼낸 적도 있다.
  “화재가 났을 때 사람과 강아지를 동시에 구해야할 경우라면, 나는 강아지부터 구하겠다.”
  굳이 약간의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이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말함이며, 여기에서 말하는 강아지란 내가 사랑을 쏟아 부으면서 키워온 강아지를 말함이다. 괜히 인간의 존엄성 어쩌고 하면서 내가 키우던 강아지를 제쳐놓고 엉뚱한 사람부터 구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그 생명의 존엄성에 있어 하등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철학을 지녔다. 즉 인간의 생명이 강아지의 생명보다 더 귀하다는 생각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오만이요, 착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신체적 손상으로 겪게 되는 고통이나 동물이 마찬가지 이유로 겪게 되는 고통은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런 얘기도 꺼낸 적이 있다.
  “내게 큰 재산이 있어 상속을 시킬 수만 있다면, 내가 키워오던 강아지들에게 상속시키겠다.”
  이런 주장들은 분명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주장인줄 잘 안다. 아무리 미친놈이라 할지라도 어찌 사람의 목숨보다 강아지 목숨을 더 챙길 것이며, 돈이 넘쳐나기로서니 재산을 미물인 강아지에게 상속시킬 생각을 할 것인가.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그땐 내가 어떻게 처신할지는 모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상속법이 미물에게 상속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은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분명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는 만큼 내 본심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인간은 머리에 쇠똥만 벗겨지면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이중인격자로 살게 된다. 사회제도가, 인간관계가 인간으로 하여금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로 처세에 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남을 짓밟는 만큼 성공할 수 있는 것이고, 남의 것을 빼앗는 만큼 내 것이 늘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돈을 벌겠다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겠다는 생각이며, 그런 생각은 도둑근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사회에서는 그런 도둑근성이 유달리 강한 자들일수록 큰돈을 벌고 있으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호의호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은 ‘노력하는 만큼만 대가가 돌아온다’라는 극히 상식적인 법칙이 깨진지 이미 오래다.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란 슬로건이 무색해진지 오래라는 얘기다. 그런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어리석다 못해 미친놈이라 매도될 것이다. 
  일자무식의 노가다 판 막일꾼과 풀코스를 밟은 엘리트의 노동의 질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땀을 흘리고도 엘리트가 노가다보다 곱절이나 세 곱절이 아닌 무려 열 곱절 백 곱절 더 벌어야한다는데 있는 것이다. 그런 기준은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니다. 결국 엘리트가 노가다에게 돌아갈 수입의 대부분을 가로채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인간은 겉으로는 남의 불행을 지극히 안타깝게 여기고 동정하는듯하나 오히려 즐기고 더욱더 불행해지길 바라는 속물들이다. ‘나만 등 따숩고 배부르면 됐지 남이사 어찌되든 알바 아니다’라는, 남을 눈곱만큼도 배려않는 야비함을 지니고 있다. 
  텔레비전 불우이웃돕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본래 인간의 진면목이 아니라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린 일종의 허세라는 것이다. 그렇듯 선량한 사람들이 과연 많다면 세상이 이렇듯 각박하진 않을 것이고, 또한 우리 주변엔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중생들이 어찌 이리 많을 수가 있겠는가. 
  인간들의 속성이 남을 전혀 배려않는다는 증거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기업체들이 돈 욕심에 지구의 환경을 황폐화시키고, 더 나아가 지구를 절단 내려는 짓거리는 그들이 악질이라 그렇다 쳐도 남이 안보는 데에선 아주 사소한 이익마저 챙기려 드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다. 
  요즘엔 화장지가 값이 싼데다가 흔해빠져선지 공중화장실의 화장지를 훔쳐가는 사람이 없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중화장실의 화장지가 남아나질 않았다. 공중시설의 수도꼭지를 떼 가고, 길 가의 맨홀뚜껑을 집어가고, 심지어 남의 고급승용차에 매달린 장식물까지 떼어간다. 누가 눈여겨보지 않으면 돈 될 만한 것들은 다 집어간다는 얘기다. 그것도 엄연한 도둑질이란 걸 뻔히 알면서 그런 도둑질을 예사로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요즘엔 산과 계곡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사람들의 수효가 줄었는지는 몰라도 예전엔 사람들마다 예사로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산과 계곡이 몸살을 앓았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보고는 ‘도대체 어느 놈들이 이런 짓을……?’ 혀를 끌끌 차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다. 
  아직도 으슥한 구석에 쓰레기를 버리고, 종량제쓰레기봉투 값 아낀다며 일반봉투에 그득 찬 쓰레기를 길가 아무데고 내다 버린다. 오죽하면 쓰레기 상습투기꾼을 잡아내기 위해 동네 어귀마다 몰래카메라를 부착해놓았겠는가.
  그런 행위들 또한 제 수고로움과 제 돈을 아끼고자 하는 행위로서 분명 남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임이 분명하니 도둑질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런 행위는 몰상식한 사람 몇몇만이 저지르는 행위가 아니라 어쩜 사회 구석구석 만연된 행위라 볼 수 있다.
  자신에게 돌아올 하찮은 이익을 위해서는 남이 겪게 될 큰 불편이나 불쾌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극소수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라 할 만큼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저마다 지닌 게걸스러운 욕심 때문에 결국 인간세상은 알게 모르게 파멸로 치닫고 있다. 고대 바빌론(Babylon)의 바벨탑처럼 허황한 욕심은 좀처럼 채워질 줄 모르고, 그 때문에 인류의 종말론이 무성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류의 멸망이, 더 나아가 지구의 종말이 여러 가지 형태의 가설로 제기되고 있으나 진심으로 그러한 종말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극소수이다. 여전히 울울창창한 살림은 계속 파헤쳐지고 해양이나 땅 속 깊숙한 곳에 방사능과 중금속에 오염된 환경 쓰레기들이 버려지거나 묻혀 지고 있는 것이다. 돈 버는 짓이라면 남들이 먹는 우물 속에도 맹독을 기꺼이 뿌려댈 사람들인 것이다.
  나만, 그리고 내 식솔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이 팽배해있는 상황에서는 멸종이란 명제 또한 ‘죽을 바엔 다 같이 함께 죽자’라는 억하심정 앞에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는 ‘동물만한 인간은 없다’란 진리를 실감해왔다. 아무리 잘났어도,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지녔어도 인간은 결코 동물만 못한 존재이다. 고로 나는 동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키우고 있는 예삐를 그 어느 인간들보다 더 사랑한다.

  예삐는 전체적으로 밤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털에 배 밑과 엉덩이 부분에 황금빛 털이 어우러진, 주둥이가 뭉툭하고 두 귀가 축 늘어진데다 털이 길고 무성한 잉글리쉬코카스페니얼 종으로 여우사냥을 위해 개량된 오리지널 영국종이다. 
  예삐는 몸무게가 13킬로그램에 태어난 지 3년 가까이 된 암컷이다.  
  원래 코카종이 그렇듯이 예삐 또한 상당히 산만하고 집안을 어지럽히기 좋아하나 순하기론 이를 데 없고, 겁이 많기론 제 그림자를 보고도 움찔 놀라 도망치기 일쑤이다. 
  그런 순둥이가 가끔은 내게만큼 그 앙칼진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깨물려들기까지 한다. 그게 귀여워 손바닥으로 주둥이를 툭툭 건드리며 싸움을 걸지만 돼지뼈를 으스러뜨릴만한 강한 이빨로도 내 가느다란 새끼손가락마저 어쩌지 못한다.
  예삐는 내가 외출하고자 옷을 갈아입을 땐 으레 방해를 한다. 특히 양말을 신으려하면 양말을 낚아채어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옷을 다 갈아입고 나면 한쪽으로 머쓱하게 물러나 그때부터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현관문을 나설 때까지 한 자리에 버티고 앉아 멀뚱히 나를 바라다볼 뿐이다. 그렇지만 전용목줄을 집어 드는 순간 쏜살같이 달려들어 엉겨드는 것이다. 자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것으로 알아채는 것이다. 
  예삐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갈라치면 잠시라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먼저 앞서가려하기 때문에 앞다리가 들리고 목은 한껏 팽팽해진 줄에 의해 졸리게 마련인데 그 힘이 보통이 아니다. 골목길을 걷노라면 한층 더 번잡하다. 목을 한껏 늘어뜨리어 넙죽한 주둥이, 까만 코를 땅에 박고는 끙끙거리며 뭔 냄새를 그리 맡아대는데 두 늘어진 귀가 땅바닥을 쓸 듯하는 그 모습이 그리 귀여울 수가 없는 것이다. 

  예삐는 강아지를 키우다가 귀찮아지면 늘 내게 키우라며 맡겨왔던 선배가 2년6개월 전인 2007년1월초, 내가 다대2동 도개공아파트에 막 입주하고 나서 4일쯤 지났을 때 데려온 당시 4개월 된 강아지였다. 당시 강아지 티를 막 벗어날 때였음인지 그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당시엔 3킬로그램 정도 나가던 몸무게가 지금은 13킬로그램 나가니까 몸무게로 보아 네 배가량 더 자란 셈이다.
  선배는 5년여 전 검정색 바탕에 흰 무늬가 있었던 콩콩이와 4년여 전 누런 잡종견 멍멍이, 그리고 영국산 요크종 나비를 데려왔었다. 나비는 며칠 되지 않아 집을 나가 잃어버렸지만, 콩콩이나 멍멍이는 1년 가까이 키웠기에 정도 들만큼 들었고, 헤어졌을 땐 여간 섭섭하고 허전했던 게 아니었다. 예삐 못잖게 자식처럼 키웠던 것이다.
  평소엔 돈이 없다가 모처럼 돈이 생기면 예삐가 즐겨먹는 사료와 간식부터 여유 있게 구입하고, 그 다음으로 내게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한다. 마땅히 먹일게 없어 예삐가 굶기라도 한다면 그게 여간 마음 아픈 것이 아니다. ‘맛있는 거 내놓으라’는 눈빛과 표정은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끼니때만 되면 오로지 한 끼의 맛있는 먹거리로 흡족해하는 강아지들……, 그러면서 주인에겐 맹목적인 충성과 애교로 보답하려는 강아지들……. 
  언젠가 무지막지한 주인이 몽둥이로 머리통을 으스러져라 내리쳤음에도, 그로인해 죽어가면서도 주인을 향해 뭐가 그리 반갑다며 꼬리치는 개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떠올린다. 
  인간이 제 아무리 잘난 존재라 해도 그 심성에 있어서만큼은 동물의 존귀한 심성을 결코 따라 잡을 수는 없으리라. 따라서 내세가 존재한다면 동물의 영혼은 천국에 이를 것이나, 인간의 영혼은 지옥불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우리 예삐를 마주보면서 흥얼거린다.
  “너 만큼은 내가 끝까지 책임져주마.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결코 아프지 말고 늘 건강해라.” 




- 끝 -



2009/07/27





  • profile
    공룡 2015.01.26 02:11
    재미있고 ,공감가는 글입니다.
    그런데 저는 키우기보다 걱정이 앞서 -아프거나 죽거나-
    정을 주는 애완동물은 아직 못 키워봤네요^^;;

  1. 부산환경운동연합 2015년 정기총회

  2. 메리크리스마스! 케익 드시고요^^

  3. 2014년 평생교육지원사업[부산초량동 중국어 회화교실] 수료증 수여식

  4. [벡스코] 2014 부산 유기농 & 친환경 박람회

  5. [벡스코] 2014 부산 선물 및 생활용품 전시회

  6. <영도대교 탄생 80주년, 재개통 1주년기념_Old & Young 만남의 축제>

  7. <2014 한겨레-부산국제심포지엄> "아시아가 주도하는 새로운 아시아는 가능한가"

  8. [부산벡스코] 2014 국제해양플랜트 전시회

  9. 2014년 제28회 한국 시의 날 행사_새부산시인협회

  10. 너무 귀여워!

  11. 신기한 퍼즐

  12.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 ‘예삐’에 대하여

  13. 내겐 너무나도 사랑스런 그녀

  14.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가

  15. 에펠타워

  16. 영국의 어느 멋진 다리

  17. 고속도로

  18. 콜로세움

  19. 바우 닮은 치타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