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오늘:
48
어제:
120
전체:
306,169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81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8.09.07 01:42

가을밤

조회 수 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YGnockT.jpg

 

가을밤

 

생각하면 나는 화려한 것의 반대켠에서 고요하고 적막한 것에

길들여져 왔다

쑥갓꽃 패랭이꽃 손톱꽃 앉은뱅이꽃, 작아서 아름다운 것들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밤의 나뭇잎 지는 소리

밤나무 뿌리를 적시며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세상이 가장 조그마해지고 따뜻해지는 가을밤을,

불켜지 않아도 마음이 화안한 가을밤을 나는 사랑한다

 

이미 단풍나무 끝에 가볍고 파아란 집을 매달고 겨울잠에 들어간

가을 벌레를 나는 사랑한다

그 집은 생각만 해도 얼마나 따뜻한가

 

수염을 곧추세우고 햇빛을 즐기며 풀숲을 누비던

여치와 버마제비들

섬돌의 이른 잠을 깨우며 서릿밤을 울던

귀뚜라미를 나는 사랑한다

 

그 땐 머리 위에 일찍 뜬 별이 돋고 먼 산 오리나무 숲속에선

비둘기가 구구구 울었다

이미 마굿간에 든 소와 마당귀에 서 있는 염소를 또 나는 사랑한다

나락을 실어 나르느라 발톱이 찢겨진 소, 거친 풀, 센 여물에도

좋아라 다가서던

 

어둠 속에서 툭툭 땅을 차고 일어서서 센 혓바닥으로

송아지를 핥을 때마다 혀의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던

송아지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일하는 소를, 일하다가 발톱이 찢겨진 소를 사랑한다

 

나는 가을밤 으스름의 목화밭을 사랑한다

목화밭에 가서, 참다참다 끝내 참을 수 없어 터뜨린

울음 같은 목화송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임을 생각하고,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보드랍고 이쁜 것임을 생각하고

 

토끼보다 더 사랑스러운 그 야들야들한 목화송이를 만지며

만지며

내가 까아만 어둠 속으로 잠기어 가던 가을 저녁을 사랑한다

 

나는 나뭇잎 지는 가을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때로 슬픔이 묻어 있지만

슬픔은 나를 추억의 정거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마당에 시를 올리실 때 주의사항 1 file admin 2014.06.24 2076
1546 시간이 멈춘 그곳 1 커피카피코피 2016.03.17 54
1545 중절모-손준혁 1 농촌시인 2016.04.30 54
1544 희미해지다 1 새벽이오기전에 2018.12.02 54
1543 지구 공전 궤도 1 푸렝푸렝 2019.01.06 54
1542 애잔-손준혁 1 농촌시인 2014.12.27 53
1541 작아지는 나를 보며 1 한솜 2015.04.13 53
1540 백일홍(애증) 2 화이 2016.08.21 53
1539 팽이 1 프리마베라 2018.12.08 53
1538 작은 오해 deskit 2019.01.07 53
1537 구름이 달을 가리면 시작되는 시간 1 새벽이오기전에 2018.12.10 53
1536 너를 바라보면서-손준혁 농촌시인 2018.12.12 53
1535 네 시 1 claudia 2018.12.28 53
1534 마지막이라는말-손준혁 농촌시인 2019.09.09 53
1533 청산별곡-손준혁 1 농촌시인 2014.11.24 52
1532 겨울 바다 2 토마토는토마토 2015.01.14 52
1531 파도-손준혁 2 농촌시인 2016.05.28 52
1530 두레박(Bucket) 1 키다리 2016.08.27 52
1529 빛 바랜 새구두 1 하심 2018.10.21 52
1528 어느 별이 내게 말하나봐 -손준혁 1 농촌시인 2018.02.04 52
1527 주인공 1 짱유 2018.02.27 52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93 Next
/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