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새까만 내 수염처럼
우리의 이별에 내 눈도
어두워 졌다.
그녀가 없는 나날에
이 거친 수염처럼
내 마음도 말라갔다.
마음은 메말라갔지만
눈은 마르질 못해
이별의 흔적을 지우다 문득 거울을 보았다.
이런 내 모습보다 더욱 초라해지는건
이 초라한 모습 마저 사랑해 줄 그녀가 없단 사실에
차디찬 물로 수염까지 묻은 이별의 흔적을 닦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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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내 마음이 그녀에게 가기에
내 모습도 그녀에게 맞춰져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모습이
남들에게 우스꽝스럽고 힘들어도
내 마음이 그녀에게 갔기에
내 모습도 그녀에게 말하길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모습이
우릴 웃게 하기에 이렇게 변해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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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언제 쌓인지도 모르는 눈 처럼
이별의 그림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짙어져 갔다.
겨울은 언젠가 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추위가 내 몫이 될 줄은 몰랐기에
손등을 숨겨도 눈이 쌓인다.
지금, 눈이 온다.
이때쯤, 너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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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면
마주하기 싫은 현실과
악수하고 널 찾지 못한다.
우리의 이별로 함께했던 모든것을 꿈이 이룬다.
우리의 이별로 함께했던 모든것이 끝을 이룬다.
이 시는 끝을 내겠지만
널 향한 그리움은 끝을 내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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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
너에게 건넬 세마디를 위해
너에게 겨우 세걸음 다가섰는데
운동장을 세바퀴 뛴 것 처럼
가슴이 뛰고 머리가 핑 돈다.
손 끝에 통하는 전기를 감추고
환호하는 심장소리를 감추고
무덤덤하게 너에게 말한다.
"나 너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