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勿忘)
어딘가 가늘게 흔들리는 노인의
어쭙잖은 등줄기 양 바깥에는
기력은 채 충분치 못해버렸으나
계절이 녹녹히 뿌리내린
세월이란 것이 스며있는데-
잔망어린 해질녘 그을음 사이로
그다지 노곤하지 않은
어딘가의 뿌연 너머의 시간으로
온전치 못함을 이룩하며
파스스- 지워 내려졌다
갈색의 형체를 잃어버린
남루한, 허나 묵직한 흐름이
깃을 지탱해주고 있지는 않나 싶은
양장모는 새삼스럽게도,
늙은 아비로부터의
동정하는 마음이 없는
눈물에 적셔진지 오래다
마지못하였지만, 그는 아마도
이미 수용(受容)의 심연 속에 몸을 던진
아름다움에 꽃을 피웠던
한 시절의 부인에게 떠밀려
함께 샀던 모자를
되새기고 있을지는 모름직할 일이다
마지못하였지만, 그는
이미 수용(受容)의 파도 속에 몸을 던진
아름다움에 꽃을 피웠던
한 시절의 부인에게 떠밀려
함께 거닐던 가로수길을
음미하고 있을지는 모름직할 일이다
■아날로그 습도계
적막만을 맴돌던 검푸른 빛이
태초에 존재하고 있었다
볕 뜰일 없이 허공을 맴돌던
삶이란 것에 있어
그리 보송보송하진 못했던
나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슬픈 파란의 시야란 것 사이로
순간의 우울이 퍼득이는데
애잔히도 눈물 겹지 않을 수 가 없다
일정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공허의 후회로운 시간에
적당히 다독여주지 못하여
지나간 영원이 되어버렸다
■찰나의 영겁
지난 봄날의 선선히도 부서진
어제에 대해 더는 없지 않은 나에게
앞선 막연함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좀 스럽게도 동시대적인 그 시절의 파노라마가
적막어린 시간의 사선위로 쏜살같이
흩어져 솟구친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는
귀명의 울음 한 움큼이
새벽의 푸른 빗발 한 토막처럼
무던히도 흘러내리고 있다
가늘게 흔들리는 빗방울 아래에서
그 차갑고 둔탁한 손으로
무성히도 차디찬 양쪽 어깨를
달래어 토닥이던
시절의 엉성한 시선만이 존재한다
어즈버 님 계신 그곳에도
이처럼 새벽의 파아란 빗발이 솟구치는지요
가늘게 흔들리는 빗방울 아래에서
어제에 대해 온전히는 부서지지 못한
앞선 모순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널 헤는 밤에
빈 문장을 메꾸는 것에는 익숙해서
빼곡히 써내려 갈 줄만 알았더랬다
불현 듯 존재하지 않는 너의 빈자리에
별로 썩 익숙하지는 않아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곁에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고
진저리치며 서글피 울던 때가
그리도 비겁함에 지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 참말로 큰 비극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구슬프게도 번져가는
그 날 안에 숨쉬는
그리움이라는 기억의 연결고리가
아쉽게도 후회의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면의 존재하는 기억의 편린이라는 것이
지금처럼 아려오는 때가 없다
생각을 했다
빼곡히 써내려 갈 줄만 알아서
불현 듯 존재하지 않는 너의 빈자리엔
익숙하지 않은 내가
멀뚱히 서성이던-
■잠영(潛泳)
별 수 없던 하루에 허덕이는 빗소리는
마지못한 영원을 마주하고
더는 없는 생업의 굴레에
괜찮지는 않은
물결어린 향기와 대면한다
실체적인 나 로서 삼키지는 못한
열꽃 없는 절망의 도그마는
삶에 엉킨 어떤 각인 같은 것으로
숙면을 취(取)하기만을 반복했다
치기어린 한계가 빗발치는
흡사 환각에 당면한 협잡군과 같이
어리석게도, 삼켜지지 못해
눈을 감지 못한 쓰라림만이 남았다
응모자 성명 : 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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