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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사랑


식구 모두 식탁에 둘러앉는다

밥그릇에 흰 눈 한 주걱 소복하고 보글보글 끓여낸 흙빛 찌개와 피 흘리듯 붉은 김치

우리 식구 함께 밥을 먹는다

 

내 딸 수민이가 맞은편에 앉아 밥을 먹는다

숟가락에 생선살 한 점 올려주자 수민이가 나를 쳐다본다

미간을 찡그려 바짝 좁히고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양쪽 귀를 번갈아 쳐다본다

수민이 눈알이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한참을 그러다가 한순간 수민이는 빵긋 웃는 것이다

 

아빠!

아빠 얼굴 양쪽에 하트가 반쪽씩 붙어있어요

 

우리 식구 한참 웃다가

밥을 먹는다

끝없는 제몫의 허기를 채운다

밥그릇 속에 서로 부둥켜안은 밥알들이 영혼 같은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고

그 따스한 김에서 나는 눈물 냄새를 맡는다




탈출

 

토요일 밤 아홉 시

퇴근 시간이다

허물어질 듯한 몸 추스르며 모두 말없이 옷을 갈아입는다

한동네에 사는 동료직원 같이 가려 하지 않는다


안 가요? 집에

먼저 가요. 얼마 전부터 밤에 대리운전을 하고 있어서……


그는 앞니를 드러내고 소리 없이 표정으로 웃는다

웃음이 만든 골 깊은 주름들이 얼굴에 파동처럼 퍼진다

주름 골 사이마다 그늘이 흘러 뚝뚝 떨어지고

웃음 그쳐도 그늘 자국은 얼굴에 낙인처럼 남아 있다

 

집으로 가는 길

검은 하늘로 빨려 올라갈 듯 치솟은 빌딩 사이

큰 반점 같은 먹구름 끼어 별 하나 돋지 않은 밤하늘에

달이 흰 얼룩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다

이곳 아닌 저 너머에서 새어나온 불빛일까

저곳으로 빠져나가면 되는 걸까

물어 볼 사람, 대답해줄 사람 보이지 않는다

번화가 큰 거리에

인기척 없다




꿈은 이루어진다

 

식욕을 느낄 때 나는 내가 싫다

왕성한 소화력을 자랑하는 내 위장이 싫다

 

당직날 밤, 혼자서 컵라면을 김치도 없이 마시듯 삼키다가

면발 몇 가닥을 입술 사이 턱밑까지 길게 매단 채 고개를 쳐들었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이다

맞은편에 전신 거울이 깨져 금이 간 채 멀뚱멀뚱 나를 굽어보고 있었고

거울 속에는 라면 면발을 물고 나를 쳐다보는 깨진 내가 있었다

바퀴벌레 한 마리 거울 속 나를 밟으며 기어갔다

 

바퀴벌레 바닥에 떨어뜨려 밟아 터트려 죽이고

먹고 사는 일은 성스러운 일이라고 거울 속 나에게 말해주었다

거울 속 내가 뭐라 대들기 전 얼른 고개를 처박고

면발을 악착같이 씹어 삼키고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셨다

혼자서 축배를 들듯

술자리에서 원샷 의식을 치르듯

컵라면 빈 용기를 머리 위에서 뒤집어 호기롭게 흔들었다

 

당직날 밤마다 절망을 반찬으로 라면만 먹은 나는 헛배 불렀고

아사 직전의 내 영혼은 절뚝거렸지만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하루치의 시를 썼다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커피

 

컵 안 가득 고인 칠흑 같은 어둠을 마신다

달콤 씁쓸한 어둠이 나를 깨워 밤새 잠 못 이루고 시 쓴다

 

셀 수 없이 많은 어둠과 말을 삼킨 나는

이제야 알겠다

세상 모든 말이 향하는 하나의 소실점은 침묵인 것을

 

꿈 꿔야 살 수 있는 나는

꿈꾸려면 잠들어야 했는데

시 써야 꿈꿀 수 있다고 믿었고

너무도 많은 어둠을 마셔버렸다




무너져 내리던 봄날의 기록

 

벚나무 벚꽃이 복어 배때기처럼 부풀었다

하늘과 허공이 그만큼 줄어들고 꽃그늘이 땅을 점령하고

벚나무의 전성기구나 싶었다

그날 밤, 예보에 없던 폭풍우가 몰아칠 때까지는 그랬다

 

느닷없는 비바람에 벚꽃 모두 뛰어내린 날

꽃비 내리던 날

와르르, 꾸던 꿈 무너져 내리던 날

벚꽃놀이 간 일가족이

교통사고로 몰살했다는 뉴스가 차 안을 흘렀다

차창 밖으로 우산 없이 젖으며 걸어가는 아이 하나

떨어진 벚꽃 밟지 않으려 옆으로 돌아갔다

바닥에서도 벚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놀라는 듯한 아이의 몸짓

하늘에서 좀 더 멀어지려는 벚꽃잎들

비 맞는 모든 것들이 슬퍼보였다

 

온갖 단어와 낱말을 씹어 삼키며 겨울을 버텨보았지만

나는 내내 시시한 시만 썼고

봄에

자주 울었다



조영진

a61512@hanmail.net

010 5630 9113

  • profile
    korean 2016.02.28 23:23
    열심히 정진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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