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당신이 떠나간 빈자리를
그대로 두고 기다려본다.
기다리다 지치면 추억을 떠올리며 웃어본다.
웃다가 지치면 거울을 보며 원망한다.
원망할 당신도 없는 빈자리를 두고서,
매일 이 생활을 반복하며
멀쩡해보이는 당신을 다시 원망하면서,
저 빈자리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절망적이었다.
생각보다 위로도 되지 않았다.
당신을 이해하려다가도
내 마음을 찢어놓은 당신을 미워한다.
생각보다 충격이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나는 몹시 당황했다.
붙잡을수도 없는 당신의 마음이
무척이나 파괴적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두려운 것은
당신이 돌아오면 이 모든 시간을 잊은채
달려갈 나의 모습이다.
빈자리2
내가 이곳을 지키는 까닭은
당신에게로부터 멀리 있기 위함인데
겨우 여기까지만 왔네요.
당신을 잊는 일은
구름이 해를 가릴 수 없는 일과 같지요
내가 이곳을 지키는 까닭은
당신을 기억하기 위함인데
기억보다 더 진한 커피가
나를 더욱 힘들게 하지요.
오히려 당신과 마주 앉아서
인사를 나누었던 그때가
더 쉽게 잊을 수 있나봐요.
빈자리를 바라보며
그리움을 모아 구름에 실어
당신을 괴롭히고 싶지요.
눈물도 웃음도
당신 때문인 것을
목놓아 부르고 싶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