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새벽녘
잔디에 맺힌 이슬
작고 투명한 물방울 안에 들이치는 햇빛에
마치 제가 귀한 몸인 양, 있는 힘껏 반짝인다.
눅눅하고 무덥던,길고 긴 지난밤을
묵묵히 견딘 풀잎에게 걸어주는 작은 상패인듯 하다.
더욱 더 곱고 눈부시게 빛나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빛나서,
그 아이 눈가에 맺혀주렴.
그렇게 맺혀,잠깐 눈물이 되어 흘러주렴.
그 아이가, 풀잎이 견뎌온 지난 밤을 기억할 수 있게 말이야.
가랑비
뒤에 오시는 해님
어서 가라 등 떠미시니
닿지 못한 마음일랑 입속말로 몇백 번 되뇌이고,
울지 못한 울음일랑 가슴속에 꼭꼭 여며두고,
서러움에 눈물고여, 이내 돌아섭니다.
사랑해주는 이 하나 없이,
가랑잎에 눈물 적시며 한 발,두 발 멀어집니다.
경주마
말들이 달려간다.
사람들이 달려간다.
옆도, 뒤도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더 넓고 더 푸른 초원을 보며 줄곧 달려간다.
새끼 잃은 어미의 한 맺힌 울음은
발자국에 묻혀 이내 사라지고,
그 서글픔만 그 자리에 남아
이 황량한 대지 위에
쓸쓸히 불어오는 것이다.
피어오른 흙먼지에 목이 아파오고,
심장이 멎을 듯,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터질 듯 아파와도
그 말들은 달린다.
그 사람들도 달린다.
영영 그 땅에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을 모른 채로.
민들레의 소원
작은 들꽃이 피어나 진 자리는 찾을 수 없다 해도
그 들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단 사실을
누군가는 기억해주길.
어디선가 날아온 한 줌 흙을 만나
열악한 세상에서도
찬란하게 그 생을 살아냈다는 사실을
당신만은 기억해주길.
별자리
어둑어둑한 저녁하늘에
하나 둘,고개를 내미는 반가운 얼굴들
작은 미소를 띠고 있는
그 부드러운 빛무리에 잠식되어 밤하늘을 보다,
스르르 빠져들어 은하수를 따라 하늘을 걷다보면
어릴 적 꿈꾸었던 세상으로 향하는 꿈길로 들어섭니다.
당신이 본 그날의 하늘은
오늘의 이 하늘과 같았을까요.
지금 바라보는 이 별을,
그때의 당신도 함께 보았을까요.
어느덧 세월의 고배를 마신 당신을 보며,
같은 별을 이 자리에서 보았을 그때의 당신에게
우리의 언어로 작은 인사를 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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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자 성명:안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