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링
푸르름, 나는 그것에 종속되겠다
하늘을 어슬렁거리다 그대와 부딪치겠다
청춘의 낭떠러지에서 발을 헛디딘다 해도
두 팔 넓게 벌리고 떨어지겠다
이름 모를 짐승이 울부짖는다
나는 그 짐승과 함께 울부짖을 것이다
알알한 가슴이 펑 하고 터질 때 까지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좀 부딪쳐주어라
모르는 척 하고 내 어께에 쓰러져주어라
4월
바람 안에는 참 많은 것이 들었지요
그 중 누군가의 삶도, 죽음도 느껴지네요
나는 허물어진 꽃들을 맞습니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을 안습니다
그 날 이별한 모든 아픔들 또한 잡습니다
어느덧 다시 봄내음이 몰려옵니다
또 다른 사랑이 문을 두드리나요
혹은 새로운 아픔이 고독을 파고드나요
세상의 끝입니다
그럼에도 봄내음은 나를 섣부르게 합니다
해일(海日)
모든 감정의 끝 마다 당신이 서있을 적이 있었다
저 노을도 그대 얼굴로 보였던 적이 있었다
노래 제목 안에도, 영화의 앤딩크레팃에도
당신이 숨쉬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대 이름 속 바다에서 헤엄치고 또 헤엄치며 살아가고,
때론 아파하고 슬퍼하고
당신 안에 있으면서도 당신을 그리워하고
심연의 하늘에 당신 얼굴 둥실 떠올리며
나의 오늘엔 그대 나타나라, 기돗말도 읊조렸다
하늘이 참 깊다
이제 아득해진 그대 목소리도 깊다
해수면
해가 노랗게 인다
바다는 햇살의 영혼을 품는다
저 바다는 햇살 말고도 많은 영혼을 지녔다
이름 속 바다에 빠져버린 어린 혼과
비상하다 날개가 부러진 새의 깃털,
그리고 나의 그대가 저 먼 밑바닥에 누워
내 이름을 발음할 것이다
몽글거리는 거품으로 발음할 것이다
바다 위에 거품이 인다면 그대라 생각하고
나 또한 잠식하겠다
바다와 해 사이에서는 여전히 그대 뛰노나
유독 바다가 파랗다
잠겨야겠다
살기 위해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게
검붉은 꽃은 가시를 돋우네요
불온한 아름다움을 싹 잊었는지 성숙해져만 갑니다
유리조각을 밟으면서도 아프지가 않아요
단지 나의 심장박동이 느려집니다
저 먼 파도가 일렁입니다
모래사장 위에 써놓은 어린 문장들은 사라집니다
상공은 드넓네요
나는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훨훨 하늘을 휘젓는 연과 함께 날아보고 싶습니다
피아노 소리는 아름답습니다
꼭 8월달의 여행과 닮아 있어요
건반 위에 서서 춤을 추고 싶습니다
그 아이가 돌아볼 때 까지,
나의 호흡이 닿을 때까지
숨이 찹니다
검은 눈물이 흐릅니다
언젠가 걸었던 파란 미소를 띄웁니다
사랑합니다, 모든 불온함을 껴안고 나는 영영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