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生과死
뮤즈는 죽었다.
그 불꽃에 장렬히 타올랐다.
연기가 되어 떠나갔고
재가 되어 남았다.
죄라 정의라 혹은 선이라
그것을 구분하려 하지마라.
나와 영감을 나눈 그 순수를 모욕하지마라.
허나, 뮤즈는 죽었다.
내가 피운 정열의 불꽃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내 앓음을 네가 가장 잘 알지 않느냐.
가지말라는 그 길이 이만치 내 발등앞으로 떨어졌다.
굽어 굽은 그 길은 내 허리만치 굽어있고
굽은 길 위로 거꾸로 자란 고드름에
과거의 내 행방들이 뚝뚝 흘러내린다.
네 앓음을 잘 알지 않느냐.
거뭇한 가죽안은 노쇄한 근육과 다 닳은 뼈로 지탱된다.
거뭇한 가죽안은 노쇄한 근육과 다 닳은 뼈로 지탱된다.
내 손을 잡은 네 손은 아직은 뜨거운 피가 흐르구나
고맙다 고맙다 이제까지 나를 사랑해주던 내 님아.
가지말란 말은 하지말고, 다녀오란 말을 해다오.
네 앓음을 잘 알지 않느냐
성성한 백발을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이 달.
내 마지막 생을 담아내리다.
경건한 마음으로 보자기에 짐을 싸 짊어가리다.
어쩌누, 이 추운 겨울 그대 홀로 있을수 있을까.
탁
망각, 선하던 그때 너는 나를 어떤 마음으로 지웠나.
모진 사람인가? 강아지 풀 같던 나를 한 순간에 태웠으니.
꽃이 피지 아니한 풀인지라.
당신에게 화려함을 증명하지 못하였으나.
내 청조함을 태운 그대에게 불 태워지며.
빨간 불똥을 남기며.
혹은 그 자리에 내 흔적을 남기며.
망각, 잊혀짐을 분노하리까?
혹은 그리워 하리까?
그 시인은 지금.
시인은 말을 할 수 없다.
이미 뇌가 죽었기에.
눈의 깜빡임 마저 가눌수 없다.
손도, 발도, 아래로 늘어져.
늘어져.
생에 가장 만족스런 시를 떠올려도
쓸수 없고, 말 할 수조자 없다.
내 업보에 벌을 받는 구나.
시인이 시를 쓸 수 없다니!
아! 영감은 이 깊은 어둠속에서 피어나
지는구나!
사탕
달디단 고체에 내 침이 뭍어
끈적하니 내 손에 달라붙는다.
엄지와 검지가 찰싹붙어
단내를 풍기며 개미를 끌지만
개의치 않고 사탕을 빨며
쪽쪽 빨며 너를 본다.
이 나이쯤 되면 모든게 다 야해보이지
거뭇한 수염을 가진 사내의 면도칼마저
늙은 노장의 커다란 지팡이까지
그래서 사탕까지 달디달게 빨아
검은 눈동자 두개가 마주쳐 달디달게
혹은 쓴 약을 먹은듯이 표정을 일그리고
오도독 깨문 사탕을
땅 밑 개미들이 아쉽게 쳐다보고
너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내 눈을 피하고
아니 내가 원한건 그게 아니야
이 사탕이 내 위에 끈적하게 달라붙으면
네 가슴과 내 가슴도 손가락처럼 달라붙길 바랄뿐이지.
이도희
010-9612-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