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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의 뒷모습

 

 

햇살의 스위치를 끈 후

보이는 것들

 

늙은 개의 눈엔

어둠이 쏟아지고

 

찌그러진 밥그릇에 물이 고이면

언제나 달빛이 둥둥 떠오른다

 

눈동자가 새파랗던 늙은 개

새벽의 불면을 핥는 중

 

별처럼 환했던 이빨이 싯누렇게

얇아진 다리를 축 늘어놓은 채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주인이

방문을 닫고 잠을 자면

 

꿈속 사육장을

어슬렁거리는 그 늙은 개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한숨

물어뜯던 뼈다귀가 길고 두껍다

 

천천히 눈을 감는 개

그림자 위로 엎드리면

 

어디가 아픈지 자꾸 울부짖고

수북한 털이 조금씩 뽑힌다

 

밤의 스위치를 켠 후

보이지 않는 것들

     

 

달과 까마귀※

 

 

사각의 틀에 갇힌 까마귀들

누런 눈망울 속엔

서로를 경계하라는 명령이 가득

그저 날갯짓을 이어나가고 싶었는지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진혼곡으로 변주되고 있었다

 

누르스름한 보름달이 찬 날

짙은 코발트색 배경

아직 어둠이 몰리지 않은 하늘

까마귀들은 자신들 같은

강렬한 색감을 원했던 거지

미술관의 밤은 조명이

눈을 감는 거로 시작해서

문이 하품하는 걸로 끝이 난다

 

나의 눈빛을 전깃줄에

매달려 놓은 시간들

까마귀들은 그 위에 앉아 있고

가끔 부리로 털을 다듬는 일만 했다

검은 꼬리들이 엉켜있는 건

미술관의 침묵을 깨버리는 일

 

검게 물드는 국립 현대 미술관

그림 속에 담아 두었던

까마귀의 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온다

사각의 틀을 한 발자국만 벗어나도

아직 어둡지 않은 도시

벽에 걸어놓은 그림 속 까마귀가

날카롭게 내 속을 파고드네

 

      

봉안당에서

 

 

봉안당이라고 하는

그 밝은 납골당에 묻어 주어라

 

보름달만 한 조명이

누르스름하게 흘러나오고

 

누군가 켜 놓고 간 양초

허연 촛농이 눈물샘처럼 왈칵거린다

 

비로자나불 뒤로 백색의 유골함

작은 부처님처럼 내 절을 받던 어머니

 

울음 섞인 목탁이 봉안당을 두드린다

천장에 새겨진 연꽃들이 출렁인다

 

색 바랜 염불은 향냄새를 따라

별 무리처럼 밤하늘을 떠다닌다

 

노승의 건조한 목소리

부처님과 마주치는 충혈된 눈

 

멈춰버린 어머니 주변으로

자욱하게 번지는 봉안당의 풍경

 

무릎을 꿇은 채 흐느적대는

내 등을 토닥거려주는 하얀 가루들

    

  

억새밭에서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나는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계절 속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길게 이어진 등산로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결에

억새들은 예의를 갖추듯 흔들렸고

 

우거진 그 밭에

식어버린 마음을 풀어놓고 싶었다

수많은 발자국을 느꼈을 산 중턱

 

하산하는 석양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낮아지는 오후

굽이굽이 펼쳐진 절경 앞에

억새와 함께 서 있었다

 

금색으로 물든 억새밭

겨울이 오기 전 색을 맞추는 걸까

걸어 내려가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억새 사이마다

울음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지나온 시간이 억새의 잔털처럼

코끝을 맴돌고

마른기침을 뱉을 때마다

풍경이 어긋나기 시작한다면

 

난 어둠으로 채색될 억새밭에서

끓지 못하는 슬픔을

하늘에 닿게 할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

 

 

더위가 흙으로 차분해지듯

사내가 앉아 있었다

툇마루는 늘 담배 냄새가 배여

오래된 흔적을 남겼지

저기 저, 뿌연 연기가 흩어지기 전에

사내는 손가락을 펴고

흐릿했던 날들을 휘휘 저었다

 

마당엔 생의 순환처럼

마침표가 시큼한 열매가 맺히고

담배의 끝이 사내에게 다가왔다

엉덩이를 받쳐주던 툇마루

꺼지지 않을 연기처럼

금이 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땀인지 눈물인지

무언가 자꾸 흘러내리는 계절

그 끝자락이 담뱃불처럼 깊숙이

빨려갈수록 사내는

저문 달력을 되짚기만 했다

 

얼굴이 푸석한 그의 곁

마당에 잔잔히 깔리는 연기

페인트칠 벗겨진 문을 아무리 열어도

연기는 나가지 않고

툇마루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생이란 언제였더라 하고

그때를 몇 번씩 생각하는 것

담배를 다 태우고 사내는

호스를 꽂아 마당에 물을 뿌렸다

거친 여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중섭 화가가 그린 작품, 1954년에 제작되었다.


성명:강신범

이메일주소: zach0312@naver.com

연락처: 010-3352-7549




 

  • profile
    korean 2018.08.31 21:20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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