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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팅

 

젊었을 적에

당신은 미국식 인사를 배웠을 거다

 

이제부턴 이렇게 해야 해

이게 만국 공용인 거야

어딜 가서든 통하지

상냥한 첫 낭군이 직접 손을 흔들며 시범을 보였겠지

 

어설프게 손에 익힌 지 60

어딜 가서든 통하는

만능 인사

 

안녕, 안녕, 안녕

유리창이 깨끗해지도록 아쉬움을 흔들어보지만

자식들은 그들만의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자동차 오디오에선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가 흘러나오고

당신은 또 그 새까만 창으로

이제는 굳게 닫힌 단골 꽃집을 보며

당신 인생 같다 했을까


겨울

 

가을도 지는 계절이 왔다

다섯 시가 해를 잡아먹는 잔인한 시간이 되고

코흘리개가 뱉은 유년기의 고독이 얼어붙는 때가 됐다

 

그래도 사내아이들은 늘어서서 앞섶을 펼치고 다니고

구세군 아줌마는 핫팩을 얼굴에 대며 힘없이 종을 흔든다

 

어이 거기 자네들

생각이 있는 건가

자네들의 벌어진 코트는

자네가 들고 있는 종은

맨홀로 엉금엉금 들어가는

저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니었나


여러분, 그럴 바에야 겨울잠이나 자라

그렇게 시시덕거릴 바에야

위선 떨 바에야

짐승들같이 땅 밑으로 들어가

옹송그려 서로 어깨나 비벼라

 

할아버지 때만 해도

이 계절은 보릿고개로

가장 힘든 계절이었는데

당신들은 칼바람이 매섭다고

아랫목에서 더욱 게을러지기만 한다

 

사실 이 계절은 손끝과 같아

아파야만 하는 시기일 텐데

 

초승

 

하늘에 손톱이 박혔다

먼저 간 아들을 생각하며

밤마다 가슴을 쥐어뜯는 할머니의 손톱이라고

억울할 때마다 물어뜯어 너덜너덜해진

아직 여물지 않은 유년의 손톱이라고

나는 장담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것도 아닌 채로

타인으로서 살아왔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하소연을

가감 없이 푸른 곳에 던져댄다

 

하늘은 너무 피곤해져서

대지를 그러쥘 듯

눈동자들을 할퀼 듯

소심하게 적의를 드러내며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둥글어질 그 순한 손톱으로

세상을 질책하고 있는 것일 게다

 

   

 

저녁 식탁

불현듯 솟아나온 엄마의 방귀가

쓰다

 

그것은 검붉고 강렬한

로크의 저항권과도 비슷해서

최루탄에 맞은 것마냥

눈 밑을 뜨겁게 만들었다

 

나는 엄마가 여자란 걸 깨달았다는 가증스런 놈들보다

가랑이 사이의 탐폰을 먼저 본 사람이라

오히려 몸을 사렸었고

떼쓰지 않고 어리광을 버리며

엄마는 온전히 엄마가 아닌

반쪽은 절대 나를 위해 있지 않은

그런 사람이라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엄마는 어느 샌가

반쪽마저 가족에게 점거당하고

가족이란 폭력의 이름 아래서

고도의 자기 위로를 구사하며

몸속 구석구석을 밥 짓는 연기로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엄마의 본질은 매캐한 밥 연기에 눌리고 눌려

결국 누룽지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고

대장 안에 꽉꽉 차

나갈 준비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을 준비만 하던 후회들은

주마등을 보자 좀 억울했는지

어느 새 자괴감으로 바뀌어

분노가 되었고

돌이키기 힘든 암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오랜만에 비틀비틀 비집고 나온 우연의 경고가

알량한 내 숟가락에 얹혀

암 덩어리는 결국 나였다는 것을

슬쩍 귀띔해주고는

실수였다는 듯 어서 자취를 감췄다

    

갈라테이아의 딸

 

그녀라는 말이 너무 슬퍼서

태어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와 그녀의 틈바구니에서 태어났는데

그녀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뿐이라서

질척거리던 태반에 온통 시너를 뿌렸다

 

쓸모없는 젖꼭지가 달려 있어 슬프다며

한탄을 하는 당신이

불어터진 젖퉁이를 달고 있는 그녀보다

위인가 아래인가 위라는 무의식의 대답에서

그녀는 그녀로 굳어간다

 

엄마도 여자가 아니라

엄마도 누군가인 것

꽃무늬 팬티로는 땡땡이 브래지어로는

당신의 그녀를 정의할 수 없어

그런 것들을 여자라고 지칭하는 건

신음밖에 못 들었다는 증거라잖아

 

아픔도 세월도 그녀를 그녀라 부르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그녀가 자꾸만 그녀인줄 알고

마치 서류가방 속에 있던 낡은 물건처럼

윤이 나게 닦아주려 한다

 

영원히 구석구석

달처럼 살아가게 하려고

달에 왜 바다가 있는지는 궁금해 하지도 않고

애써 눈물길 지워내곤 잘 살았다고 위안하는 것이다

 

그녀라는 말이 너무 슬퍼서

태어나지 않기로 했다

    



응모자 성명: 박인하

이메일: mcglih@naver.com

휴대폰 번호: 010-5648-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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